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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틀?' 교장제 어떻게 바꿀까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교장자격증’을 요구하는  ‘무늬만 교장공모제’


 2004년쯤엔가 학교장(학교장선출)을 뽑으면 된다고 본 교사들이 많았다. 앞서 ‘승진’한 사람들을 놓고 ‘교육감’이 내리꽂은 이들보다는 ‘뜻 있는’ 교사를 넣어서 ‘투표’로 교사들 사이에서 ‘뽑은’ 학교장이 더 낫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국교총이 한사코 반대하면서 학교장을 뽑지 못하고 ‘공개모집’하여 학교운영위원회 수준에서 ‘추천’하는 방식이 아주 드물게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본디 15년 이상 경력을 지닌 교사들이 ‘공개모집’에 응할 수 있다고 한 ‘내부형교장공모제’로 ‘학교장’이 된 경우는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온나라를 통틀어 그다지 많지 않은 정도로 그쳤다. 대한민국 서울에선 거의 생기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권에서 국회를 통과하긴 했으나 이명박 정부 교육부가 시행령으로 엄격히 제한을 해 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교총 중심으로 여전히 ‘무늬만 교장공모제’가 되었다.


대통령령으로 망친 이름 뿐인 ‘내부형교장공모제’ 


 우리나라에서만 있다는 ‘교장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거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본디 15년 이상 경력을 지닌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형교장공모제’는 있으나마나한 것이 돼버린 것이다. 이처럼 ‘교장공모제’로 학교장이 된 경우는 임기가 4년이고 중임까지 8년인 것도 넘겨 ‘교육청’을 오가며 전직을 활용한 꼼수를 부리며 어떤 이는 12년 이상을 하게 되는 경우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정년이 2000년 뒤로 3년 줄게 되면서 찬 예순둘을 맞기까지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는 4년 정도 한번만 학교장을 맡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흔히 말하는 ‘개혁’과 거리가 멀다. 교사들 가운데도 그런 말을 하는 이가 많아 대부분 ‘정년’을 앞두고 몸조심하고 ‘연금’을 잘 받는 것만 궁리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도 무사히’, 소신을 밝히지 않는 학교장


  올해 2017년 3월 새학기를 맞으면 우리가 일하는 학교는 바뀔까? 바뀌지 않을까? 틀림없이 ‘퇴임’한 자리를 두고 학교마다 새로 학교장이 되어 부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취임사에서 무슨 말을 할까? 안타깝게도 내가 겪은 학교장들은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 오직 ‘인화’를 강조할 뿐이었다. 어김없이 새로 학교장이 된 그들도 몸조심하면서 별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 ‘오늘도 무사히’를 말하면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퇴임을 학수고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때때로 학교장을 비롯해 그가 임명한 ‘부장’ 가운데는 양심을 지키며 올곧게 시대정신을 내세우면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페스탈로찌’ 형의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 제법 많은 ‘교육유공상’이 있는 데서 보듯이 온나라 골골에서 훌륭한 분들이 워낙 많으니까. 학교장으로서 써야 하는 자리마다 틀림없이 입으론  ‘변화’, ‘개혁’, ‘혁신’도 세게 내세울 것이다. 때로 뜨겁게, 단호한 표정으로. 하지만 그때 뿐. 이것들은 입에 발린 ‘구호’일 뿐이다. 

 그리고 학교장이 된 그들은 날마다 성실히 근무하면서 여전히 바쁘기만 할 것이다. 초과 근무를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잔 뒤 또 다음날도 아침 일찍 나와서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나고 나면 별다른 기억이 없을 듯한 비슷한 방식으로 어제와 마찬가지의 ‘학교 일상’에 빠져들며 학교에 적응할 것이다. 그들도 분명히 한때 문제를 일으킨 ‘사람(당사자)’이었지만 젊은 날 문제교사였던 시절은 ‘추억’으로만 간직할 것이다.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틀’!


  어떤 일을 잘못했을 때 문제를 일으킨 ‘사람(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하는 일도 으레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잘못과 실패를 낳게 하는 근본 원인인 ‘틀(제도)’도 함께 고쳐야 하지 않을까? 언제든 ‘문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으니까.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틀’에 있다고 했다. ‘학교’를 비롯해 회사, 정부 어디서든 벌어지는 잘못된 일이 많다. 학교 운영의 책임을 ‘관리자’로 맡은 학교장이 하는 일을 두고 ‘사람’만 바꾸면 될까?

  우리 나라도 수업하는 '배움틀'이 필요하다. 학교장도 수업을 하고 임기는 1년으로 교과부장 수준에서 보직으로 돌아가면서 할 수 없을까? 학교장 자격은 왜 필요한가? 굳이 뚜렷이 답할 수 없다면 이제 그동안 지녔던 학교의 ‘행정틀’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배움을 내세우며 수업과 상담을 지원하는 ‘배움(지원)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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