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곰살곰 Jan 09. 2021

아이들도 인정한 아빠의 금손

1층 화장실 ③  타일

타일은 시공도 어려웠지만 더 어려웠던 것은 ‘선택’의 문제였다. 여기저기 몇 군데를 둘러보았지만 선택 장애가 가져오는 지끈거림은 갈수록 심해져가고 결국은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두 손 들었다.

화장실과 부엌은 애정을 많이 쏟는 곳이라 한번 집중을 해봤는데 타일 가게에 진열된 수많은 타일을 보니 평소 인터넷 쇼핑도 싫어하는 나에게는 처음부터 맞지 않는 일이었다. 괜히 고민하지 말고 처음부터 감각 있는 남편에게 맡겼으면 편했겠다 싶다.

남편이 타일과 더불어서 고민한 것은 타일 접착제였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에서 타일 접착제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벽타일에는 아크릴계 접착제인 ‘쌍곰’ 사의 ‘세라픽스’라는 제품을, 바닥 타일에는 압착 시멘트라는 흰색의 시멘트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세라픽스-xxx 라는 제품이 사실 물과 접촉이 많은 화장실(욕실)에는 적합한 제품이 아니다. 외부, 바닥, 천장과 수영장, 내부 욕조 등의 물의 접촉이 있는 부분은 사용을 하지 말아야 하고, 물과 항상 접촉하는 바닥에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바닥이 아닐지라도 욕실 사용 특성상 벽면에 물을 뿌려 청소할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 세라픽스 접착제는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있을 소지가 크다고 한다. 


내수성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제품이 샌드위치 판넬, 태고합판, MDF, PB, 엠보싱 철판, 갈바, 스테인리스 등 본드의 접착 성분을 제대로 빨아들일 수 없는 재질은 시공이 불가하다는 데 있다. 벽면을 전부 고뫄스로 방수 코팅을 해 놓은 상태이기에 세라픽스 접착제가 타일을 견고하게 고정시킬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던 남편이 고뫄스 회사에 전화를 했다. 

그래서 답변을 얻은 것이 쌍곰사의 드라이픽스 라는 분말형 제품이었다. 쌍곰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고성능 타일 접착제’ 메뉴로 분류되어서 제품 설명이 다음과 같았다.


1) 대형 타일의 벽면과 바닥 시공

2) 타르우레탄.도막 방수면위, Tile on Tile 등의 타일 시공

3) 화장실, 다용도실 등의 내수성이 요구되는 벽면과 바닥의 타일 시공

4) 건식 바탕 위의 타일 시공(석고보드, CRC보드 등)

5) 습식 바탕 위의 타일 시공(콘크리트면, 미장면, P.C면, A.L.C면 등)

6) 지하철, 터널 등의 진동이 있는 부위의 타일 시공


이와 같이 되어 있어 우리 집의 시공 상황에 부합하는 것 같아 플라스틱 1 통과 포대 2개를 구매해서 플라스틱 통에 넣고 배합을 했다. (플라스틱 통이 더 비싸다)

배합 시 필요한 물의 양은 통에 표시가 되어 있는데 5.2 ~ 5.8L의 양을 배합하면 된다. 교반기로 물과 혼합 시에는 접착제 통을 오픈 한 다음 분말 접착제를 다른 곳으로 옮긴 뒤 물을 먼저 붓고 그 위에 분말 접착제를 다시 넣어서 교반해야 혼합이 잘 된다. 

선택한 벽타일의 크기는 300*600 크기로 접착제를 도포하기 위해 7mm 톱날의 타일 흙손(톱니 고대)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화장실의 한 벽면 또는 전부를 접착제를 도포하고 타일을 부착하지만 남편은 경험이 없기에 일단 한 줄 정도 부착할 수 있는 면적만 접착제를 도포하였다. 


타일 접착제(본드)를 벽면에 도포할 때는 본드가 벽면에 달라붙도록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타일 흙손을 이용해 본드를 한번 펴 바르면 고르게 잘 펴지는데 본드가 벽면과 밀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힘을 주어 상하/좌우로 교차하면서 흙손(고대) 질을 2~3회 하면 본드가 벽면과 밀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일 뒷면에 본드를 도포한다. 타일 뒷면에 본드를 추가적으로 도포해서 붙이는 방법을 ‘개량압착법’이라고 하는데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차이가 크다. 개량압착법은 하지(벽, 바닥)에만 본드를 바름으로써 타일에 본드가 잘 묻지 않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시공법인데, 개량압착법과 일반압착법 두 가지를 테스트해보니 확실히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타일을 붙일 때는 타일을 두드려 주기보다는 반드시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이면서(비비대면서) 눌러 주는 것이 본드가 타일과 빈틈없이 견고하게 붙는다.

