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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Oct 04. 2022

한 입 베어 물어가세요

나누어드립니다.


해야 할 일들이 쌓여서 나를 노려봅니다. 


설거지통에서, 쓰레기 봉지 안에서, 화장실 변기에서, 세탁실에서, 그리고 바닥의  머리카락과 고양이 털이 엉켜서 빨리빨리를 외칩니다. 

나는 태생이 달팽이인지라 째려보든 흘겨보든 상관하지 않지만요. 

결국 저녁이 되면 노려보던 그것들이  그것 봐! 이럴 줄 알았어! 타박을 늘어놓지요. 


이 시간쯤 되면  굼벵이가 꿈틀대듯 일을 하다가 언뜻  눈치를 봅니다.  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 

꾸물럭 가리느라 못 마친 일들의 비명을 못 들은 척 슬금슬금 컴퓨터 앞에 궁둥이를 놓아봅니다.


소설을 쓰면 밤을 새울 테니 오늘  일기 겸 편지를  하나만 채우고 또 일하자. 

그렇게 나는  여기에 앉아서 오늘도 자판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 글은  당신을 만나게 된 거예요. 

우린 참으로 갸륵한 인연입니다



하루 종일 일을 했으니  

자기 전엔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 거야. 그런 것도 없으면 어떻게 살아?

반쯤 완성된  해바라기가 한마디 내 편을 들어주었어요.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물도 한잔 떠옵니다.



아..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조그마한 폐렴도 견디지 못하는 몸에 여러 가지 질병을 주렁주렁 달고  뭐가 그리 좋으냐. 

엄마도 아빠도 얼마 전에 돌아가시고 넌 혼자서 웃고 싶더냐. 행복하다는 건 불효가 아니더냐. 


아뇨아뇨. 엄마 아빠는 내가 이 순간을 잘 견디고 행복하길 바라시니까 그러길 원하시니까

오늘은 울지 않을 거예요. 불행한 생각은 접어둘래요.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나 보죠. 

생각해 보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것도 아니잖아요. 누구나 걱정이 있고 이혼한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요.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자, 엄마가 찍은 사진을 봐요. 

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시고도 예쁜 것을 보면서 삶을 즐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잠을 자려고 모든 불을 끄고 있어요. 

컴퓨터도 이제 꺼야겠네요 


오늘도 잘 지낸  하루였어요. 



당신에게 내 행복을 나눠주고 싶은데 당신이 허락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크게 한 입 베어 물어가세요

좋은 꿈 꾸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전 기침이 더 잦아들기 바라며 이만 가볼게요 


당신이 내 글을 읽어줘서 기뻐요. 안녕. 내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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