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일까? ‘역사배움’을 누려야!

줄세움 시험 대비 역사교육 벗어나 역사배움을 누려야

흔히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역사는 대화라기보다 일방적인 ‘선고’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정답을 외우고, 빼곡한 연표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역사교육’의 현장에는 정작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나’와 ‘우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수동적인 교육의 대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역사가 내 삶에 말을 걸어오고, 그 울림이 내일을 바꾸는 진정한 ‘역사배움’의 즐거움을 회복할 때입니다.


1. 역사는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거는 생명체다

우리는 종종 역사를 ‘이미 지나간 사실들의 집합’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오늘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과 도이칠란트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도이칠란트의 역사 공부는 이른바 ‘히틀러 시기’라 불리는 12년의 나치 독재 시절을 처절할 정도로 깊게 파고듭니다. 그들이 먼 과거의 영광보다 부끄러운 근현대사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 시대의 과오가 오늘날 도이칠란트 사회의 임자누림(민주주의)과 씨알깨침(시민 의식)을 형성하는 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수능과 학생부 교과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역사는 ‘조선 후기’쯤에서 멈춰 서기 일쑤입니다. 정작 지금의 오늘 우리 삶을 좌우하게 된 현대사는 ‘시간이 부족해서’ 혹은 ‘논쟁적이라서’ 슬그머니 뒤로 밀려납니다. 나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과거를 배우는 게 아니라 박제된 지식을 강요받습니다.


2. 주입된 지식을 넘어 ‘뜻배움’의 희열로

우리는 왜 역사를 배울까요? 과거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정작 현실은 주입식 지식 정리의 반복입니다. 진정한 배움은 타인이 정리해준 정답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건의 맥락을 짚어보는 ‘뜻풀이(해석)’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1919년에 기미독립선언을 하고 3·1 운동을 벌였다"는 사실을 외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교육’이라면,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왜 총칼 앞에 태극기를 들고 나섰을까?"라고 묻는 것이 바로 ‘배움’입니다. 그들의 용기를 오늘날 내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와 연결해 보는 ‘뜻물음’이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나아가 "만약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서로 묻고 답하는 ‘뜻나눔’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게 얻은 가치를 일상의 실천으로 옮기는 ‘뜻해냄’에 도달할 때, 역사는 비로소 나를 발견하며 스스로 배움을 누리는 여정이 됩니다.


3. 칸막이를 허물고 삶으로 ‘넘나듦’의 지식을

지금까지의 역사 공부는 국어, 수학, 사회처럼 분리된 ‘칸막이 교과’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정치, 경제, 문화, 철학이 한데 어우러진 삶의 총체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배움은 분야별로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삶의 맥락이 녹아든 ‘넘나듦(융합)’의 지식이어야 합니다.

조선의 대기근(경신대기근)을 공부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을 단순히 '사람이 많이 죽은 기록'으로만 보지 않는 것입니다. 당시 전 지구적인 소빙하기의 ‘기후 변화(과학)’가 어떻게 조선의 ‘농업 경제’를 무너뜨렸는지 분석하고, 그 고통 속에서 피어난 민중들의 ‘판소리나 소설(예술)’을 함께 엮어 읽어내야 합니다.

기후와 경제, 문학이 역사라는 줄기를 중심으로 교차할 때 역사는 입체적인 생명력을 얻습니다. 오늘을 바탕으로 어제와 미래를 잇는 이 넘나듦의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누려야 할 뜻배움의 본질입니다.

역사는 있었던 일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 삶에서 뜻배움을 누리는 것입니다. 국가가 지정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수받는 ‘교육’의 시대를 지나, 우리 스스로 역사에 지닌 뜻을 재구성하는 ‘배움’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이 뜨거운 배움을 누릴 때, 우리는 역사의 방관자가 아닌 당당한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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