중간 분리대인 스테인리스 코너비드를 놓고 레이저 레벨기도 켜놓고 대망의 첫 장 타일을 붙였다.  

그런데 고정이 안된다.

흘러내린다.

한참을 누르고 있어도 중력의 법칙을 이겨내지 못하는 타일...

타일이 너무 커서 그런가? 드라이 픽스 접착제를 잘 못 혼합한 건가? 

남편에게 갑작스런 멘붕이 찾아왔다. 300*600의 타일을 유튜브에서 보면 중간부터 붙이는 시공 모습이 많이 보여서 당연하게 가능할지 알았는데 드라이픽스 접착제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부엌 타일 부착 후 사진

사실 화장실 타일 붙이기 전 세라픽스 타일 접착제를 이용해 부엌 벽을 시공했었는데 그때는 아무 문제없이 타일이 잘 붙어서 이런 현상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어쨌든 계속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타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CT-64 타카핀을 낱개로 분리하여 하단에 고정했다. 기껏 방수해 놓고 구멍 뚫고 있다고 남편은 한숨을 쉬었지만 이미 접착제를 교반해 놓은 상태였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초보의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작업을 이어갔다.

일단 작업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소요되자 벽면에 도포했던 본드를 다시 긁어서 회수했다. 작업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타일 1~2개 면적에만 본드를 바르고 타일을 붙이기로 했다. 

드라이픽스의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면 오픈타임과 가사시간이 나오는데 처음 작업하는 남편에게는 맞추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 본드 부착 시 유의사항

- 오픈타임(20분 이내) : 본드 도포 후 타일을 붙여야 하는 시간(20분 이내에 부착)

- 가사시간(60분 이내) : 분말의 타일접착제를 물과 교반 한 후 사용 가능한 시간(1시간 이내에 모두 사용) 


오픈타임은 작은 면적씩 본드를 도포하여 붙이면 되기에 지킬 수 있는데 가사시간은 몇 배를 초과해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셀프 리모델러의 마음을 본드가 헤아려 주길 바랄 뿐이다. 

타일을 하단에서부터 붙이면 가장 아랫줄의 타일만 잘 받치고 그 위부터는 타일 간격재(쿠사비)를 이용해서 하나씩 받치면 되는데, 가장 아랫단의 타일의 크기가 27cm 정도의 높이여서 3~4cm 정도를 컷팅해야 하는데 그 정도는 타일 컷팅기로 재단이 어렵고 그라인더로 잘라야 했다. 


웬만해서는 정석을 추구하는 남편이지만 시간에 쫓기어서인지 멘탈이 회복이 안되어서인지 일단 타카핀을 이용해서 못질을 하며 타일을 붙여나갔다. 완전 만신창이가 된 방수합판의 벽면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중에는 옆 벽면의 부착된 타일의 선을 보고 한쪽 벽은 아래쪽부터 타일을 붙여 못질을 최소화했다. 

타일 컷팅기로 자르기 어려운 좁은 면은 그라인더로 자른다. 비산 먼지가 많이 발생하여 여러 장을 재단할 때는 실내에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중고로 산 타일 컷팅기가 상태가 안 좋아서인지 타일 표면이 울퉁불퉁해서인지 타일이 잘 컷팅이 안된다. 매끄러운 표면 부엌 타일을 컷팅할 때 보다 확실히 잘 안 잘려졌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흘러간다고 3개의 벽면을 붙였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한 몸인 화장실의 출입구도 타일을 붙이기 위해 스텐 코너비드를 붙였다. 피타고라스 정리가 생각나는 삼각형 구조인데 그라인더로 스텐 코너비드를 딱 맞게 접기 위해서 얼마나 왔다 갔다 하면서 그라인더를 가동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실히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이번에는 미리 타일을 모양에 맞게 재단해 놓고 한 번에 붙여나갔다. 역시 학습 능력이 뛰어난 남편이다. 

