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생각나는 음식

엄마의 음식은 잃어버린 낙원

by 듀르크하임

1.

집 안에 퍼지던 닭도리탕의 향기는 엄마의 분주한 손길을 닮았다. 감자와 양파, 그리고 엄마의 독특한 양념이 듬뿍 들어간 그 요리는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그릇 부딪히는 소리, 짭조름 매콤한 냄새로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슈퍼마리오를 하며 방에 앉아있어도, 나의 한쪽 정신은 언제나 주방에서 요리하는 어머니에게 가 있었다. 요리하는 엄마의 누런 원피스, 왠지 모르게 신나있는 그 어깨 놀림은 엄마의 닭요리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춤이나 다름 없었다.

닭도리탕의 첫 맛은 늘 묵직했다. 나는 아직도 퍽퍽한 가슴살을 좋아하는데, 그건 엄마가 내 입맛을 그렇게 길들였기 때문이리라. 그 퍽퍽한 달콤짭짤한 살코기와 밥 한 공기의 훈훈한 맛에 김치를 한 장 얹어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수저 씹는다. 엄마는 요리에 재능이 없었지만 닭도리탕만큼은 다르다. 언제나 온 가족의 혀끝부터 미간은 물론이고 신나서 팔딱팔딱 리듬타는 발끝까지 온몸을 차지했다. 짭조름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맛, 언제나 양이 많아 배를 가득 채워주는 그것은 경제적으로 쪼들렸던 시절에도 정서적으로는 가족들이 지치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집밥이었고, 낙원이었다. 축구 경기를 보거나 응원할 일이 있을 때, 엄마는 늘 닭도리탕을 만들어 주셨다.

2.

종례가 끝난 후, 교무실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와는 달리 마음이 무거웠다. 출근할 때부터 전과 다른 불안함이 있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아버지와 병원에 다녀오신다고 했다.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 앞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다. 어머니는 피곤해 보이셨지만 나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으셨다.

“태찬아, 냉장고에 닭도리탕 해놨으니까 저녁 먹고 있어.”

별거 아닌 말인데. 내 심장이 얕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가 병원에 가시는 상황과 맞물려, 나는 그 말 속에 담긴 무언가를 감지한 듯했다. 대문 앞에서 짧은 인사를 나누고, 나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평소와는 다른 정적이 감돌았다. 주방에서 어머니의 활발한 움직임이나 냄비에서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냉장고에 고요히 자리 잡은 작은 냄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어머니가 날 위해 특별히 끓여두신 닭도리탕이었다.

그 닭도리탕을 꺼내어 데우는 동안, 무슨 냄새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요리하는 내내 집 안을 가득 채웠을 그 짭조름한 향이 그 날도 있었을텐데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그저 조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그 음식을 먹었다. 아니, 거의 씹었는지 삼켰는지 마셨는지 모르겠다. 그냥 밀어넣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만 눈물과 함께 밀어넣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고, 어머니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목이 메였다. 가슴을 때리며 물을 벌컬벌컥 들이켰다. 어머니가 직접 데워준 닭도리탕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밉다, 아니, 누가 미운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전부 다 흉하다. 그 닭도리탕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더 이상 닿지 않은 음식이었다. 닭도리탕이 밉다.

3.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어머니의 닭도리탕 냄새를 더 이상 기억해낼 수 없게 되었다. 다른 닭도리탕을 먹어도, 그 냄새는 그저 다를 뿐이었다. 기억나지 않는 그 냄새는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더 깊게 만든다. 이제 그 냄새는 나에게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 실낙원의 향기다. 비슷한 음식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와의 또 다른 추억, 찐옥수수이다. 강원도 출신인 어머니는 옥수수를 참 좋아하셨다. 선장이자 선주이신 외할아버지가 어머니가 어릴 적 너무 많은 해산물을 먹여서 옥수수가 더 좋아졌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옥수수를 결코 전부 드시지 않았다. 늘 반을 쪼개어 나에게 주셨다. 옥수수 향기는 그래도 나름 어머니의 단단한 손끝과 손등의 가늘고 견고한 근력을 기억하게 해준다.

작년에 동생이 추억을 앞두고 “형은 엄마 닭도리탕 안 먹고 싶어?” 라고 물었다. “먹고 싶지.” 하고 덤벅하고 멍청하게 대답하였다. 어머니의 닭도리탕이나 찐옥수수 냄새를 다시 맡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면 나는 먹지 못할 것 같다. 숟가락을 들지 못할 것이다. 그 냄새는 나에게 그리움을 넘어, 미칠 듯한 상실감을 줄 것이다. 실낙원(失樂園), 나에게는 다시 오지 못할 낙원은 가을마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닭도리탕과 가족식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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