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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Dec 28. 2020

당신에겐 '필요 없음' 나에겐 '필요 있음'

장판 시공, 하나씩 채워져 가는 우리 집

이사 후 두 달 동안은 장판도 깔리지 않은 방에서 생활했었다. 잠을 자는 방에만 임시로 단열재 등을 깔아놓고 그 방에 들어갈 때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기에 장판을 시공하던 날의 반가움을 지금도 기억한다. 

우리가 구입한 장판은 3.2t 두께의 한화장판으로 구매 시 두께 선택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두꺼운 것일수록 좋겠지만 셀프시공이 어렵다는 인터넷 글들이 있어서 고민하다 3.2t로 결정했다. 


인터넷에서 1롤로 구매 후 택배로 받던 날, 기사님이 자꾸만 집에 남자 있냐고 확인을 하면서 물건이 많이 무겁기 때문에 꼭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과거 허리를 다쳐 수술 후 무거운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 남편이지만 어쨌든 희망하는 남자가 있으므로 그러하다고 답변을 드렸다. 택배를 받고 보니 기사님이 노심초사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택배 기사님은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요리조리 궁둥이를 자리 잡는데 온 신경을 세운 남편과 함께 화물을 바닥에 내려놓고 떠나셨다. 


대문 밖에 있는 장판을 마당으로 들여놔야 하는데 남편과 둘이서 장판을 쓰담 쓰담하면서 고민하다 밧줄을 이용해서 고리를 만든 다음 롤 장판의 양쪽에 걸친 후 어깨에 메고 마당 안으로 겨우 들여놓았다. 마당에 있던 장판은 시공하기 전까지 3주 가까이 마당에 있었다. 너무도 무거웠기에 안으로 들이는 것은 그냥 포기하고 비닐로 잘 덮어놓고 비가 와도 그냥 애써 외면했다. 이처럼 구입과 2층으로 옮기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던 장판 시공이었다. 

장판을 시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멘트 방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그다음 장판을 깔 방향을 줄자로 측정한 후 길이보다 10cm 정도 더 크게 잘라서 방에 던져두었다.

재단은 마당에서 했다. 여분의 단열재를 바닥에 2개 깐 다음 장판 롤을 세우고 살살 돌려가면서 원하는 길이만큼 잘랐다. 장판 뒤쪽에 10cm 간격으로 줄이 표시되어 따로 줄자로 측정할 필요는 없다. 

장판이 두꺼워서인지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장판을 모서리에 대고 접은 다음 칼로 주욱 그어서 재단하는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단 위치를 표시한 다음 재단 마킹을 한 다음에 잘랐다. 

벽 쪽은 어차피 걸레받이 몰딩을 장착하고 실리콘 처리를 하기 때문에 5mm 이내의 오차는 큰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장판용 본드를 톱니 헤라를 이용해서 장판 사이드 부분에 너무 두껍지 않게 고루고루 펴 바른다. 

목공용 본드 같은 본드였는데 바닥에 도포한 후 바로 장판을 덮지 않고 시간이 몇 분 지난 후에 붙이면 접착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장판이 두 개가 맞물리는 부분은 아래 장판과 위 장판의 선이 어긋나지 않도록 잘 맞물려 준다. 그러고 나서 방바닥에 본드를 도포한 후에 다시 한번 겹치는 부분의 장판의 라인을 확인한다. 위쪽 장판의 선을 기준으로 컷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겹쳐있는 아래쪽 장판의 선이 1~2mm 더 안쪽으로 가게 겹치는 것이 좋다. 두꺼운 장판을 컷팅하다가 아래 장판이 살짝 밀리면 선이 2개가 보이기 때문에 살짝 넣어주는 것이다. 장판에 있는 선이 보이지 않거나 2개가 보이면 이상하기 때문에 위쪽 장판의 선이 보이도록 자르고 아래쪽의 장판의 선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단 후 서로  맞물린 장판 부분에 융착제라는 것을 바른다. 융착제가 담긴 부드러운 플라스틱 통의 주입구가  T 자형으로 되어 있어서 맞물려 있는 장판의 틈새에 끼워 넣은 다음 플라스틱 통을 누르고 쓰윽 지나가면서 주입한다. 

