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얘기하려다가 분량 조절 실패로
- 언젠가 40대 정도가 되면 내 주변을 정리하고 교토에 있는 양조장에 취직해서 사케를 빚으며 평화롭게 지내자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서울깍쟁이'란 말 못지않게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토 사람들도 되게 '깍쟁이'스런 느낌이 있다지만, 교토 여행을 할 때면 나는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무엇인가를 느끼곤 했다.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랄까? 아마 여행을 자주 다녀본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편안함을 주는 곳을 으레 한두 곳쯤은 경험했으리라. (내가 깍쟁이라 그럴지도? )
- 쌀로 만든 일본의 전통주 '사케'를 처음 제대로 접했던 것은 2019년 DUSKY80의 도쿄- 오사카 투어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술 한잔한다."라면 아무래도 '맥주 + 야키니쿠'가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투어 마지막 날, 밤을 보낸 동네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자그마한 동네 '사케바'였다. 마침 투어 준비로 일본어를 약간은 할 줄 알게 된 때여서 내 취향을 일본어로 설명하는데 성공했고, 내 설명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마스터는 '샴페인'잔에 담긴 사케 한 잔을 내게 내밀었다. 그 맛과 향은 정말 일품이었지만 가격은 더럽게 비쌌던 것 같다.
- 그 뒤로 '좋은 곳, 음식, 카페, 그리고 재즈 클럽'을 찾는 맛에 다니던 나의 일본 여행에는 '사케바, 혹은 양조장'이라는 목적이 하나 더해졌다. 놀랍게도 일본의 웬만한 동네에는 재즈 클럽과 양조장, 혹은 사케바가 못해도 하나쯤은 꼭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술과 재즈를 좋아한다면 일본 여행은 아마 누구에게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 후쿠오카 시내에는 '하카타하쿠넨구라'라는 양조장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큰 통에 갖 빚어낸 '나마자케(생사케)'를 담아 두었다가 주문하는 순간 병입해서 판매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있어서 나는 후쿠오카를 방문하면 꼭 들러서 이 나마자케를 한두병 구입하는 편이다. (가격도 아주 저렴하다.) 여기에서는 가끔 운이 좋으면 '마쯔리(파티)'도 열리는데 공간도 예쁘고 해서 일부러라도 가봄직하다.
- 뭐니 뭐니 해도 일본에서 사케의 테마가 가장 강한 곳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월계관' 박물관이 있는 교토의 '후시미'라는 동네이다. 이곳은 옛스러워서 관광으로도 좋은 마을인데 월계관 박물관에 붙어있는 식당에서는 수도꼭지를 틀면 월계관의 나마자케를 바로 즐길 수도 있고, 후시미 최대의 사케바인 '후시미 사케 빌리지'에 가면 매년 선정된 18가지 사케를 한판에 즐길 수 있는 샘플러도 즐길 수 있다. 당신이 술과 일본을 좋아한다면 아마 이곳이 천국처럼 느껴질 것이다.
- 당연한 얘기지만 차로 여행하면 정말 좋은 식당, 그리고 양조장을 많이 방문할 수 있다. 나는 규슈 지방에서는 꽤 자주 투어 공연을 해왔는데 공연 일정이 없을 때면 현지 공연을 도와주시는 카를로스상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다니고는 했다. 주로 후쿠오카 근교의 바닷가 마을 여행을 다니고는 했는데 그중 '미야지하마 해변'이 있는 작은 마을의 '도요무라 주조'라는 양조장의 술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 꼭 양조장이 아니더도 일본에는 '지자케(지역사케)' 문화가 있어서 한 지역의 사케들을 전문으로 시음, 판매하는 사케숍, 사케바가 어딜가든 꼭 있는 것 같다. 가끔 잘 찾아가면 '노미호다이(무제한 시음)'도 즐기고, 사케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도 많다.
- 한국 전통주 얘기를 하려던 건데... 너무 길어져서 2부로.
+ 아, 더불어 교토는 일본에서 '집시 재즈'를 즐기는 분들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카모가와 집시 세션'이라는 모임이 있는데 매달 정기적으로 카모 강변, 그리고 열차 안에서 함께 잼 세션을 즐기는 모임이다. 누구나 참가, 혹은 구경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