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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잠 Nov 05. 2022

#3. 색연필

가지가지하는구나

방광염이다. 화장실 갈 때마다 배뇨통이 있어서 어제  지하 1500미터 천연암반수 밑에 묻어둔 이야기를 캐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몸이 참 가지가지한다.


오늘 11시에 아이가 감기 때문에 하지 못한  영어수업 보충을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고 감기 기운이 아직 있어서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을 그때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니 근데 이럴 수가 울 영어 원장님 한국말이 서투셔서 장문의 영어로 문자를 보내신 것이다.

난 대학교 졸업 이후 영어를 접었다. 간단한 문장인데 해석을 못하다니...!!! 난 책상에 앉아 나의 처참한 영어실력에 아들의 색연필 열여덟 개를 던져버렸다.

 

그래 차근차근! 나는 할 수 있다. 해석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에겐 파파고가 있으니까!


goood morning if you are still not getting better

일단 아는 인사가 나오니 안심이다. 파파고에 돌려본다.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다면 좋은 아침 되세요]

뭐지? 한글마저 이해가 안 되고 있다.

좋은 아침이 아니어도 좋은 아침 되라는 의미인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초반부라서 인사 정도일 거라고

생각한다.


안 되겠다. 그냥 아들 한데 물어보자.

결론은 오늘 보충 오지 말라는 얘기였다.

한숨을 크게 쉬고 답장을 해야 했다. 뭐라 하지? 오케바리? 아니다. 뭔가 정중하게 해야 한다.

오늘 아들 감기가 다 낫질 않았으니 오늘 보충 보내는 건 무리인듯하니 집에서 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난 문자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내가 보낸 문자를 보았다.


THANK YOU


그래 다 통할꺼야...답답한 내 마음도.


아.. 화장실이나 가야겠다. 방광염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수다는 약간의 좌절감과 함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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