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뜻을 묻고 나를 세우기
예비 고1 학생 여러분, 그리고 그 길목에 함께 서 있는 부모님. 지금의 학교 교실을 떠올려 보십시오. 아이들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고, 선생님은 정해진 진도를 따라가며 설명하고, 수업의 끝엔 꼭 ‘문제풀이’가 놓여 있습니다. 이 낯익은 풍경은 우리가 너무 오래 익숙해져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뿐, 사실은 ‘배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학생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스스로 묻고, 생각하고, 친구와 서로 뜻을 나누고, 잘 모르겠으면 다시 해보는 것이죠. 배움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정답을 찾기 전에 먼저 내 생각을 세워보고, 배움의 이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의 교실에서는 어떠합니까? 이런 학생다움과 배움다움이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교실이 탐구의 장이 아니라 훈련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잘 풀기 위한 기술, 빠르게 정답을 찾는 요령만 남고 ‘왜?’라는 물음은 사라졌습니다.
중학교 시절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손을 들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수업이 늦어지면 어떡하지’ 싶어 그냥 넘어간 적. 틀려도 괜찮은 활동보다, 틀리면 감점당하는 시험이 더 중요한 분위기.어떤 과제든 “점수에 들어가요?”라는 질문부터 묻게 되는 수업. 이런 교실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배움을 주도하기 어렵습니다. 학생은 배움의 주체가 아니라 평가의 대상으로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묻는 힘—‘뜻물음’—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배움이란, 원래 나의 물음에서 시작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립니다.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의 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틀릴 자유, 질문할 자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험 중심 교실에서는 이 자유들이 사라집니다. 학생이 스스로 배우기보다 시킨 대로 움직이는 것이 더 안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회복하고 되찾아야 할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스스로 뜻물음에서 출발해 서로 뜻나눔, 함께 뜻해냄이란 배움으로 나를 세울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것이 없다면 어떤 개혁도, 어떤 의지도, 배움(교육)의 본질을 바꿀 수 없습니다. 중3 여러분, 여러분은 주어진 물음으로 평가의 대상인 수험생일까요? 스스로 뜻물음으로 배움임자(주체)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물음, 여러분의 호기심, 여러분의 목소리가 교실 안팎에서 배움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부모님 여러분, 스스로 배움은 점수보다 깊고, 시험보다 오래갑니다. 이제 스스로 묻고, 나를 세울 때입니다. 학생다움과 배움다움을 잃어버린 교실에서 벗어나 수험생이 아니라 스스로 배움임자로 거듭나는 교실로 건너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