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동배 기자 /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 소장)
김두루한 참배움연구소 소장은 지금의 고교 교실을 이렇게 진단한다. 배움은 원래 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일인데, 교과서·시험 중심 구조가 굳어지면서 교실에서 ‘물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의 정체성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이 자기 삶의 물음을 세우고 탐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배움과정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르침으로 교사를 정의하면, 학교는 시험에 갇힙니다”
김 소장은 자신의 학창시절 기억을 먼저 꺼냈다. “배운다는 건 답을 아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물음을 던지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교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정의하면 학교는 교과서와 시험에 종속되고, 교실은 자연스레 줄세움(한 줄 경쟁)의 공간이 된다.
“교사가 ‘전달자’ 역할에 머무르면, 학교에는 스스로 던지는 물음이 사라집니다. 물음이 없으면 배움도 없습니다.”
그가 말하는 ‘배움과정 설계자’는 수업기술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다. 교사 자신도 학생과 동등한 배움임자(배움의 주체)로서 탐구하고, 학생의 질문을 함께 고민하는 배움 전문가로 서야 한다는 뜻이다.
‘나세움’은 경쟁을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그가 자주 쓰는 말이 ‘나세움’이다. 타인과 비교해 줄을 세우는 줄세움이 아니라, 학생이 자기 잠재력을 발견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기르는 배움이다.
“인구 절벽과 AI 시대라는 변화 앞에서 줄세움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가장 치열한 경쟁의 끝에서 우리는 배움의 본질을 묻게 됩니다.”
현실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사례”를 든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오디세이학교는 교과 단위로 잘게 쪼개기보다 통합·융합 운영을 강조하며, 길잡이 교사가 학생의 배움 맥락을 돕는 구조를 제시한다. (오디세이학교)
김 소장은 헌법의 언어도 다시 보자고 한다.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법률정보센터)
그는 이 조항이 실제 교실에서 ‘배움’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묻는다. “권리의 핵심이 ‘교실에 앉아 있음’이 아니라 ‘배움이 일어남’이라면, 시험이 배움을 가로막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교육권을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국가교육과정의 ‘핵심 질문’이 있어도, 학생의 질문은 비어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이 ‘핵심 질문’과 ‘큰 아이디어’를 앞세웠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결정적 빈틈을 지적한다.
“교과서에서 나온 질문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은 정작 자기 질문을 빼앗긴 채 선생님 질문을 대신 받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던진 관심사·물음을 모아 서로 존중하며 탐구하는 장면은 학교가 놓치고 있어요.”
그 결과 고등학교는 “학생이 아니라 수험생으로 사는 공간”이 되고, 교사는 그 구조를 떠받치는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오늘 시험 범위” 대신 “오늘의 물음”을 묻는 교실로
김 소장이 그리는 미래는 단순하다. 학생들이 “오늘 시험 범위가 어디예요?”가 아니라 “오늘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볼까요?”라고 말하는 교실. 교사가 정답을 쥔 사람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뜻을 나누며 배움의 길을 여는 사람으로 서는 교실이다.
- '학생'이 사라진 교실... 교사는 '배움과정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