벽면 타일이 완성되었으니 바닥으로 넘어간다. 

바닥은 벽 보다 본드를 더 두껍게 도포하였다. 그리고 역시나 타일 뒷면에도 본드를 도포하는 ‘개량압착법’을 이용해서 타일을 붙여나간다. 타일 뒷면에 본드를 발라주는 것을 해보려 했으나 나는 남편이 하는 것처럼 쉽게 되지 않아 도움을 못 주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도 남편은 수월하게 하는 것 같아 쉬워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바닥 타일을 붙일 때는 물 배수가 잘 되도록 평탄과 구배를 신경 써서 붙여야 한다. 그리고 벽타일 줄눈과 바닥 타일의 줄눈이 일치하도록 붙여 준다. 벽타일은 300*600 크기이고, 바닥 타일은 300*300 정도의 크기여서 1장 건너뛰어서 줄눈이 딱 맞도록 되어 있다. 

욕실 배수구 주변은 물 내림이 용이하도록 타일을 배수구 드레인(육가, 유가, 트랩)에 맞추어 컷팅하여 붙인다. 물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므로 신경 써서 잘 붙여줘야 한다. 


* 여전히 적응 안 되는 건축 용어...

‘육가, 유가’가 무슨 말이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일본어로 ‘유까’가 ‘마루’라는 뜻인데 아마도 ‘바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고 한다. 

욕실 드레인은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는 남편이 사진에서처럼 타일 매립형을 구매해 장착하려 했는데 욕실 바닥 몰탈을 완성한 후에서야 저런 제품은 최소 설치 높이가 20mm 이상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닥 평탄화를 할 때 배수구 주변은 드레인 높이를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결국 10mm 두께의 흔히 보이는 디자인의 슬림형 드레인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2층 화장실은 타일 매립형을 장착할 예정이다. 

타일 부착이 완료되었으면 줄눈(메지) 작업을 한다. 작은 통에 물을 조금씩 첨가하면서 치약 정도의 되기로 반죽을 해주면 된다. 타일을 붙인 후 바로 줄눈 작업을 하지 않고 이틀 정도의 양생 시간을 두었다. 

왼손으로 한 줌 떠서 타일 사이를 쓰윽 발라준 다음 줄눈흙손으로 눌러 긁어준다. 줄눈 시멘트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2번 정도 줄눈흙손으로 줄눈용 백시멘트를 채워주었다. 

전체 줄눈을 메꾸었으면 스펀지를 이용해서 줄눈을 닦아 준다. 처음에는 스펀지 한 면으로 2회 닦아주고 뒤집어서 역시 2회 닦아 준 후 물로 세척한 후 꼭 짜서 계속 반복한다. 그리고 물 통에 새로 물을 받아서 이번에는 스펀지 한 면당 1회씩만 닦아서 마무리 해 준다. 

줄눈을 닦으니 제법 깔끔한 모습이 보인다. 

작업하다 보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깜박하거나 분명 찍었음에도 어디론가 사라져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줄눈 작업 후 전체 샷을 찍은 사진을 찾지 못해 변기를 놓은 후의 사진으로 대체한다. 




바닥 타일이 벽타일보다 조금 더 어두운 것이 안정감 있다고 하여 분명 바닥 타일을 더 진한 것으로 선택했는데 시공해 놓고 보니 사진에서처럼 완전 비슷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음 의도한 만큼의 차이가 나지 않아 남편은 조금 불만이다. 남편이 작업 과정이나 결과에 만족스러워하지 못할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자기야, 날 위해 예쁜 집으로 만들어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내가 만족스러우면 된거 아닌가요?

이보다 더 멋질 순 없어요"


남편과 달리 충분히 만족스러운 나는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 벽타일은 분홍 빛이 들어가 있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타일인데 아무리 찍어봐도 사진으로는 그 색이 나오지 않고 바닥 타일과 같은 색으로 찍혀 아쉬울 따름이다. 1층 화장실은 계단 아래에 있어 모양이나 분위기가 싫다던 딸아이도 타일 부착 후 예쁘다며 잘 사용하고 있고 아들 역시 이것도 아빠가 한거냐며 감탄하고 있다. 불만 1명, 만족 3명으로 '이보다 더 잘할 순 없다'로 결론 내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소의 환경에서 최대의 선택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