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설계가 아닌 시장 공략적 설계
2028 대입은 혼란하기 짝이 없습니다. 내신 5등급제, 수능 체제 변화, 수시와 정시의 경계 약화, 학생부 해석 방식의 변화가 한꺼번에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들이 2028 전형안을 내놓을 때 수험생과 학부모는 단순히 모집 인원만 보지 않습니다. 그 대학이 앞으로 입시를 어떤 철학으로 운영하려 하는지, 수험생을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게 만들려 하는지를 함께 읽습니다. 이런 점에서 중앙대학교의 2028 전형안은 단순한 전형 변경이 아니라, 대학이 교육계에 던진 강한 신호였습니다.
중앙대는 2026년 4월 9일 ‘CAU FORMULA 2028: UNVEILING’ 행사에서 2028학년도 전형 구상을 공개했습니다. 학생부교과 지역균형은 정량평가 100퍼센트 기조를 유지했고, 교과 90퍼센트와 출결 10퍼센트를 반영하며 모집인원은 505명이었습니다. - 지균의 모집인원을 보수적인 수치로 유지하는 것도 교육부의 현 교육정책과 상충됩니다 - 반면 학생부종합은 ‘Core’, ‘All’, ‘Up’의 세 갈래로 더 세분화되었고, 논술 역시 ‘모두의 논술’과 ‘재학생 논술’로 분화되었습니다. 정시에서도 기존 수능 중심 틀을 유지하는 대신, 수능과 서류를 함께 반영하는 새로운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사실상 중앙대는 기존의 교과, 학종, 논술, 정시의 분리구도는 그대로 둔 채로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제대로 정시에 집어넣은 과감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세분화는 사실상 크게 의미가 없고요, 지금의 선발전형과 별로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학생부종합 ALL에서 6개 키워드를 뽑아 지원한다는 것도 지원자를 위한 편의가 아니라 입학사정관들의 평가에 도움이 되는 방식일 뿐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터졌습니다. 중앙대는 이 전형 발표와 함께 이른바 ‘CAU 수능 케어’, 흔히 말하는 ‘중수케’를 제시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는 수시 지원자가 수능을 치른 뒤 일정 기준 이상 성적을 받았다고 판단되면 수시 합격 대상에서 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정시 지원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구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학 설명회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수능을 너무 잘 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없이 지원하라”는 메시지가 제시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한 문장은 공교육이고 사교육이고 할 것 없이 모든 교육업자들의 관심을 확 집중시켰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안내 문구가 아니라, 중앙대가 수험생의 가장 예민한 불안 중 하나인 ‘수시납치’에 대한 경계심을 공론화 시켰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육부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수시모집 합격자의 정시 및 추가모집 지원을 막고 있고, 대교협 기본사항 역시 접수되어 수험번호가 생성된 원서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앙대는 2026년 4월 13일 입학처 공지를 통해 ‘CAU 수능 케어’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2027학년도에도 적용하지 않겠다고 정리했습니다. 동시에 정시의 ‘학종49’ 역시 ‘수능67’로 바꾸고 수능 비중을 높이는 수정안을 내놓았습니다. 발표와 철회, 그리고 정시 구조 수정이 불과 며칠 안에 연달아 일어나면서 사실상 중앙대의 이슈파이팅은 성공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수시납치를 줄이겠다는데, 왜 문제인가?” 그러나 이 질문은 대입 제도의 기능을 너무 단순하게 봅니다. 수시 합격자의 정시 지원 금지는 불편한 제도이지만, 무분별한 중복 지원과 눈치싸움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수시에 붙어놓고도 더 높은 정시 대학으로 이동하는 길을 열어버리면, 결국 수시는 합격의 확정 경로가 아니라 일종의 보험 상품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교육부가 2028 기본사항에서 강조한 것도 예측가능성과 운영 안정성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앙대의 시도는 제도 전체의 질서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육 신문들은 중앙대의 발표를 두고 “입시판이 요동쳤다”,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됐다”, “경쟁률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는 식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악의적 해석이 아닙니다. 실제로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면, ‘수시에 넣어도 정시에 묶이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는 지원 문턱을 낮추는 매우 강한 유인이 맞습니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 그중에서도 중앙대 정도의 선호도와 인지도를 가진 대학에서 이런 메시지가 나오면, 시장은 그것을 교육적 배려보다 지원 유인 장치로 먼저 읽게 됩니다. 언론이 다른 대학 확산 가능성을 함께 짚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 장치가 하나의 대학 문제로 끝나지 않고 대입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중앙대의 이번 설계가 특히 불편한, 중앙대가 실수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중앙대의 이번 발표가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고교학점제의 선발 체제에 더욱 부담감을 가중시키는' 발표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앙대는 2028 전형에서 학생부교과는 정량평가 100퍼센트를 유지하면서도, 학종은 세분화하고, 논술은 이원화하고, 정시에는 서류 요소를 들여오려 했는데요, 사실상 '수시납치', '수능 최저'가 타격을 주는 전형은 그 중 3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교과전형은 기존대로 묶어두고, 학생들이 실제로 더 많이 몰릴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전형을 더 정교하게 쪼개고, 더 넓게 흡수하려는 얕은 수가 깔려 있습니다. 여기에 수능을 잘 봐도 다른 곳에 지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수능 케어’까지 얹히자, 이 설계는 교육적 메시지가 아니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입시에 대해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이번 중앙대의 계획안을 “지원자를 최대한 넓게 받고 싶다”는 시장 공략적 전략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시납치 완화 자체만 놓고 보면, 대학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면접이나 대학별 고사를 활용해 선발을 더 유연하게 설계할 수도 있고, 모집단위별로 수시와 정시의 역할을 더 명확히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런 방식은 대학 입장에서 피곤하겠지요. 인력도 들고 비용도 듭니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적 고민이 있었다는 흔적은 남을 것입니다. 반면 이번 중앙대 안은 그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수험생의 불안을 강하게 건드려 지원을 끌어오려는 방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수험생을 위한 배려’라는 설명보다, ‘돈과 인력은 덜 쓰고 지원자는 더 받고 싶은 설계’에 가까웠다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중앙대학교의 전통과 위상을 저는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웠습니다. 중앙대 정도의 대학이라면, 굳이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시험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대학이 제도를 바꾸는 자유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교육적 설계의 정직함 위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2028 전형안은 발표 직후 시장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교육적 신뢰를 얻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대학이 무엇을 바꾸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바꾸는가입니다. 중앙대의 이번 시도는 바로 그 질문 앞에서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중앙대 입학처는, 더 정직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