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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Jul 11. 2021

"얼마에 사셨어요?"아빠표 의자를 보고 아들이 물었다.

마방 벤치 만들기

셀프 리모델링을 하다 보면 계획했던 작업이 중간에 바뀌거나 잘못된 주문으로 방치하게 되는 자재가 생긴다. 

우리 집에는 3*5cm 크기의 360cm 긴 각재가 14개 정도 1년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목재상에서 가져온 판매 목록표에서 유독 저렴한 단가의 목재를 보고 까대기 상을 짜기 위해 구매했던 것인데 건조가 안 되어 있고 뒤틀림이 심해서 도저히 해당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목재였기에 한 곳에 그대로 쌓아두고 있었다.

하지만 방들이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따로 옮겨서 보관할 장소도 마땅찮았던지 남편이 마당용 의자를 만든다며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했다.

남편 머릿속에만 도면이 있기에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남편표 의자 만들기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상판용 각재를 일정한 간격을 주어 고정하기 위해 12mm 합판을 작게 잘라서 사이사이 넣어 주었다.

위와 같은 모습으로 의자의 상판이 만들어진다.

본드만 발라놓고 아직 고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클램프를 이용해서 잡아 준다.

굴러다니는 판재와 각재 자투리를 이용해서 상판 각재를 고정한다.

의자 상판의 각재가 모두 고정되었다.

이제 의자 다리를 만들 차례입니다.

의자 상판 너비와 적정 높이를 계산한 후 각재를 잘라와서 붙이기 시작한다.

양쪽 의자 다리를 고정하고 가로로 지지대를 하나 고정하여 의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보강해 준다.

의자 조립이 완료되었다.

바로 앉기에는 목재가 뒤틀림이 있어 평평하지 않고 뾰족뾰족한 끄스러기가 일어나 있어 대패질과 샌딩 처리를 해 주기로 했다.

마당에서 사용할 의자이므로 실외용 오일스테인을 칠해 준다.

마이너스 손인 나도 동참할 수 있는 쉬운 일이기에 일한 티를 팍팍 내본다.


"함께 하니까 빨리 칠해지고 좋지요?"


남편은 정말 그렇다며 장단을 맞춰준다.

설명서에 12시간 후 재도장이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다음날 2회 차 도장을 해 주었다.


가끔 드는 의문이지만 정말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남편인데 왜 그렇게 시동이 늦게 걸리는지 모르겠다.

예전부터 의자를 만든다는 말은 있었지만 시작하지 않길래 작업이 어렵고 필요한 자재가 많은 건가 싶었는데 이리 빨리 만들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왜...

그동안 쌓아두고만 있었을까?

고민은 그만하고 이제 자~~~ 알 사용할 차례이다.

평소에는 마당 거실 창 앞에 나란히 놔두면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일하다가 쉴 수 있어서 좋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는 책과 커피를 들고나가서 앉아있기도 하는데, 시원한 밤바람과 마당 속 초록의 기운을 느끼고 있자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싶다.


의자를 본 아들이 물어왔다.


"얼마에 사셨어요?"

"아빠가 만든 건데?"


"조립만 하면 되는 키트를 사신 거예요?"

"아빠가 나무 잘라서 다~~ 만들었어"


"한쪽에 이 곡선 처리도 아빠가 하신 거예요? 우와~~ 대단한데요"

옆으로 나란히 놔뒀을 때를 생각해 한쪽 끝에 포인트를 준 부분에 큰 아이는 판매되는 제품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역시 디테일한 아빠를 닮아서 보는 시선이 남다른 아들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이제 슬슬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지 않냐고 남편이 묻곤 하는데 아빠의 눈썰미와 손재주를 닮은 아들이 남편의 기대를 채워주지 않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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