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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우 Aug 06. 2018

쌀값, 도대체 얼마면 돼?

3000평 쌀농사 지으면 412만원 남아

쌀값이 또 난리다. 지난해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쌀값이 올해 들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간지 등의 언론에서는 쌀값이 비싸다고 기사를 올리고 심지어 소비자단체에서는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을 방출하라고 성명까지 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25일 자 산지 쌀 가격은 80kg 기준 17만7052원으로 지난 5일 자 17만5784원에 비해 1268원이 올랐다. 지난해 7월 쌀 가격은 12만8500원이었다. 작년 쌀값과 비교하면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2013년 쌀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3년 이후 연속으로 대풍으로 매년 쌀값이 떨어져 2017년 수확기 산지 쌀값이 1997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폭락했다가 지난해 쌀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올해 쌀값이 오르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에는 37년만에 최저 생산량이다. 쌀값이 올랐다고 소비자들은 아우성이고 농민들은 쌀값이 오른 게 아니라 예전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쌀값이 얼마여야 적당할까.


공산품의 가격은 제조자가 결정한다. 생산원가에 적당한 이윤을 붙여 책정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판매한다. 하지만 쌀값은 생산자가 결정하지 못한다. 생산원가에 이윤을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농협, 민간 RPC와 협상을 통해 벼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협상 과정에서 참고 자료는 전년도 쌀값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쌀값이 아니라 벼값이다. 농민은 벼를 팔고 소비자들은 쌀을 산다. 그 중간에 RPC(미곡종합처리장)가 있다. 벼를 사서 도정을 해 소비자에게 쌀을 파는 역할을 한다. 어쨌든 쌀도 원가가 존재한다. 국가용어로는 논벼(쌀)생산비라고 하며 통계청에서 매년 생산비를 조사해 발표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산 10a당 논벼 생산비는 69만1374원으로 전년보다 2.5%(1만7,033원) 증가했다.


10a는 평으로 환산하면 300평이다. 즉 300평의 논에서 벼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69만1374원이다. 그럼 300평에서 생산되는 쌀은 517kg이다. 이를 20kg으로 환산해서 쌀생산비를 계산하면 2만5322원이다. 이 이야기는 아무리 쌀값이 떨어져도 2만5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20kg당 2만5322원은 순수하게 논에서 생산하는 비용이다. 쌀을 포장하는 비용과 RPC를 거쳐 소비지까지의 운송비, 그리고 마트에서의 이윤은 뺀 비용이다. 이를 다 합쳤을 때 현재 쌀값 4만4000원도 비싼 가격이라 할 수 없다.

요즘 잘 사용하지 않는 80kg 단위로 쌀값을 발표하기에 더 커 보인다. 쌀 1kg 가격은 2200원이다.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61.8kg이니 1년에 쌀값은 13만5960원을 지출한다. 밥 한공기를 200g으로 계산하면 440원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a당 쌀 순 수익률은 28만3179원이다. 300평 쌀농사 지으면 28만원 남는다. 3000평 지어야 280만원, 3만평에 2800만원이다. 직불금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지난해 지급된 직불금은 3000평당 132만원이다. 3000평 쌀농사를 지으면 직불금 132만원과 순수익 280만 합쳐서 412만원이 농가 손에 남는다. 무리해서라도 농사 규모를 늘리는 이유다.


쌀값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쌀농사에 보조금을 지원해서라도 쌀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안다. 일미칠혈이라고 했다. 쌀 한 톨에 농민의 피땀 7방울이 들어간다는 한자성어다. 쌀값을 단순히 숫자와 그래프로 비교하는 것보다 거기에 들어가 있는 농민의 땀방울과 그리고 매일 먹어야 하는 쌀의 소중함으로 쌀값을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올해 연말까지는 쌀 목표가격을 정해야 한다. 쌀값 얼마가 적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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