1층 화장실 ④ 변기 & 욕조 설치
변기를 놓기 전 수도 배관을 마무리했다. 이중 배관을 했기 때문에 PB라 불리는 수도관을 언제든지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왼쪽 2개의 배관은 세면대 냉온수 배관이고, 오른쪽 배관은 변기용 수도 배관이다. 타일을 타공 할 때는 해머 드릴을 일반 드릴 모드로 놓고 조심히 타공해야 한다. 해머 모드로 놓고 사용하면 충격으로 타일이 깨질 수 있다.
변기를 놓기 위해 먼저 배관을 컷팅해야 한다. 변기 배관은 지름이 10cm인 아주 큰 배관이다. 새로 지은 주택이라면 처음 집을 지을 때 배관이 기초 콘크리트 타설 시 매립되어 정화조로 나가게 된다. 아파트는 너무 두꺼워 콘크리트 슬라브에 매립할 수 없기에 아래층 천장으로 내려가서 꺾어져 나간다.
그런데 우리 집은 오래된 집이라 처음에는 정화조가 없었고 나중에 정화조가 설치되어있어 화장실 바닥으로 변기 배관을 매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방향을 바꾸는 ㄱ자 배관이 바닥 위로 올라온 상태인데 이것이 두꺼워서 변기와 배관을 연결하는 정심이라는 부속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바닥과 맞춰 컷팅한 후 VG2 일반 배관을 연결하고 정심 부속의 높이에 맞추어서 컷팅하였다.
정심을 수평하게 바르게 위치시킨다. 정심이라는 부속에는 악취가 새어 나오지 않게 배관과 연결되는 부분에도 고무링이 있고, 변기와 연결되는 위쪽 부분에도 두툼한 고무링이 있다. 그래서 나중에 보수를 위해서 실리콘이나 본드를 일절 사용하지 말고 바르게 장착만 하면 된다. 바닥에 변기가 놓이는 자리를 수성펜으로 체크한 후 백시멘트를 반죽하여 변기가 놓이는 테두리 부분으로 놓아준다.
변기를 조심스럽게 정심과 연결하여 놓는다. 정심과 변기가 비틀어지지 않고 잘 맞아떨어져야 악취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수평계를 이용하여 좌-우/상-하 모두 체크하여 수평을 맞춘 후 변기와 바닥 이음 부분을 정리한다. 백시멘트는 접착력이 우수하고 굳으면 강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변기를 단단하게 고정한다고 변기 밖의 주변을 두툼하게 에워싸면 오히려 보기에 좋지 않다.
이렇게 변기 하부까지 완성하고 1일 정도 지나고 나서 변기 상부 물통을 장착하였다. 생초보이다 보니 아무래도 변기가 제대로 안착된 후에 상부 물통 작업을 하는 것이 변기가 틀어지지 않고 안정감 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변기 상부 물통은 부속품이 몇 개 있다. 이것들을 물통과 조립한 다음 변기 하부와 연결해야 한다. 일반 부속품들을 모두 꺼내놓고 설명서를 찬찬히 살펴본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도 설명서를 보면서 바로 해내는 남편을 볼 때마다 놀랍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물으니 금손만큼이나 멋진 대답이 돌아왔다.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도 로봇처럼 조립식으로 나오면 여자도 이런 것에 부담이 없을 거예요. 이것이 여성상 남성상을 은연중에 고착화하는 사회적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닐까요?"
부속품을 조립하면 위 사진과 같다.
변기 상부와 하부를 조심스럽게 연결한 후 고정용 손나사를 돌려주면 끝이다.
그런데 끝내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변기 상부 물통이 하부 몸통과 연결이 매끄럽지 않고 따로 노는 것 같다. 제 짝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 많이 돌출되어 보기에도 부담스럽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부속을 잘못 조립했나 싶어 연결 부위를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하부 몸통과 연결되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물 배출구 부속을 제거한 후 변기를 고정해 보았다. 하부 몸통과 상부 몸통의 물 배출구 구멍이 일치한 상태로 조립된 것을 보니 조립 자체는 문제가 없다.
