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엇을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줄세움 입시’라는 구조에 갇혀 있었다.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교육은 여전히 대학 입시 중심의 서열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었지만, 대학입시 체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고교만 바꾸는 개혁은 ‘개혁 흉내’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라 배움 중심의 사회 체제 전환이다.
배움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교육은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배움은 가르침의 전달이 아니라 스스로 뜻을 묻고 서로의 뜻을 나누며 함께 해내는 과정이다. 헌법 제31조의 ‘교육받을 권리’ 역시 ‘배움을 누릴 권리’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고교배움권누림 보장법(가칭)’과 ‘학생배움기본법(가칭)’ 제정이 요구된다. 국가는 통제자가 아니라 배움의 보장자여야 하며, 유아부터 대학까지 이어지는 늘배움사회 구축이 필요하다.
학력의 본질도 재정의해야 한다. 지식의 양이 아니라 슬기, 즉 스스로 질문을 세우고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 핵심이다. “스스로 뜻을 묻는 이는 스스로 답을 얻게 된다”는 말처럼,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해냄을 이루는 과정에서 참된 배움힘이 자란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전환을 촉발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의 1.0 체제는 교과 선택 중심의 ‘칸막이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를 주제·융합 중심의 고교학점제 2.0으로 전환해야 한다. 구조 전환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줄세움 교육을 폐기하고 나세움 배움누림을 보장한다.
둘째, 학생을 ‘수험생’이 아닌 배움임자로 인정한다.
셋째, 학교 운영을 교과 중심에서 주제·융합 중심으로 바꿔 프로젝트 기반 배움이 가능한 배곳으로 전환한다.
넷째, 배움의 핵심은 과목 선택이 아니라 3년간 탐구한 주제와 질문이다.
다섯째, 평가는 상대·등급 중심 시험이 아니라 절대평가·성장평가·과정기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필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프로젝트·에세이·발표·죽모음(포트폴리오)·현장 배움 기록 등 수행 중심 평가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 졸업은 단순한 통과가 아니라 마친보람, 진학은 경쟁이 아니라 나아가기가 된다.
줄세움 교육 사회에서 나세움 배움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다. 한국 교육이 다음 반세기를 준비하려면, 이제는 배움의 본질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