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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Oct 04. 2022

잘 먹었습니다. 달봉 씨

221002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인다는 모나리자 그림 아시죠?



저는 볼 때마다 달라지는 달고나를 만들었어요. 

무슨 dog소리냐고 하시겠지만 들어봐 주세요.



달고나가 너무 먹고 싶어서 설탕을 녹이고 식소다를 찍어 넣어 

나름 심혈을 기울여였죠 하지만  먹을 수 없었습니다. 당뇨잖아요 

그럼 왜 만들었냐 하시겠지만  

왜요 왜요 만들 땐 나름 희열을 느꼈단 말이에요 



아들에게 어서 먹어달라 부탁해보았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지요. 

그 녀석은 달고나를 엄청 싫어하거든요. 너무 달다나 뭐라나...


결국 달고나는 내 친구가 되었어요. 

그 아시죠? 영화 캐스트 어웨이 톰 행크스의 친구 배구공. 윌슨.

저는 윌슨을 탄생시킨 것 같았죠.



아무 말이 없는 달고나에게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달봉이" 

그래요.  애봉이 친구 같은 입에 짝짝 붙는 달봉이라 이름을 지었지요. 


달봉 씨는 지금 이 어두운 밤에 잔디밭에 대자로 누워있는 중이었어요. 

저는 조심하라고 말했죠. 

잔디밭에 귀뚜라미 같은 친구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저는 귀뚜라미를 엄청 무서워하거든요. 


달봉 씨는 잔디밭에서 일어나 

내게 걱정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자신을 보라고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으니 이렇게 가벼워 보이지 않냐고 합니다. 

인생 뭐 있냐고 그냥 부딪쳐보는 거라고요. 그러면서 가벼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팔을 번쩍 들어 올려봅니다.  



오늘 비가 왔지요 저 또 살짝 우울했어요. 

오늘 달봉 씨는 우울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달봉 씨는 말없이 

저의 생각의 길에서 두 팔을 들고 막아섰어요. 

우울 금지. 두 팔로 막아서며 자꾸 우울한 생각에는 빠지지 말래요




매일 익숙한 우울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노력을 해보래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하지만 달봉 씨는 안대요. 그게 잘 안된다는 걸요 

그래도 항상 내가 노력하는 모습이 이쁘데요 


그래서 이마아아아아아앙큼 좋아한데요. 



난 기분이 좋아졌죠.


기분도 좋아졌고 오늘만 달고나 하나 먹는다고 큰일 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며


달봉 씨의 배경을 뜯어먹었어요. 


아 달콤해.



달봉 씨는 담에 우울할 때 또 소환해 달라며

두 팔 벌려 안녕을 고했어요.



이제 달봉 씨는 없고  

소다가 좀 많이 들어가서 씁쓸한 달고나가 있네요. 


와작와작.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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