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움교육에서 나세움배움으로 '구조'를 전환해야
마친보람(졸업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상장 시상식이 사라지고, 마친보람은 간소한 형식으로.
어떤 부모는 “왜 우리 아이가 남의 들러리만 서야 하느냐”고 항의하고,
어떤 교사는 “줄세우기식 시상은 이제 그만둘 때”라고 말한다.
이 논쟁은 단순히 마친보람 자리에서 상장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육이 여전히 ‘줄세움’이라는 구조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나세움’이라는 새로운 배움의 구조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이다.
줄세움교육은 비교를 통해 동기를 부여한다.
누가 더 잘했는지, 누가 앞섰는지, 누가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지. 상장은 그 구조의 상징적 장치다.
상장을 받는 아이는 ‘뛰어난 아이’가 되고, 받지 못한 아이는 ‘평범한 아이’ 혹은 ‘뒤처진 아이’가 된다.
그러나 이 구분은 아이의 실제 성장과는 거의 무관하다.
상장은 대부분 결과 중심, 비교 중심, 선발 중심의 기준을 따른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어떤 배움을 경험했는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는 쉽게 지워진다.
최근 교육 담론에서 주목받는 ‘뜻배움론’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배움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 자신을 세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관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를 ‘나세움배움’이라 부르고 싶다.
나세움배움은 아이가 스스로의 속도와 방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존중한다.
비교나 경쟁, 결과가 아니라 변화, 의미, 경험을 중심에 둔다.
아이의 배움은 줄세움 순위가 아니라 나세움 이야기(서사)로 기록된다.
상장 시상식이 사라지는 졸업식은 단순한 형식 축소가 아니다.
교육에서 배움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상장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상장이 배움(교육)의 목적을 왜곡시키는 구조를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아이의 자람(성장)을 ‘남보다 앞섰다는 증거’로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배움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아이의 자람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축하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 것이다.
한 줄의 상장보다 한 아이의 1년을 담은 죽모음(포트폴리오)이 더 깊은 의미를 줄 수 있다.
뽑기(선발)가 아니라 참여, 줄세움(순위)이 아니라 변화의 기록이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상장 시상식이 사라진 마친보람(졸업식)은 우리에게 묻는다.
“아이가 마친보람을 무엇으로 밝힐까?”
만약 그 답이 여전히 ‘남보다 앞섰다는 증거’라면, 우리는 줄세움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답이 ‘지난해보다 더 단단해진 아이의 모습’이라면, 우리는 이미 나세움배움의 길 위에 서 있다.
학교사회부터 구조가 바뀌어야 내용이 바뀐다. 줄세움교육에서 나세움배움으로.
이 전환이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변화다.
(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