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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Nov 03. 2018

돌아가셨다 = 생(生)이 디폴트 값이 아니다 라는 말

불변의 진리를 함축적으로 담은 말이 아니던가.

우리 말에 '죽었다'라는 표현의 높임 표현으로 '돌아가셨다'라는 것이 있다.

자주 쓰는 표현이라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데,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철학적이고 함축적으로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이다.


돌아가셨다...? 어디로 돌아가셨다는 말인가?


이것은 그 말 자체로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디폴트 값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원래 없었고, 우연한 기회에 잠깐 생을 누리다가, 다시 무(無)의 세계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을 곱씹다 보면 고마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살아있는 지금 우리 모두는 아무 것도 아닌 무(無)의 영역에 있다가, 

보너스로 생(生)이 주어진 것 아닌가.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생(生)이 있었냐는 듯 다시 무(無)의 세계로 거두어지지만,

무(無)에서 시작해 다시 무(無)로 가는 것이 모든 생(生)의 필연이라면,

살면서 있었던 몇가지 행복한 경험만으로도 이번 생은 얻은게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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