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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Jun 29. 2021

3년 만에 완성된 방을 보며 차오르는 감정

딸아이방 도배 & 몰딩

종종 주위에서 묻곤 한다.


"아직도 집수리가 마무리 안되었나요?"


네... 아직도 안되었습니다...


철거부터 모든 작업을 남편과 둘이서 하다 보니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위 사진은 지금 딸아이 방으로 쓰이고 있는 방으로 3년 전 구입할 당시의 사진이다. 

천장 철거 후 벽 석고보드를 뜯어내고 물을 뿌려가며 벽지를 제거했다. 

기존 바닥 위에 새로 보일러 배관을 놓으면 편하겠지만 오래된 주택의 단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방을 박스 형태로 단열을 하기로 했기에 바닥을 다 깨야했다. 남편은 파괴함마로 바닥을 부수고 나는 부서진 폐콘크리트를 치웠다. 

외벽과 마주하는 벽면과 천장은 100mm, 바닥은 75m, 나머지 내벽면은 50m 단열재를 선택했다. 두꺼운 단열재를 붙이기 위해 철거하는 시간도 힘들었지만 고정시키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이제는 웃음과 함께 하는 추억이지만 다시 하라면... 흠...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참고로 위 사진 속 듬직하게 천장을 받치고 있는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나다. 내가 봐도 늠름하다. 이런 듬직한 아내가 아니었다면 남편은 셀프 리모델링을 못했을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단열 작업이 마무리된 후 목공 작업...

목공 작업이 끝나면 전기 작업이 시작된다.

(관련 경험도 없으면서 이 모든 작업을 직접 하는 남편은 언제나 놀라움이다. 그의 금손도 놀랍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다는 말을 해오는 사람...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석고보드를 붙이면 조. 금. 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 같아 보인다. 

무거운 장판을 집안으로 옮기는 게 힘들었던 장판 시공까지 마무리된 시기가 2019년 4월이다. (참고로 집의 모든 공간이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가 다르다. 처음에는 2층에서 모든 가족이 생활을 했기에 2층 아이들 방부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 2층 거실이나 1층은 단열작업이 안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딸아이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2년 동안 석고보드가 그대로 보이는 방에서 생활을 했다. 셀프 리모델링 초기에는 장판이 깔리지도 않고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생활도 했던 우리이기에 이전과 비교하자면 불편함은 없었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17살 딸아이의 방을 제대로 꾸며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공부와 진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를 위하는 시간이 어쩌면 다른 작업보다 더 급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졌던 2021년 6월의 어느 날, 남편을 재촉해 2층 아이 방 도배를 시작했다. 

도배 전 석고보드 연결 부분으로 인해 벽지가 울거나 찢어지지 않게 네바리 작업이 먼저다.

네바리 작업이 끝난 후 본격적인 도배가 시작된다. 

벽지가 붙여진 면이 많아질수록 예쁘다는 감탄사가 커져간다. 

그렇게 벽지 작업이 마무리된 후 하단 몰딩을 시작한다. 오래전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몰딩을 사놓았던 터라 따로 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미리 계획이라도 한 듯 회색 몰딩이 벽지와도 잘 어울린다.

천장 쪽은 얇은 하얀색 몰딩이 둘러졌다.

창문은 틀에 맞춰 루바를 잘라 위쪽과 왼쪽, 오른쪽을 마감했다. 

하단은 화분 등 작은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게 원목 판재를 붙였다. 

이 원목 판재 하나에도 바니쉬를 칠하고 사포질을 하고 수많은 남편의 손길이 더해졌다.

이제 창문 테두리까지 몰딩을 둘러주면 끝이다. 

커튼봉을 설치하고 커튼이 내려오는 순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커튼이 휘날리는데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다른 방은 커트이나 블라인드 둘 중 하나만 설치했지만 딸아이 방은 둘 다 설치하기로 했다. 

하얀색 블라인드를 딸아이 방 창문 사이즈에 맞게 축소시킨다. 


이제 남편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이 끝났다. 

쓸고 닦고 정리하고...

무슨 인형이 그리도 많은지 다 정리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딸아이를 위한 시간이 속상함으로 바뀔 수 있기에 어떻게 해서든 다 놔두면서 예쁘게 꾸며야 한다. 다행히 남편이 침대 쪽 벽 창문 하단에 붙였던 원목으로 선반을 만들어 달아 주어 예쁘고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보통 작업한 공간보다 사진이 더 잘 나오곤 하는데 딸아이 방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의 감탄스러움이 사진으로 표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는 아들도 집에 오자마자 동생 방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우와... 정말 멋지잖아요"


이어서 집에 온 딸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어머... 우와... 완전 인스타 감성 방으로 바뀌었네요. 저 이제 도서관에 가서 공부 안 할래요. 친구한테 자랑도 할 겸 전화해야겠어요. 진짜 이뻐요~"


아이가 좋아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크게 즐거워하는 모습에 더 일찍 제대로 된 방을 만들어주지 못함이 미안해진다. 이 모든 시간을 직접 해나가는 남편도 대단하지만 불편한 시간 속에서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기다려준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계속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사나 리모델링 후 집 소개하는 글을 보며 우리 집도 다 마무리되면 정리해서 멋지게 올려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1층에는 목공 작업이 안되어 있는 방도 있는 현실 속 '다' 마무리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기에 그전에 잠깐이라도 소개하는 기분을 느껴보자 싶어 최근 마무리된 딸아이 방의 작업 사진을 찾아 정리해봤다. 


우리가 직접 한 시간이지만 내가 봐도 놀라운 시간...

진행 중인 상태에서의 정리 글이라서일까? 

기대했던 뿌듯함이 아닌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앞으로도 즐겁게 작업을 이어나갈 힘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을 향한 고마움이 뭉클함과 함께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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