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2.0의 존재 이유

이끎(추론)의 시대, ‘배움’으로 미래를 함께 설계하기

이끎(추론)의 시대, ‘교육’이아니라 ‘배움’으로


이끎(추론)의 시대가 오자, 반도체 지형도가 먼저 흔들린다. 거대한 배움(학습)으로 모형을 한 번 빚는 것보다, 매 순간 물음을 받아 답을 뽑아내는 이끎이 더 자주·더크게 쓰이기 시작했다. 그때 병목은 연산만이 아니라 ‘기억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가져오느냐’였다. 그래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듯사람(AI)가속기 곁에서 몸값을 올리고, 공급이 빠듯하다는 경고와 ‘거의 다 팔렸다’는말이 시장을 달군다.


여기에 ‘쌓는 낸드’라는고대역폭플래시(HBF)가 등장한다. 낸드를 HBM처럼수직 적층해대역폭을 끌어올려, 대용량을 싸게 가까이 두려는 발상이다. 듯사람(AI)이끎(추론)을 겨냥한 표준화 협력과 시제품 논의가 이어지는 까닭도, 이끎이 결국 ‘기억 대역폭’과‘용량’의싸움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학교로 옮기면, 배움은 단순한 ‘과거의 지식 축적’이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밑힘(자본)이 된다. 문제는 밑힘이시장에서만 거래되면, 배움은 곧 격차가 된다는 점이다. 사교육이 ‘이끎’을상품으로 포장해 먼저 선점하면, 공교육은 뒤늦게 따라가며 더 큰 비용을 사회에 떠넘긴다.


‘무엇을 들었나’가 아니라 ‘무엇을 스스로 길어 올려 쓰나'


그래서 고교학점제 1.0—과목 선택의 틀—을 넘어 2.0이 필요하다. 핵심은 ‘무엇을 들었나’가아니라 ‘무엇을 스스로 길어 올려 썼나’다. 2.0의 중심축은 세 가지다.

첫째, 주거·노동·기후·디지털같은 나세움주제에 과목을 엮어, 이끎을 요구하는 배움길을학교의 일상으로 만든다.

둘째, 온라인학교·공동교육과정등 지역 연계를 ‘보충’이아니라 기본 인프라로 둔다. 교육부가 학점 이수 기준을 조정하며 현장 부담을 덜겠다고 한 것도, 제도가 ‘운영’에묶이면 배움이 죽는다는 신호다.

셋째, 평가는 정답 채점에서 벗어나 기준글–뽑아살핌–다시살핌길로설계해야 한다. 학생이 자기 기준글을세우고, 동료·교사와근거를 대며 고쳐 가는 과정이 곧 이끎 능력이다.


‘교육’이 과거를 전수하는 말이라면, ‘배움’은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말이다. 듯사람(AI)이 이끎으로 힘을 키우는 시대, 학교가 지켜야 할 공공성은 한 가지다. 누구나 배움이라는 밑힘을공평하게 쌓고, 삶의 물음 앞에서 스스로 이끌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고교학점제 2.0의 존재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학생’이 사라진 교실, 교사는 ‘배움과정'을 설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