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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Aug 20. 2022

남편의 선물, 가벽이 있는 안방과 드레스룸

보통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안방이 빠르게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집은 가장 나중에 작업이 되었다. 

일단 잠자고 씻는데 문제가 없어지자 남편의 관심에서 멀어지다 못해 잊혀진 방이 안방이다. 

나의 무던한 가슴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놔두었다가는 영영 못할 것 같아 슬슬 남편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고치기 전 안방의 모습

몇 번의 지나가는 소리를 하고 기다리면 갑자기 연장을 드는 남편이 어느 날 안방의 목작업을 시작했다. 

수업 때문에 집을 비우고 있는 기간에 진행된 작업이라 사진이 없다. 


벽면의 콘센트가 기존의 방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안방에는 가벽을 설치해서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구분할 것이라고 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 방을 2개로 구분하냐고 하니 환기 등을 고려해서 그렇게는 안 하고 천장까지 닿지 않는 가벽을 통해 공간을 분리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세한 것은 남편의 머릿속에 있고,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작업을 멈추고 빈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너무 디테일하게 알려주려 하기 때문에 늘 그렇듯이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안방 장판 작업

가벽 설치 작업은 석고보드와 장판 작업을 모두 마친 후에 하였다. 혹시나 가벽을 해체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작업 공정이 더 편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가벽 설치에 들어가는 각재의 크기가 일정하므로 테이프로 여러 개를 묶은 후 필요한 크기만큼 재단한 후 방 안에서 작업을 하였다. 

가벽은 알파벳 T자 형태이다. 남편의 말로는 저런 형태로 설치하면 가벽의 고정이 견고해지고 안방 문을 열고 왔을 때 침대가 바로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가벽의 견고함을 위해 각재를 잘라서 가로 프레임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벽의 위쪽에는 평평한 처마를 만들었다.

이렇게 처마를 만들면 나중에 조명도 넣을 수 있고 가벽의 고정도 더 단단하게 할 수 있다.

현재는 가벽을 조립하고 있는 단계라 고정이 안되고 세워 있기만 한 상태이다.

가벽의 전체적인 구조이다. 

㉠~㉡ 부분의 고정은 벽면에 피스로 고정되고, ㉢~㉣ 부분은 바닥면에 실리콘으로 고정되는 부분이다. 위쪽 파란색의 처마를 설치하여 벽면 고정부가 넓어지기에 단단한 고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초록색 부분의 옆판을 위쪽 처마가 잡아줌으로써 전체적인 흔들림 등이 없어지고 가벽의 구조가 튼튼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가벽을 고정할 차례이다. 고정을 하기 전에 가벽의 처마 부분에 간접 등이 설치될 수도 있으므로 전원선을 빼놓기로 하였다.

가벽 프레임에 구멍을 뚫은 후 전원 선이 나오는 주름관을 빼주면서 벽면에 가벽을 밀착시켜 준다. 사진에는 없지만 바닥 쪽은 프레임을 살짝 들어서 실리콘으로 고정하였다.

가벽 프레임을 바닥과 단단하게 밀착 고정시키기 위해 석고보드를 한쪽에 붙여 하중을 늘려 주었다. 

스탠드나 핸드폰 충전을 위해 침대 양옆에 전원 콘센트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전기 작업을 한다. 나에게는 이런 디테일함이 없지만 남편은 참으로 섬세한 남자이다. 그 섬세함에 빠른 실행력만 있었더라면 진작에 집을 다 고쳤을 텐데 신은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 법인가 보다.

가벽 부분의 전기 작업이 끝난 후 석고보드 작업을 하였다. 석고보드 고정은 목상에 본드를 칠하고 ㄷ자 타카로 고정한다. 전선이 지나가는 부분의 타카 작업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타카 작업을 하면 전선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 또... 한 참의 시간이 지났다.

가벽을 만들고 난 남편은 또다시 휴업...

결국 못 참고 옆구리 찌르는 건 또 나의 몫이다.