그리고 마른걸레로 바로 주변부의 융착제를 닦아 준다. 융착제는 냄새가 무척 독하기 때문에 반듯이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충분한 환기를 확보한 다음 하루 정도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장판 시공은 작업 후의 부산물이 그다지 나오지 않아서 다른 작업보다 현장이 너저분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융착제 냄새가 너무 독한 것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한참 후 거실도 장판을 깔았는데 냄새에 민감한 남편이 융착제 도포를 생략했는데 아직까지는 장판이 벌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금 이상해지면 나중에라도 도포하기로 하였다. 

2층 큰 아이 방의 장판 시공이 마무리되었다.

두 번째로 깔린 2층 작은 아이 방이다. 방 한 칸에서 온 가족이 생활하면서 예민할 나이인 중학생 딸아이에게 늘 미안했었다. 


무슨 굴비 엮어놓은 것도 아니고... 온 가족이 방 한 칸에 같이 일자로 누워서...


짜증보다는 유머스럽게 감정을 털어놓는 딸아이 말에 빵 터지기도 했지만 늘 미안한 마음이었기에 장판이 깔리자마자 아이 방에 가구를 채워주기로 했다. 


주택 구입 후 셀프 수리를 시작하면서 웹상에서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자주 검색해보곤 했다. 처음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집에 시선이 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공 방법이나 자재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소개된 집들에 들어간 가구나 조명, 수전 하나의 가격을 보고 허걱 했던 순간도 많았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성, 단열 등 집의 가장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는 보여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용을 줄이려 노력했다. 셀프 수리를 시작할 때부터 필요한 공구도 대부분을 중고로 구입하고,  철거를 하면서 나온 여러 폐기물들도 최대한 재활용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2층은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이 되어가면서 필요한 가구는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어 버려질 가구를 중고거래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해 오기로 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어진 가구가 새로 태어나다①  책상


이전 아파트에서는 침대를 놓을 수도 없었고, 책상 상판도 잘라서 사용해야 했던 작은 아이에게 공사가 마무리되면 침대를 들여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오빠가 사용하던 책상을 물려받아 그나마 방 사이즈에 맞추느라 상판을 잘라야 했던 딸아이의 책상은 유리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 오염도 많았던 상황이었다. 중고거래 사이트를 보던 중 딸아이 방에 놓으면 좋을 책상을 발견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책상을 나눔 하겠다는 분의 집으로 가 화물차에 실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크고 튼튼한 책상에 페인트 칠만 하면 새것과 다름없겠다 싶었다. 페인트칠은 급한 게 아니니 창문 옆에 놓아야 하는 아이의 방 구조상 책꽂이 윗부분을 자른 후 일단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원형 톱으로 원하는 사이즈로 자른다.

잘라진 윗부분의 상판을 조심스레 분리한 후 사용할 책꽂이에 다시 연결해 준다.

내 아이를 위한 맞춤가구가 완성이 되었으니 이제 딸아이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면 된다. 

방에 어울리지 않게 책상만 너무 화려한 거 아니냐고 주저하던 아이가 바뀐 책상에 앉아보더니 넓고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어진 가구가 새로 태어나다② 침대 


책상에 이어 딸아이가 그토록 원하던 침대를 들여놓게 되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무료 나눔 슈퍼싱글 침대 프레임을 예약하고 가지러 갔다. 나눔 하시는 분이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날짜를 미룰 수 없어 보양용 비닐과 감사용  초코파이 한통을 들고 방문했다. 

일단 아파트 복도로 침대를 빼낸 후 비닐로 꽁꽁 싸매서 지하로 내려와 화물 퀵을 신청해서 집으로 힘들게 가져왔다. 한 줄로 정리되는 상황이지만, 분리하고 빼내고 포장하고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내리고...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다행히 꼼꼼한 남편 덕분에 비를 맞지 않고 잘 가져왔다. 책상과 잘 어울리는 색상의 침대를 2층 딸아이 방으로 조심스레 가지고 올라와 조립했다. 프레임만 있고 매트리스는 없는 침대인데도 딸아이는 얼마나 좋아하던지...

다음 날 들어가 보니 인형 친구들이 외롭지 않게 침대 위로 이사해 있었다. 


벽지도 안 바른 요상한 방에 프레임만 있는 침대와 누군가 사용하던 책상이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딸아이를 보며 남편은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했다. 좋은 것만 가득 보일 나이이기에 불편함 가득일 텐데, 오히려 엄마 아빠가 고생하는 줄 아는데 짜증을 내면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들이다.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 없었다면 지나온 시간이 미소 지어지는 추억이 아닌 악몽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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