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상(像)과 인식의 왜곡

보이는 것보다 먼저 작동하는 ‘내 안의 이미지’

by 두루박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동은 대개 우연이 아니라 일정한 사고 프로세스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제 감정이 특정한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유독 크게 요동친다는 사실을 관찰해왔습니다.




사람의 말과 행동 그 자체보다, 그 사람에게 형성된 ‘상(像)’이 감정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번 부정적 인식이 각인되면 이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이미 만들어진 ‘상’을 통과해 왜곡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상태가 만들어지고, 그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은 시작부터 감정을 자극하는 신호가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 구조 속에서 어떤 필터를 사용해야만 감정의 진폭을 줄이고 행동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핵심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 하는 말과 행동’ 그 사실에만 집중하도록 사고 구조를 재구성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말과 행동을 나에게 한다
→ 그 말과 행동만을 바라보고 집중한다
→ 나 스스로 그 말과 행동을 인정하는지 확인한다
→ 타당하다면 그대로 인정하고 마무리한다

만약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한다
→ 그 말과 행동 자체에 집중한다
→ 나는 인정할 수 없다
→ “나는 그 부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라고 표현한다
→ 그 사람이 인정하지 않는다
→ “당신의 생각과 행동 변화는 자연의 영역이고, 나는 당신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라고 마음속에서 필터링한다
→ 자연의 순리에 맡기고 마무리한다

이 사고 필터에는 두 가지 핵심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1) “지금 그 말과 행동을 내가 인정하는가?”
2) “감정의 변화는 내 기질이고, 타인의 변화는 자연의 영역이다.”

이러한 필터를 사용하면 감정을 일으키는 ‘상(像)’에 집중하는 대신 현재의 사실에만 집중하게 되어 감정의 진폭이 줄어듭니다. 또한 타인의 변화를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괴로움에서 벗어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원인을 상대의 문제가 아닌 ‘내가 만든 상(像)’에서 찾는 순간, 관계의 장면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결국 감정의 자유는 타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