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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Jan 04. 2021

최소의 환경에서 최대의 선택은

1층 화장실 ②  단열, 방수

부실시공으로 인해 멘붕으로 찾아왔던 화장실 철거와 배관시공에 이어 꼼꼼한 남편표 작업이 이어졌다.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에서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고, 나 또한 주택이 아파트보다 많이 추움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집을 고치면서 단열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의 체질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이기에 화장실 단열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오래전에 지어진 주택이라 화장실이 그리 넓지 않고, 무엇보다도 1층 화장실은 내부 계단 아래 위치한 덕분에 사용 면적이 더욱 협소하기에 무작정 단열을 두껍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화장실 단열을 위해 남편이 고민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본적인 단열 성능을 갖출 것

2. 단열로 인한 화장실 면적의 축소가 최소일 것

3. 작업이 용이성이 따라주면 금상첨화


여러 가지 방안을 찾아내어 고민하던 남편이 선택한 방법은 “30mm XPS 단열재(특호) + 12mm 합판(방수 작업) + 타일”이다. 12mm 합판은 방수합판이나 태고합판이 아닌 일반 합판인데 어차피 합판에 방수작업을 할 것이라 굳이 비싼 합판이 아닌 일반 합판을 선택하였다. 

빈틈없이 단열재를 붙이고 이음부는 집에 남아 있는 우레탄 실리콘으로 메워주었습니다.

(실내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냄새 때문에 고민해 봐야 할 듯) 

단열재 부착 작업은 이전 단열재 '세상 하나뿐인 옷을 입히다' 편을 참고하면 된다. 

항상 그렇듯이 ‘폼본드’를 이용했고, 습이 많은 화장실이라 좀 더 견고했으면 하는 마음에 ‘유승 G-II’라는 단열재 접착제를 같이 사용했다. (유승 G-II 본드도 전에 작업하고 남아 있어서 사용한 것인데, 점도가 낮아서 ‘떡가베 시공’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음 ) 

단열재를 붙이면서 화장실 구조에 약간의 변화를 주기로 했다. 1층 화장실에 욕조를 놓기로 하였기에 욕조가 들어가는 측면 벽을 쌓았다. 계단 아래 부분의 쓸모없는 공간에 벽돌로 벽을 세우고 만들어진 빈 공간은 수도 분배기의 설치와 욕실용 비품을 넣어두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집에 설치한 모든 수도 배관은 이중배관으로 하였다. 사진에서 처럼 검은색 주름관을 가설하고 나중에 주름관 안으로 수도배관을 삽입하여 시공하는 것을 이중배관 시공이라고 한다. 수도 배관이 각각의 수전으로 1개씩 설치되어 누수의 위험이 없고, 동시 사용 시 수량의 변화가 적고, 문제 시 벽이나 바닥 철거 없이(또는 최소화) 교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반면 재료의 소진이 많고, 수도 분배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작업공정이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기본적인 내벽이 완성되었으므로 이제는 배수관이 보일 바닥을 메꿀 차례이다. 몰탈로 배수관을 덮기 전 ‘시멘트 액체방수’라는 기법을 사용해 1차 방수를 했다. 시멘트 액체방수라는 것은 “한일 레미탈(일반 미장용) + 방수액 + 물”을 아주 묽게 혼합하여 빗자루로 쓸어가면서 발라주는 기법으로 남편은 일반 시멘트를 조금 더 추가해 주었습니다. 


* 모르타르(mortar) :

- 시멘트+모래+물, 

- 몰탈이 표준어가 아니라 모르타르가 표준어라고 함.

- 몰탈, 모르타르, 사모래 모두 시멘트+모래를 혼합한 것이라고 보면 됨. 

- 물의 혼합 유무에 따라 몰탈, 모르타르(물 혼합) / 사모래(물 비혼합, 건식, 건비빔)로 나누기도 하는 것 같은데 사용하는 분들에 따라 희미가 뒤죽박죽 혼용되고 있는 것 같음. 

* 레미탈 :

- 한일시멘트라는 회사에서 용도에 맞게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판매하는 제품의 명칭 


건축 용어는 정말이지 복잡하다. 영어와 콩글리쉬 일본어 등이 혼합되어 처음에는 무슨 말일까, 왜 이렇게 부를까 생각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남편이 방수에 대해 정말 오랫동안 공부를 했었는데 남편 생각으로는 그렇게 신용할 만한 공법은 아닌 것 같다고 알려 왔다. 

어쨌든 시멘트 액체방수라는 것을 한 다음에는 몰탈로 부지런히 채워준다. 몰탈의 양이 많이 들어가서 벽돌로 빈 공간을 많이 채워주었다. 

몰탈 배합용 고무 대야에서 시멘트를 섞다가 소모되는 양을 감당할 길이 없어 마당에 가서 몰탈을 만들어 고무 양동이로 퍼다 날라서 평탄화 작업을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남편의 허리가 그날 아주 곡소리 났다. 

타일을 단열재에 부착할 수 없으므로 단단한 벽 역할을 할 수 있는 합판에 방수 작업을 하였다. 방수제로는 ‘고뫄스’라는 제품인데 마르고 나면 얇은 고무 피막을 형성한다. 냄새가 독하다는 이들도 있던데 우리가 사용한 것은 냄새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제품 케이스에 ‘최우수등급 친환경 건축자재’라고 표기되어 있던데 나중에 제품이 개선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화장실 벽면 구조에 맞게 재단한 다음 자른 면의 테두리는 다시 고뫄스를 발라 방수작업을 해준다. 

