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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Jan 02. 2021

이러지 맙시다!

1층 화장실 ①  철거 , 배관시공

셀프 리모델링은 힘들다. 그보다 더 힘든 건 살면서 하는 셀프 리모델링이다. 

집 안에서 신발을 신어야 하는 일, 청소년이 된 자녀들에게도 독립적인 공간을 줄 수 없다는 사실, 부엌이 없고 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버너로 음식을 해 먹는 일... 그동안 겪었던 불편함을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가장 절실했던 공간은 '화장실'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자꾸만 다른 곳을 수리하고 있었다. 남편 속도 모른 채 재촉만 해오다 화장실 수리가 시작된 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건 진짜 보통 일이 아니구나


수리 전 집 모습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화장실이 자리 잡고 있어 구조가 썩 아름답지 않았다.

화장실 자체 면적은 24평 아파트 화장실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위 가운데 사진처럼 계단 아래 부분은 쓸 수 없는 면적이다 보니 실 사용 공간이 너무 작았다. 샤워부스를 설치하면 그래도 사용하기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1층에 꼭 욕조가 있어야 한다는 아내 요구에 남편의 고민이 참 많았던 공간이다. 


단열을 하면 면적이 더 좁아지므로 화장실 벽 전체의 타일을 철거하고 싶었지만 철거 시 발생하는 진동도 크고, 무엇보다  떠붙임(떠발이) 기법으로 붙여진 타일이 너무 견고하여 완전 철거는 포기해야 했다. 

2층 계단 아래에 위치한 화장실이다 보니 사용하지 못하는 면적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층고가 너무 낮다. 변기 위치와 수전 그리고 새로 설치되는 욕조까지 감안하면 바닥을 다 들어내야 하는 것은 필수였다. 

그래서 파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함마~~~ 

하도 오래전에 지어진 집이다 보니 설계 도면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전부 파헤쳐 보기 전에는 구조를 알 수 없었던 우리 집이다. 

화장실 내부의 배관은 모두 새로 설치하더라도 내부의 어느 지점에서 외부로 나가는 기존 배관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조심하면서 철거를 했다.

위 사진에서 두꺼운 100mm 파이프가 변기용 배관이고,  변기 배관 아래의 작은 50mm 파이프가 하수용 배관이다. 2층 화장실의 배관도 1층 화장실에서 조인되어 변기 배관은 마당의 정화조로, 하수배관은 담장 밖의 하수도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이러지 맙시다! ①


리모델링 작업하면서 집 내부까지 철거를 하다 보니 평소에는 감춰져서 볼 수 없던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그중 비양심적으로 작업한 업자들의 결과물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여러 번 들었는데 이번 화장실 작업 중에도 그런 모습을 또 보게 되었다. 

위의 사진은 욕실 바닥의 배수트랩(육가, 유가)이 설치되기 위한 T형 이음관 부분의 사진으로 파이프의 구멍은 철거하다가 난 구멍이고 나머지는 원래의 설치된 사진이다.  T형 이음관과 연결되는 배관의 시작 부분을 열로 가열하여 바로 꺾으려 하다 보니 주름이 져서 T형 이음관과 접합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니 항상 누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편이 말하기를 이런 경우에는 45도 연결 부속을 사용하거나 파이프의 끝 부분이 아닌 중간 부분을 가열하여 구부리면 연결 부분의 변형이 없어 본드 접속이 잘 되어 누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위 사진의 배관에 있는 커다란 구멍은 다른 오수 배관을 연결하기 위함으로 부엌에서 오는 배관이 욕실의 배관과 연결되어 하수도로 나가고 있었다. 서로 높이가 다른 상황이었는데(부엌 배관이 더 높았음)  T자 연결 배관을 사용하지 않고 아래쪽의 욕실  배관을 저리 뜯어서 위쪽의 부엌 배관을 저기에 넣은 다음 테두리에 실리콘을 발라놨다. 그마저도 실리콘을 쏘면서 깨끗하게 청소마저도 안 했는지 실리콘이 다 떨어져 있었다. 정말 꼭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어찌 되었든 또다시 부지런히 철거를 시작한다. 집을 지으면서 처음 설치했던 금속 수도 배관도 철거하고, 나중에 재시공한 노란색 수도 배관도 철거하고, 화장실 바닥도 두 번 덧방 되어 있어서 모두 철거했다. 그런데 자꾸만 쌓이는 저 폐기물을 또 어떻게 치우나 걱정이 앞설 때 화장실 아래 부분이 빈 공간임이 떠올랐다.


이러지 맙시다! ②

화장실과 맞붙어 있는 방바닥을 철거하다 드러난 부분으로 중간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입식 화장실을 만들 때

배관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옆 방의 벽을 일부 타공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지저분한 저 모습도 배관과 이음관의 크기가 맞지 않아 X이 조금씩 새어 나온 것이다. 정말 작업을 무슨 생각으로 한 걸까.


불빛을  비추어 보니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는데 각재를 넣어서 측정해 보니 화장실 바닥 면적의 넓이에 높이 1m 50cm 정도 되는 크기였다. 아마도 집을 처음 지었을 때는 정화조가 없었고 저 빈 공간이 푸세식 화장실의 변 창고이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뚫었다. 그 빈 공간에다 콘크리트 폐기물을 몽땅 집어넣을 생각에 복잡한 일이 하나 줄었다는 생각에 정말 신이 나서 뚫었다. 7인치 그라인더로 홈을 내 준다음 파괴함마로 뚜다다다다~~~

남편이 하는 걸 자주 보다 보니 소음이 무섭지 더 이상 작업이 무섭지는 않다.

