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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Sep 05. 2022

호텔 부럽지 않은 침실이 완성되었다

재료를 구입하여 웬만한 것을 직접 만들거나 시공하는 남편은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조금 비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인건비 마케팅비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도 남편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운 가격대의 제품이 간혹 있는데 침대 프레임도 그중 하나이다. 

안경, 책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협탁이 양쪽에 있는 형태의 침대 프레임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남편의 말이 있었지만 20년을 함께 살고 있는 나는 알고 있다.

남편은 분명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언제 만들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어느 하세월에 완성될지 모르는 침대 프레임을 기다릴 수 없어 그렇다면 당근에서라도 저렴하게 구매해 보자 해서 선택된 것이 아래의 제품이다.

현대 리바트 제품이라고 판매자분께서 좋은 제품이라고 강조해서 사 온 건데 실상은 파티클 보드(PB)에 시트지 마감한 그렇고 그런 제품이다.

알고 구매한 것이라 그런 부분은 문제가 아닌데 판매자가 미리 분리해 놓았던 제품을 조립하려고 보니 연결부가 헐렁하여 단단한 고정이 안된다. 

그래서 ㄱ자 장석을 이용해서 보강 작업을 해 주었다. 

침대 양옆에 부착하는 작은 협탁의 프레임은 애초에 보강이 필요했다. 침대 헤드와 연결하는 나사 부분이 헐렁해져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서랍이 무더운 여름날의 강아지 혓바닥 마냥 삐죽 나오기에 ㄱ자 장석을 이용해서 단단히 고정해 두었다.

금손 남편의 손끝에서 침대 프레임이 완성되었다. 

침대 양옆으로 콘센트가 있어 휴대폰 충전도 편해 실용성 면에서도 마음에 들었다.

퀸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올려놓고 보니 그럴싸하다. 남편이 계획한 모양 하고는 조금 다를지라도 모양새가 갖추어지니 더욱 마음에 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남편은 가만두면 안 되는 남자이다.

가만두면 언제까지고 움직이지 않는 돌부처 같은 사람이다. 

자꾸만 앞에 서서 두 손 모아 빌어줘야 하는 남자이다.

침대 양옆으로는 독서 조명등을 달기로 했다.

침대 헤드 부분의 가벽 위쪽 처마에 간접등을 달기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숙면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간접등은 생활해 보면서 필요할 때 달기로 하고 독서등부터 작업하기로 했다.

작은 스탠드를 두 개 사서 침대 양옆의 협탁에 둘까 하다가 책이나 안경을 올려두기 어려울 것 같아 벽에 부착하기로 하였다.

일단 필요한 재료를 구매하였다.

당근에서 구매한 갓 모양의 벽부등 2개와 인터넷에서 구매한 전선, 스위치, 플러그를 준비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전원은 침 대 양옆에 만든 플러그에 콘센트를 꽂아 사용하기로 하고, 스위치의 위치를 결정한다. 스위치의 위치를 침대 헤드 위쪽에 두는 것이 좋을지, 협탁 위쪽에 두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안 보이는 것이 제일 낫겠다 싶어 협탁 아래쪽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2가닥의 전선 중 1가닥만을 잘라서 스위에 연결하고 스위치를 협탁 아래 고정하였다.

스위치를 고정하고 뚜껑을 닫기 위해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작업하는 남편...

위 3개의 사진 중 첫 번째 사진이 스위치가 부착된 모습이다.

2번째 사진은 전선이 보이지 않도록 가벽 뒤쪽으로 선을 보낸 모습이고, 3번째 사진은 다시 벽부등이 부착될 위치로 선을 뺀 모습이다.

가벽 뒤쪽은 나중에 드레스룸 수납장이 위치하는 곳이므로 전선이 노출되어도 가려지기에 문제가 없다.

이제 전원선과 벽부등을 연결해 주면 된다.

전선을 연결한 후 잘 말아 벽부등 고정판에 잘 정리해서 넣은 후 벽부등을 고정해 주면 끝난다.

이제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아 상시 전원을 연결하고 협탁 아래의 스위치를 이용하여 필요시에 켜고 끄면 된다.

좌측 벽과 가벽까지의 사이즈에 딱 맞춘듯한 침대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벽부등까지 내게는 완벽 그 자체이다. 

방 등을 끄지 않고 불을 켜보고 

방 등을 끈 후 켜보기도 한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웃는다.

그러고 보니 집이 한 번에 다 고쳐지지 않고 하나씩 변화되어가는 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웃을 수 있으니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행복한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거니까...

그렇지 않아도 집이 제일 좋은 집순이인데 호텔 부럽지 않은 침실 덕분에 더 나가기 싫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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