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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푸푸 Feb 14. 2021

작은 기쁨을 말하는 이야기에 대한 요즘의 생각

2월의 주제 [식물]. 웹드라마 <식물 생활>

2월의 주제 [식물]. 책 <야생의 위로>


공동 작가 ‘푸푸푸’와 ‘YONG’이 한 달에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걸맞은 책, 영화, 음악, 미술을 선정합니다. 둘이 함께 선정한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고 ‘YONG’은 에세이, '푸푸푸’는 레터링을 맡아 연재합니다. 2021년 2월의 주제는 [식물]입니다.


2주차. 웹드라마 <식물 생활>을 함께 보았습니다.
주의: 웹드라마 <식물 생활>, 영화 <소울> 결말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SOUL 레터링. Ⓒ 푸푸푸



이번 주 친구와 <식물 생활> 웹드라마를 보기로 정했다. 무엇을 써야 할까. 식물과 이제 막 친해진 계기에 관해 쓰자니 이전 글들과 겹치는 느낌이다. 또 ‘식물’ 뒤에 ‘생활’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아직 식물과 생을 함께하는 사이는 아니라서 나의 식물 생활에 대해 쓰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결국 결말 부 제시하는 메시지에 대한 요즘의 생각을 써보기로 했다.


웹드라마 <식물생활>은 식물을 사랑하는 웹툰 작가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소품집 같은 작품이다. 직장을 그만둔 지 3년. 웹툰을 그리지만, 데뷔는 아직 못한 주인공의 유일한 기쁨은 식물 기르기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일상을 방황하던 그녀는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기로 결심하며 끝맺는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은 듯한 주인공의 표정에서 안정감과 편안함, 기쁨이 느껴진다. 그리고는 이런 내레이션을 한다.


“일상적으로 구원을 받고, 짐을 벗고,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큰 기쁨이 아니라 작은 기쁨이 필요하다” (헤르만 헤세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중)


얼마전까지 분명 나는 ‘작은 기쁨,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를 좋아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런 작품이 답답하고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영화 <소울>을 보고나서부터 였던 것 같다. 그동안 남들이 인생영화라고 하는 영화들에 반대 의견에 선 적이 거의 없는데 <소울>은 왜 별로였을까. 호평 일색인 반응 속에 스스로 좀 당황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했던 작년 이맘때쯤부터 이런 메시지의 이야기가 유독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레 생긴 공백의 일상을 자기 탐구, 자기 행복의 시간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내게도 무척 의미 있게 다가왔다. 나의 많은 일상을 바꿔놓을 정도로. 근 1년, 힘들긴 했으나 다행히도 소소한 행복, 기쁨이 되는 것들을 많이 발견했다. 그런 사소하고 자잘한 기쁨들로 1년을 채웠다. 1년이나 채웠다.


이쯤 되니 소소한 행복 같은 거 난 잘 모르겠고, 이제는 조금 스펙터클 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 본 적 없는 공간에 뛰어드는 모험 같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렇게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그 모험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더 큰 기쁨, 큰 성취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하고 싶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반복되는 메시지가 어쩐지 이제는 “네 꿈, 네 행복. 이쯤에서 만족하면 됐잖아”처럼 꼬아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성격이 더러워진 탓일까. 만족할 줄 모르고 복에 겨워 하는 소릴까.


<소울>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이러한 주제를 다룬 픽사, 디즈니의 영화가 <소울>이 마지막이길 바랬다. 내가 처음 영화를 사랑한 이유는 현실의 나에서 잠시 빠져나와 스크린 속 인물에 마음껏 몰두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지니는 가치는 다양하지만 그중 ‘대리만족’의 역할이 크다고 믿는다. 특히 어떤 시기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라면 더 그렇다. <소울>이 그리는 소소함의 낭만성을 지켜보며 조금 슬퍼졌다. 아직도 이 오랜 불행의 시기에 사소한 행복조차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구나. 얼마전까지 그 시기를 거쳐 왔던 지라 더욱 안타까워졌다. 불확실성의 시대, 오히려 사람들은 최대한 안전하고 확실한 행복에 만족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다. 소소한 행복에 대한 가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너무 쉽게 만족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픽사, 디즈니 영화 속 주인공으로 안전한 환경 속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는 캐릭터가 나오길 꿈꾼다. 게다가 픽사와 디즈니는 어쨌든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만드는 곳 아닌가.
(지금은 어른들의 인생영화를 만들지만.)


글 / YONG

디자인 / 푸푸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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