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흔히 평가를 바꿔야 배움(교육)이 바뀐다는 말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교육과정의 목표를 보면 ‘창의적 인재양성, 전인적 성장’이란 말이 나오지만 배움 관련 구성원들 모두의 행동 방향을 조종하는 시험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시험 방식이 학생들의 행동을 좌우하고 학생들의 올바른 ‘배움’을 돕기보다 가로막았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불꽃이 튀듯 열심히 시험공부를 한다. 학교에서는 모의고사도 보고 예상문제도 풀어보며 1년 내내 시험 준비를 돕는다.”
위에서 말한 ‘시험’은 수험생을 지배하며 억누르는 현재 ‘수능’이나 ‘학교교과’와 같은 시험을 말할까? 아니다. 학생들이 ‘배움’으로 자라나도록 돕는 시험인 중등배움자격시험의 하나인 ‘국제바칼로레아’의 경우를 말한다. 끊임없이 여러 문학 작품이나 신문 사설, 과학책 등 많은 글을 읽고 생각하며 고민한 것을 함께 토론하며 자신의 말로 설득력을 높여서 글쓰기를 치르는 시험이다.
누구나 말하듯 창의성이 있는 인재를 기르자고 하면서 현행 학교 교과 시험이나 수학능력 시험처럼 객관식·선다형 위주 시험을 치르는 것은 더 이상 곤란하다. 투명성·공정성·객관성을 보장하는 객관식·선다형 시험은 시험 치는 요령만을 배우고,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아예 배우지 않으며, 시험 성적 결과만을 강조하고, 학생의 관심과 흥미는 제친다. 확실히 이해하지 못해도 추측으로도 답을 맞힐 수 있기 때문에 대충대충 하는 인격을 기르게 된다.
하지만 주관식 논술형은 대충 알아서는 학생이 답을 쓸 수 없고 교사는 답뿐만 아니라 답에 이르는 과정을 함께 보기 때문에 학생들 저마다 정리한 생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출산이 낮고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자살한 비율이 높으며 경제가 어렵고 사람다움이 사라지는 대한민국 사회 문제의 뿌리 깊은 원인과 해결책은 ‘배움’을 돕는 논*구술 시험을 치르는 데 있다.
얼마 전 유에스의 세인트존스 대학을 다닌 학생 이야기를 수기로 읽었다. 대학 4년 동안 100권이 넘는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배움에 힘쓴 이야기였는데, 이처럼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일이 배움의 기본 바탕에 깔려야 한다. 삶의 핵심은 질문하는 것과 생각하고 느낀 것을 말과 글로 주고받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 중등학교에서도 날마다 수업과 토론, 글쓰기로 꾸준히 배움을 갈닦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업이 곧 평가(시험)인 수행평가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생각하는 배움을 넓깊게 하고 의사소통을 돕는 논*구술 시험을 ‘수능’ 대신 치를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