그 후 우레탄 폼본드와 유승 G-II 접착제를 도포하여 단열재 벽면에 붙여 준다. 

합판을 붙여주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합판 자체가 면적이 크고 무거우며 약간의 휨 등이 있기에 꼭 눌러주고 있어야 하는데 우레탄 폼본드가 단단하게 굳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므로 그때까지 계속 누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합판을 누르고 있으면 합판의 좌우에 남편이 재빠르게 충전 드릴로 3mm 구멍을 내고 다시 해머 드릴로 시멘트 벽면을 타공 후에 콘크리트 못을 박아 고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좌우 2군데 정도만 빠르게 시멘트 못을 박으면 합판이 고정되는데 그 후에는 남편 혼자서 합판 여기저기에 타공 과정을 거쳐서 시멘트 못을 박아 단단하게 고정하였다. 

그런데 합판 벽면 작업을 하면서 앞서 세웠던 욕조의 한쪽 벽면용으로 세운 계단 아래쪽 벽돌벽의 위치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나 다른 방법을 찾아봤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결국 부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의 마음은 안타까움이지만 남편의 마음은 아마도 여러 생각이 교차하면서 체온이 많이 상승했을 순간이었다.

힘을 내서 다시 위치를 잡고 벽을 세운다.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 실수가 정말 비일비재하다. 

혼자서 이 많은 것을 하는 남편임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왜 이런 실수를 했지? 내가 소질이 없는 건가?’라면서 한숨을 쉰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정말 그 피로함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질이 없다는 건 너무 큰 자기 비하인 것 같다고 한마디 해준다. 이미 넘치도록 잘하고 있으니 그런 실수는 어여쁘게 안고 가시라고.... 

욕조의 전면부의 경계선도 벽돌로 한단 쌓아 준다. 나중에 욕조를 설치하면 전면부를 ‘에이프런’라는 플라스틱 가림막이 아닌 타일로 마감하기 위해 벽돌로 조적을 하고 있다. 

욕조용 수전을 고정할 수도 배관을 자리 잡고 몰탈로 촘촘하게 고정시킨다. 수전을 연결하는 배관 부속이 ㄱ자로 위치하고 아래에서 수도 배관을 고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사진과 같이 뒤에서 수도 배관이 오므로 약간의 개조를 통해 ㄱ자 배관 부속을 옆으로 돌려서 시공하였다. 

바탁 타일이 붙을 수 있게 바닥면의 최종 몰탈 작업을 한다. 바닥의 몰탈이 완전히 굳으면 고뫄스 방수 후 타일을 붙일 것이라 평탄함과 물 흐름을 위한 ‘구배(기울기)’가 아주 중요하다. 레이저 수평계를 켜놓고 바닥의 평탄작업을 신중하게 처리한다.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타일 기술자분들은 바닥을 건식 몰탈(물 없이 시멘트+모래)로 다진 후에 수평을 잡은 후(물이 없는 상태이기에 수평 작업이 매우 용이함) 물조리개로 물을 흠뻑 뿌려준 다음 다시 평탄작업 후 바닥용 압착 시멘을 액상화 시킨 노릿 물이라는 접착제를 도포하여 타일을 붙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철거를 하면서 누수로 인해 화장실에 고인 엄청난 물의 양을 봤기 때문에 저 방법이 불안해서 번거로움을 자청했다. 남편의 생각으로는 시멘트는 강도가 높지만 크랙이 쉽게 가는 특성의 재료로 외부적 진동이나 충격에 크랙이 발생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요즘은 한국도 지진 비슷한 진동이 자주 발생하는데 타일과 타일 사이의 메지(줄 눈)에 크랙이 발생하면 누수 문제가 발생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건식 몰탈 후 노릿 물 시공이라는 시공이 아닌 바탕면에 신축성 좋은 고뫄스 방수액을 도포한 것이다. 

사진에서처럼 바닥의 몰탈이 양생 된 후 벽면 타일을 붙이기 전 다시 한번 벽과 바닥의 경계선에 고뫄스 방수작업을 하였다. 벽타일 작업 후 바닥에 고뫄스 방수 작업을 하고 양생 후 바닥 타일을 붙인 것이 우리 집 화장실 방수 시공법이다. 


남편에게 우리 집 방수법이 좋은 방수법이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절대적으로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깜짝 놀라 그럼 왜 그렇게 했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여러 이야기를 해왔다. 


요약해 보면


- 팽창성은 큰데 수축성이 작다는 고뫄스의 특징

- 2회 도포해도 얇게 형성되는 방수층 두께

- 타일 접착제와의 낮은 호환성


등의 특성으로 지금 하라면 안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뫄스 방수를 한 것은 


- 고뫄스 방수제를 미리 2통이나 사놓아서 반품이 안된다는 것

- 다른 기법의 방수 재료를 준비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것

-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으니 있는 것으로 어떻게 해보자는 최종 결심


등의 이유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럼 만약 다시 한다면 어떤 방수 기법을 하겠냐고 물으니 “방수시트” 기법의 방수를 할 것이라고 한다. 알면 알수록 복잡한 리모델링의 세계를 나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남편의 감정선과 건강만 잘 체크하면 되니 방수시트 기법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질문을 멈췄다. 




남편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봐 오며 눈에 보여지는 부분 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의 단열, 방수 등이 중요함을 깨닫고 있지만, 여전히 내게는 살면서 계속 보게 될 부분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에게 기다림과 두근거림을 선물했던 화장실 타일 작업이 이제 코 앞이다. 최소한의 환경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한 남편의 고민이 녹아들고 있는 셀프 리모델링에 무조건적인 사랑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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