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2.0을 제안합니다

정기고사와 수능 폐지로 줄세움 틀을 나세움 틀로 바꿉시다

우리는 차분히 봐야 합니다. 고교학점제 1.0은 선택의 폭을 넓혔으나, 배움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습니다. 선택의 자유가 아닌 선택의 부담으로 표면적으로 선택권은 확대되었지만, 실질적 배움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선택이 아니라 부담을 경험하며, 교실은 그대로 시험 중심입니다.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방식은 그대로여서 배움의 본질적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름만 학점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험 중심 구조가 유지되는 한 선택권은 실효성을 잃습니다. 배움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중간·기말고사는 한 학기 전체를 시험 대비로 수축시키고, 탐구의 시간을 잘라내며, 협업과 창작을 ‘시간이 남으면’ 하는 활동으로 밀어냅니다.


사교육·격차·서열의 악순환은 더 단단해지고, 학교는 배움터가 아니라 성적 생산 공장으로 오해받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핵심 질문은 분명합니다. “배움은 어디에 있는가? 학생은 어떻게 자기 배움을 설계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학점제는 껍데기에 머물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고교학점제 2.0을 제안합니다. 2.0의 출발점은 “무엇을 얼마나 이수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질문을 품고 성장하는가”입니다. 정기고사 폐지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배움의 철학을 바꾸는 개혁입니다. 평가가 점수 중심에서 과정·성장 중심으로 옮겨갈 때, 학교는 ‘시험터’에서 ‘배움터’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배움은 교과 조각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연결됩니다. 주제학점제(융합학점제)는 여러 교과가 하나의 주제 아래 협력하여 탐구·실험·창작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게 합니다. 학생은 뜻물음에서 출발해(뜻물음), 함께 나누고(뜻나눔), 스스로 해내며(뜻해냄),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쌓아갑니다. 교사는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배움설계자로 이동하고, 학교는 협업·탐구·지역연계가 기본인 배움생태계를 새로 짭니다.

마지막으로, 대입과 국가교육의 미래를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줄세움의 최종 종착역이 바뀌지 않으면 교실은 늘 흔들립니다. 점수선발 중심에서 학생의 배움과 성장 과정 전체를 보는 방향으로, 죽모음(포트폴리오) 기반 평가로의 전환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누구를 뽑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바라는 반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닙니다. 실의와 걱정이 뒤덮은 시대일수록,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야 합니다. “너는 무엇을 알고 싶니?”, “너의 질문은 무엇이니?” 그 질문이 살아 있는 교실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은 다시 자랍니다. 나세움 넘나듦 배움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의 이름입니다. 이 길라잡이가 더 많은 학교와 교실, 더 많은 어른과 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에 작은 불을 붙이길 바랍니다. 배움이 살아나면 사람은 서고, 사람이 서면 사회는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4358(2025). 12.30.

지은이 김두루한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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