말끔하게 치워졌다. 일단 변기 배관만 남겨두고 하수 배관까지 모두 철거했다. 누수가 심해서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모습이 사진에도 나타난다. 

바닥 철거를 마친 후 기존 타일 철거 부분의 요철을 제거하기 위해 벽면 샌딩 작업을 시작했다. 샌딩 작업을 할 때는 벽면에 물을 흠뻑 적셔야지만 비산 먼지가 덜 발생함을 경험으로 알아냈다. 물을 뿌리지 않으면 남편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먼지가 구름처럼 발생했다.  

타일과 기존의 수도 배관 철거 한 부분을 미장한다. 


이러지 맙시다! ③

철거 작업이 끝난 후 이제 배관 설치 작업에 들어간다. 2층의 화장실 배관이 내부 계단 벽을 통해서 1층 화장실로 내려오는데 100mm 변기 배관과 50mm 오수 배관이 함께 내려올 만큼 공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처음 작업했던 분이 벽을 타공 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벽 부분에는 75mm 변기 배관을 사용하여 1층에서 100mm에 얹어 놓아 지저분한 것이 새어 나오는 상황을 연출되었었기에 빈틈없는 100mm 배관으로 연결하고자 배관 들어갈 부분을 확장하고 있다. 집 고치면서 여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접했던 남편인데 화장실 작업하면서 제일 많이 실망하고 분노했었던 것 같다. 

벽 배관 구멍을 확장한 후 50mm와 100mm 배관을 넣어서 확인을 해 본다. 

그리고 배관 연결 작업을 한다. 사이즈를 측정 후 톱으로 자른 후에 PVC 파이프 본드를 칠하여 힘주어 눌러주면 결합이 된다. 

50mm는 손으로 눌러도 잘 들어가는데 100mm는 고무망치로 두드려 주는 게 조금 더 편하다고 한다.

변기 배관의 기울기는 너무 경사가 커도 오물의 흐름에 좋지 않다고 않다. 경사가 크면 더 잘 내려갈 것 같지만 내용물을 실어가지 않고 물만 먼저 내려가서 오히려 문제가 된다. 권장 사항이 1/100 기울기라는데 이것은 100mm 수평 배관이 한쪽 끝에서 1mm 내려가는 기울기라고 남편이 말해주는데 남편도 그게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평계에서 물방울이 한쪽 눈금에 달랑 말랑 할 정도로 기울기를 주었다. 

하수 배관도 차근차근 연결해 나간다. 배관을 조금 구부려야 하는 곳은 열풍기로 가열하면 배관이 엿가락처럼 부드러워진다. 필요한 만큼 살짝 구부리고 굳을 때까지 잡고 있으면 식으면서 처음처럼 단단해졌다. 

이제 마무리되어가나 싶었는데 부엌의 오수가 연결될 배관이 이상하다. 건들건들 움직이더니 살짝 힘을 주니 살포시 빠져나와 준다. 어쩔 수 없이 50mm  배관을 놓고 그 크기만큼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밖에서 봤을 때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벽 밖으로도 작은 구멍을 몇 개 뚫어 위치를 표시했다.  


이러지 맙시다! ④

밖으로 나가서 배관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벽을 철거한다. 화장실을 철거하기 전에는 배관이 모두 마당 쪽으로 나간다고 생각했었기에 사진에서 보이는 벽의 어설픈 미장의 공사 흔적과 벽에서 나오는 누수의 흔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화장실 작업을 하면서 배관 공사의 흔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기존에 화장실 작업을 했던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었나 보다. 이곳저곳 하자 투성이다. 배관 연결 부위에 접착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것인지 벽을 철거하면 연결 부분이 대부분 분리가 되었다. 

배관을 안으로 집어넣어 연결하려고 파손된 윗부분을 자른 후 벽 아래쪽의 누수 흔적이 신경 쓰여 배관 안쪽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보았다. 배관이 매끄럽지 않고 요철이 있다. (배관 사진 안쪽의 까만 부분) 

결국 더 철거하기로 하고 파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파이프가 파손되어 있고 실리콘이 또 나타났다.

파이프의 파손이 저렇게나 큰 데도 실리콘으로 대강 바른 후 미장을 해 버렸으니 전의 집주인은 알리가 없었을 것이다. 답답한 상황에 힘 빠진 남편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때마침 안면을 튼 고양이가 방문하여 남편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동네 길 고양이인데 간식도 주고 먹이도 주었더니 자주 와서 애교를 부린다. 마음을 진정시킨 남편이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문제가 있는 배관을 잘라내고 새 배관을 연결할 작업을 준비한다. 

작업보다 생각지 못한 하자와의 마주침으로 더 힘들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배관이 연결되었다. 

이날 분노 게이지가 많이 상승한 남편이었지만 나와 길고양이의 응원에 진정할 수 있었다. 

파헤친 부분이 너무 커서 몰탈과 벽돌 조각을 이용해서 대충 메꾼다음 다음날 미장을 했다. 

드디어 배관 시공이 끝났다. 

작업도 힘들었지만 생각지 못한 숨겨져 있던 부실시공과 맞닥뜨리던 순간은 감정적으로도 지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작업까지 어떻게 직접 하려고 그러나 싶기도 했다. 힘드니 맡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 생각은 달랐다. 직접 꼼꼼하게 작업해야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셀프 수리를 한다는 말에 아무래도 직접 하다 보면 꼼꼼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주위에서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직접 작업하지 않았다면 기존의 부실시공도 모른 채 다시 덮어서 작업해 문제가 반복되었을 수도 있다고...


하자와 마주하며 작업이 많아진 탓에 화장실 수리 기록 또한 길어졌다. 힘들 때는 쉬어가야 하듯 화장실 작업은 기록 또한 나누어서 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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