변기를 임의적으로 하부 몸통과 맞춘 후에 물 배출구를 확인해 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배출구 위치가 틀어졌다.
상부 또는 하부 두 녀석 중 하나의 타공 위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변기는 인터넷에서 구입했었기에 사진을 찍어서 메시지로 전송하고 판매자 분과 통화를 했다. 상부 물통의 타공 위치가 문제인 불량품임을 확인하고 상부 몸통만 다시 발송해 주기로 하였다.
목요일에 통화를 했는데 주말이 끼어서 다음 주 화요일에서야 변기가 도착했다. 한 번 해봐서 인지 남편은 설명서도 안 보고 바로 조립해서 하부 변기와 연결했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비싸지 않은 변기이지만 전에 아파트에서 사용했던 변기보다 물 내림도 좋고. 폭포수 내려가듯 시끄러운 소리도 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이렇게 변기 설치가 완료되었다.
1층 화장실 공간이 협소해 샤워실만 만들려 한 남편이었으나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욕조가 꼭 있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좁은 화장실의 집기 배치를 많이 고민했었다. 아무리 해도 비좁은 감이 있어 2층에 욕조를 놓을까도 싶었지만, 주로 생활하는 1층에 욕조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어떻게든 1층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욕조를 놓기 위해서는 10cm 정도의 기단을 설치해야 욕조의 배수구를 설치할 수 있다. 우선 욕조의 바닥 모양과 크기를 체크한 다음 욕조 바닥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기단을 설치한다. 욕조 배수구 입구를 통처럼 에워쌓은 것은 혹시라도 역류가 생길 때를 대비한 것이다. 거의 그럴 일이 없다고 하는데 워낙 꼼꼼한 남편이라서 지나치지 않고 저렇게 한 것 같다.
임시로 욕조를 놓고 설치 높이 등을 다시 한번 체크한다.
몰탈을 만들어서 두툼하게 기단 위에 얹어 주고 가볍게 평탄화 시켜준다.
욕조를 얹히고 수평을 맞춘 후 물을 받아서 욕조의 무게를 이용하여 몰탈과 완전하게 접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미장하듯이 눌러서 평탄화 하지 않는다.
욕조의 수평을 맞춘다. 욕조는 상하/좌우 모두 반듯하게 수평을 맞추면 된다. 욕조를 살펴보면 욕조 위의 팔걸이, 머리받이 등 테두리가 욕조 안으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살짝 경사가 나 있고, 욕조 안에는 배수구 쪽으로 기울기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물 빠짐을 좋게 한다고 일부러 욕조의 기울기를 조정하면 어느 한쪽의 기울기가 틀어지므로 욕조 자체의 수평을 맞추면 된다.
수평 맞추기 작업이 완료되었으면 욕조에 어느 정도의 물을 받아서 욕조가 틀어지지 않도록 고정해 준다. 그리고 몰탈을 이용하여 조금 빈 곳이나 옆면 등을 보강한다.
욕조의 옆면은 보통 '에이프런'이라 불리는 평평한 판을 덧대어 마감하는데 남편이 타일로 마감하는 것이 더 예쁠 것 같다고 벽돌을 쌓고 있다. 집을 셀프 리모델링하기 전에는 저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에 욕조 옆면이 타일로 된 것을 못 봤는데 남편의 얘기를 듣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많이 하고 있었던 방식이었다. 타일을 붙이는 면이기 때문에 아주 반듯하게 쌓아야 하기에 수평계를 이용했다.
판으로 마감하면 금방 끝날 것 같고 남편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아 꼭 벽돌을 쌓아야 하냐고 물었던 나...
완성된 후 깨달았다. 남편이 왜 이 선택을 한 건지. 역시 금손 남편을 믿어야 한다.
