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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욕

초단편소설

by 먼지문

생존욕

회빛의 그녀는 진실로 가냘픈 여인이었다. 그녀의 몸엔 쓸대없는 지방이 아예 없는듯 뼈 마디가 드러나 있었다. 물기 없는 그녀의 살결은 창백하고도 건조하여 거스른 촉감이 알알이 만져질듯 하였다. 그녀는 가난했고, 빚이 있었다. 그녀는 나무토막처럼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녀는 간단한 토마토 파스타를 즐겨 먹었다. 그녀는 몸에서 새콤한 토마토 통조림과 싸구려 파스타의 분분한 밀가루 냄새가 풍길정도로 토마토 파스타를 먹었다. 그녀가 외식을 해야할때면, 그녀는 크고 값싼 과자봉자나 지방 가득한 싸구려 쿠키를 먹었다. 3달러가 안되는 가격들 중 봉지의 칼로리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가장 높은 칼로리의 과자를 입에 기계처럼 밀어넣었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말라갔다. 그녀는 말과 행동을 아끼었다. 불필요한 걸음은 내딛지 않았으며, 말을 하는 대신 침을 삼키기 일수였다. 그녀는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그녀가 굶는 날에 그녀의 큰 눈은 허공을 더 크게 응시하며 눈 및에 검은 그림자는 더 짙어졌다. 그녀의 침침한 회빛의 눈동자는 그 누구도 바라보지 않는 듯 했다. 그렇듯 그 누구도 그녀와 눈맞추지 않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일하였다. 낮에는 레스토랑 주방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설겆이를 하였고, 밤에는 숙식제공을 하는 물류창고에서 밤을 새었다. 그녀는 정상적인 수면 대신 출퇴근 시간, 버스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녀는 항상 긴팔에 긴바지 옷을 입고 다녔다. 그녀의 옷이 그녀의 얇은 뼈에 펄럭거릴때, 팔에는 큰 멍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그녀의 직장엔 대화가 잘 없었다. 활기찬 레스토랑에서조차도 그녀는 마치 홀로 기계처럼, 구석에서 흐르는 물과 음식물, 하얀 도자기 그릇, 상큼한 주방세제들과 고립되어 있었다.

어느날, 그녀는 한달치 월급을 어김없이 은행에 상납하고 나왔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여전한 빚과 새로운 이자 뿐이었다. 그녀는 바로 설겆이를 하러 버스를 타지 않았다. 대신 차갑고 딱딱한 거리의 보도블록에 앉아 저녁이 지나도록 사람들을 응시했다. 그 행동은 영락없는 노숙자 같았지만, 말할수 없는 독특함에 아무도 그녀를 노숙자라 생각하지 못했다. 굶주린 그녀의 눈의 그림자는 어느때보다 깊었다. 그녀의 자세는 나무토막처럼 꼿꼿했고, 그녀의 회빛은 거리속 그녀의 존재감을 지워버렸다. 거리의 흐르는 대화 속에, 흐르는 감정 속에 그녀의 힘은 없었다. 새빨간 풍선을 들고 지나가는 아이와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은 든든한 가족. 한껏 꾸민채 친구들과 거리를 걷는 20대 청춘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활력 넘치는 남자들. 따스히 차려입은 채 빵과 식료품이 담긴 쇼핑백을 안고 걷는 노인. 땅을 보며 걷는 정장차림의 남자. 네이비색 교복을 입은 눈 밑이 새빨간 여학생과 그녀에게 인상 쓰는 부모. 헤드셋을 쓰고 리듬을 타며 걷는 30대의 아줌마. 그 밖에 일상처럼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녀는 마른 손을 있는 힘껏 움켜지었다. 갈라진 손톱들이 부셔지듯 그녀의 거친살들을 긁혔다. 뼈 마디가 드러난 몸, 회빛의 피부, 닿지 않는 눈동자. 그녀는 가냘픈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삶을 원하였다. 자유를 원하였다. 그녀는 그저 생존하고 싶었다. 이 사회에서 생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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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레스토랑에선 그녀가 오지 않아 설겆이들이 처리가 되지 않는 고난을 맞았다. 물류센터에서, 감독은 그녀를 결석처리하였고 패널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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