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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Jun 07. 2021

온도를 지켜라!계단문 셀프 제작기

내부계단문셀프 제작

집 내부에 2층을 오고 가는 계단이 있어 편하기는 하지만 몇 가지 단점이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단열과 관련된 문제이다. 여름에 에어컨을 켤 때도 겨울에 보일러를 켤 때도 2층 천장까지 뚫려 있는 계단이 냉난방의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임시로 가지고 있는 암막 커튼을 이용해서 가림막을 쳐두었으나 역시 해결책은 문을 다는 것 밖에 없다고 판단되어 결국 문을 만들기로 했다. 

문을 달기 위해서는 문이 고정될 ‘문틀’이 있어야 한다. 문틀은 목조 주택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38*89mm 구조재를 이용하였다. 12자(3600mm) 길이로 판매되는 구조재는 89, 140, 184, 235, 286mm의 다양한 폭이 있고, 표면이 매끄럽고 나뭇결이 살아 있어 남편이 마감재로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목 작업을 하지 않고 단열재와 석고보드를 벽면에 바로 붙인 벽이어서 평탄성이 좋지 않다. 공극이 큰 부분에 적당한 두께의 판재를 덧대어 최대한 문틀을 바르게 붙여야 한다. 문틀이 완성되었으면 사이즈를 측정한 후 문짝을 만들 차례이다.

늘 그렇지만 재료는 작업 대상에 조금 부적절하더라도 가지고 있거나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있다. 문을 만들 때는 수축․팽창력이 적어 휨이 없는 라왕 목재 등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주로 목재를 사 오는 곳은 건축용 목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어서인지 가구 제작 등 일반 목공에 적합한 목재는 없었다. 인터넷에서 해당 목재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배송비 부담이 크기에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그냥 Go~. ^^


문을 만들 때 사용한 목재는 다루끼라고 불리는 30*30mm(실제로는 27*27mm)의 소송각재와 8*38mm(실제로는 36*36mm)의 스프러스 각재 그리고 2.7mm 합판을 이용했다. 

가장 먼저 문짝 프레임으로 사용할 각재를 필요한 치수대로 재단한다. 그 후 문을 만들었을 때 노출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샌딩을 한다.

그리고 2개의 각재를 결합하여 문짝 프레임을 조립한다. 27mm 소송 각재를 안쪽으로 36mm 스프러스 각재를 바깥쪽으로 하여 목공 본드를 바른 후 나사못으로 결합하였다. 나뭇결의 방향을 서로 다르게 하여 2개의 목재를 결합함으로써 조금이라도 휨에 대한 저항력이 증대하기를 기대하였다. 안쪽 각재를 작게 한 이유는 2개의 각재를 결합한 문틀이 너무 커 답답해 보일까 싶어 크기 단차를 주면 시각적으로 조금 더 나을 것 같아서이다. 


이 모든 것은 남편의 생각이므로 정석에 맞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결과물을 놓고 보면 언제나 남편의 생각에 엄지 척을 하고 있다.

서로 크기가 다른 각재를 위의 사진처럼 결합한다. 각재를 결합할 때는 나사못 길이를 감안하여 적당한 크기로 타공을 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3mm 두께의 ‘이중비트’를 이용하여 타공을 해주었다. 조금 번거로운 부분이지만 이 작업을 해주지 않으면 건조된 각재가 나사못이 들어갈 때 견디지 못하고 갈라지고 만다.

만들어진 문짝에 투명 수성 스테인을 2회 도포한다. 습기에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3회를 바를까 싶었지만 바르고 건조하고 다시 바르는 과정 속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없는 건조한 성격이라 그냥 2회로 패스다.

위 사진은 ‘복층 폴리카보네이트(PC)’라는 재료로 보통 ‘렉산’이라고 많이 부른다. 처음에는 유리를 사용하려다 문에 장착할 유리 면적이 너무 커 사용 중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서 선택한 재료이다. 골판지처럼 중간에 빈 공간이 있는 구조로 2겹으로 되어 있는데 빈 공간의 크기에 따라 두께가 다양하다. 우리는 10mm 두께의 반투명을 선택했는데 해놓고 보니 충격에 강하고 단열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커터 칼로 사이즈에 맞게 재단한 후 임시로 문짝에 장착해 문틀에 넣어 보았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맞아떨어진다. 만약 사이즈 측정에 문제가 있어 문이 맞지 않았다면 급우울해질 남편의 예민한 성격을 달래느라 바빠졌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

문짝을 고정하기 위해 경첩을 달아준다. 사용한 이지경첩은 가지고 있던 것으로 문에 비해서 조금 크지만  ‘안성맞춤’이라는 주문을 한번 외워본 후 바로 고정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셀프 작업의 부족함은 정신승리로 극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잡이도 달아 주었다. 손잡이를 고정했을 경우 나사못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해서 선택한 손잡이다. 먼저 뒤쪽의 작은 손잡이를 붙여 준 후에 앞쪽의 긴 손잡이를 붙이고 캡을 씌우면 나사못의 흔적이 없어 깔끔하다.

유리 대신 붙이는 폴리카보네이트를 고정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나무 쫄대라는 재료를 구입했다. 5*12mm 크기를 가진 작은 나무 막대를 PC를 고정할 프레임으로 사용하였는데 문틀부터 문짝 프레임까지 모두 나무색이어서 연한 회색으로 페인트를 칠했다. 

나무쫄대에 본드를 바른 후 복층 폴리카보네이트가 위치하는 두께를 감안하여 실타카(630타카)를 이용해 고정한다. 한쪽 면의 상하좌우 모두 나무쫄대를 붙여 준 후에 폴리카보네이트를 넣고 반대쪽 면도 나무쫄대로 고정해 주려고 한다.

위 사진처럼 나무쫄대를 모두 붙이면 완성이다. 참고로 폴리카보네이트는 온도에 따른 수축 팽창이 큰 자재임을 감안해 나무쫄대로 고정하기 전에 2~3mm 더 작게 재단하여 여름에 팽창했을 때 휘지 않도록 하였다.

폴리카보네이트 표면 보호용 비닐 필름지를 제거한 최종 완성 모습이다. 볕이 가장 잘 들어오는 시간에 사진을 찍었더니 투명하게 계단이 비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은은하게 보여서 답답하지 않고 마음에도 쏙 든다.


문을 달아두니 임시로 커튼을 쳐두었을 때와 온도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 업로드하지 못하고 있는 서재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후 보일러를 조금만 틀어도 더울 정도이다. 거실도 중문과 다른 문이 다 설치되면 우리 가족의 사랑만큼이나 뜨끈뜨끈 해질 거 같다. 계단문을 제작 설치했을 때가 1월 겨울이라 따뜻함을 지키는 역할을 먼저 경험했었는데 이제 슬슬 더워지니 1층 거실에서 에어컨을 가동할 때는 시원함을 지켜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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