드디어 벽돌을 모두 쌓았다. 욕조의 내부가 반 사다리꼴 모양으로 아래쪽보다 위쪽이 넓어지므로 3단부터는 벽돌이 욕조 바깥 면에 닿아서 벽돌을 적당한 크기대로 깨 가면서 쌓아야 했다. 제일 위쪽 단의 벽돌은 눕히지 않고 세워서 욕조 날개 안으로 넣었다. 이렇게 해야 욕조 바깥으로 나오는 물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흘러내려서 나중에 문제가 없다.
이틀 정도 양생 한 후 타일을 붙인다. 타일을 붙일 때는 통일성 있는 줄눈이 깔끔하므로 벽과 바닥의 줄눈에 맞추어서 타일을 붙였다. 내수성이 강한 타일 접착제인 드라이 픽스를 이용했고, 좀 더 강한 접착을 위해 타일 뒷면에도 접착제를 발라주는 개량압착공법이라 불리는 방식을 이용했다.
남편은 타일을 붙일 때 항상 개량압착공법을 이용하는데 시간은 좀 더 걸리고 번거롭지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결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 공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2~3일 지난 후에 욕조 옆면에 실리콘을 발랐다. 실리콘의 종류는 정말 많은데 아크릴 욕조에 최적화된 아크릴 욕조용 실리콘이 따로 있다.
처음에는 일반 바이오 실리콘으로 마감하려 했던 남편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다 아크릴 욕조용 실리콘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 철물점에서 구입하려 했으나 판매를 하지 않아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작업했는데 문제없이 오래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제 욕조용 수전을 설치할 차례이다. 그동안 물이 나오지 않도록 막아 놓은 '물 막음 부속(메꾸라)'을 해체한다. 수전 조절암의 나사산에 테프론 테이프를 20회 정도 감아서 물샘을 방지하고 손으로 최대한 돌려서 연결해 준 다음 스패너를 이용해서 단단하게 고정해준다. 조절암을 고정해 줄 때는 수전 몸통의 냉온수 연결구와 맞추어가면서 돌려주어야 한다. 방심해서 조금 더 돌리면 수전이 수평하지 않고 삐뚤어지게 장착된다.
설치된 수전에서 물이 나오는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 딸아이를 불렀다.
"우리 이제 욕조에 물 받아서 목욕할 수 있어"
"우와~정말요? 엄마, 저 물 받아주세요^^ 아. 입욕제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딸아이는 욕조가 설치되기 전부터 입욕제 이야기를 했었다. 거품 때문에 보는 즐거움도 있고, 피로도 없애준다며 사용해보고 싶은 이유를 전해왔지만 환경이나 사람에 좋을 리 없다는 고지식한 엄마의 대답을 듣고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놓고는 입욕제를 사놨었다. 그동안 불편한 집에서 씻기도 힘들었을 텐데 엄마, 아빠 생각하며 잘 참아온 아이를 떠올리며 한 번만 입욕제를 사 보기로 한 것이다.
"짠~ 엄마가 준비해놨지"
생각지 못한 엄마의 선물에 기뻐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하지만...
입욕제의 거품을 위해 그렇게 많은 휘적임이 필요한지 그때는 몰랐다.
거품입욕제를 넣었지만 기대했던 풍성한 거품이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저어 보기로 했다. 튼실한 팔로 원을 그리며 열심히 휘적이기 시작하니 조금씩 거품이 생겨났다.
힘들지 않냐는 아이의 물음에 "응... 엄마 팔을 봐~ 이거 다 근육이야~~" 라며 밀려오는 근육의 당김은 꾹 참았다. 팔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물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 어쩔 수 없이 기대와는 다른 거품에 만족해야 했다. 생각과는 다른 풍성함이지만 아이는 왜 사람들이 입욕제를 쓰는지 알겠다며 욕조 안에서 즐거워했다.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아이, 불편하고 힘들었을 텐데 엄마 아빠를 걱정하느라 내색하지 않던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속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풍성한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