늘 그렇듯 어느 날 이어지는 작업. 이번에는 벽지 작업이다.

벽지를 바르기 전 ‘네바리’라 불리는 재료를 통해 석고보드 이음새 부분에 초배지 작업을 해 준다. 실내에 도배 작업을 할 계획이라면 석고보드를 붙인 후 굳이 퍼티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네바리 초배지 작업 후 벽지를 바르는 것이 작업도 간단하고 빠른 것 같다.


페인트 작업을 위해서는 퍼티 작업이 꼭 필요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퍼티 작업을 완성도 높게 하기 어렵다. 그리고 석고 2장을 엇갈림으로 겹침 시공하는 2P 시공이 아니고 1장의 1P 마감은 퍼티를 아무리 잘해도 이음매 부분에 크랙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페인트 작업 후의 크랙 부분이 눈에 거슬림을 경험한 우리는 주로 벽지 마감을 하고 있다.

도배 작업은 항상 천장부터 시작한다. 천장 도배 작업이 쉽지 않아서 붙이는 과정 중 떨어질 수도 있는데 벽면에 따악하고 자석처럼 달라붙으면 참 난감하기 때문이다.

천장 도배 작업이 끝났으면 전등도 부착해 준다. 정사각의 큰 등이 설치된 곳이 침대가 놓여지는 침실 부분의 조명이고 직사각의 작은 전등 부분이 옷장이 설치될 드레스룸 부분이다. 드레스룸 쪽의 가벽 위쪽에 간접조명을 설치할 계획이라 많이 밝은 전등을 설치하지는 않았다.

이제 벽 쪽 도배 작업 차례다. 벽은 천장 작업보다 많이 편해서 확실히 작업의 속도가 빠르다.

가벽 쪽은 방향에 따라 도배지 색상이 달라서 도배지 재단부터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침대가 놓이는 쪽 측면 가벽은 조금 답답한 것 같아서 작은 창문을 만들었다.

상단부를 아치형으로 하고 불투명 유리를 넣어 창문이 있는 효과를 준다고 하는데... 물론 언제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침대가 기대어지는 가벽 쪽은 도배지 색상을 다르게 하였다. 연한 브라운 계열의 색상을 고려하여 벽지를 선택했는데 실제로 보니 약한 보라 계열의 색상이 도드라져 보인다.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보고 구매하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다.

계속 바라보면서 이게 아닌데 하면 지는 것이다. 의외로 이것도 잘 어울린다는 정신승리의 주문을 마구 내지르는 것이 승리의 셀프 리모델링으로 가는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침실 쪽 가벽의 벽면과 드레스룸 쪽의 벽면을 브라운 계열이라 이름 붙여진 퍼플 계열의 벽지를 붙인 모습이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처음 보이는 가벽 측면의 노란색이 조금 거슬린다. 가벽 벽면의 퍼플 계열 벽지를 붙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주문해 본다. (직접 작업할 수 있는 건 없으면서 갈수록 눈만 높아지고 있는 나)

주문을 넣자 바로 수정이 이루어진다. 

벽지를 덧방 하고 나서 역시나 탁월한 주문이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드디어 벽지 작업까지 완성되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벽이 보이면서 침실이 가려지는 구조이다. 남편은 처음에 이런 식의 구조를 생각할 때 복도의 효과가 나오길 기대했었다고 하는데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에 든다.

침실 쪽의 가벽과 드레스룸 부분의 벽지 마감 사진이다.

드레스룸 부분에 벽에 세워진 긴 문짝은 부엌장을 만들 때처럼 옷장을 만들기 위해 어느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에서 철거해 온 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드레스룸이 완성될지는 모른다.


남편의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이 되려면 아직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한 듯 하지만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우리 집은 충분히 아름답다. 가벽이 있는 안방도 드레스룸도 내 삶에서 모두 처음이다. 내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는 남편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셀프 리모델링 안방 가벽 편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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