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동킥보드 정책
차량 및 승차공유, 공유 자전거 및 전동킥보드, 자율주행셔틀 등의 등장은 세계 주요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와 도시 정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근 미국의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도시에 정착하는 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는 2차 공유 전동킥보드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2018년 7월 23일 부터 11월 20일까지 120일 동안 진행된 1차 파일럿 프로그램 분석 결과, 시민의 34%, 방문객 48%가 자가용, 택시, 우버(uber), 리프트(lyft)를 대신해 공유 전동킥보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전동킥보드가 도로에 운행하는 자동차 감소에 기여했다는 의미다. 포틀랜드 교통당국(Portland Bureau of Transportation)은 교통량을 늘리지 않고 이동량을 증가시키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판단했다. 2차 파일럿 프로그램 진행 목적은 전동킥보드가 온실가스 감축 기여 여부, 전동킥보드의 효율적 운영, 수명주기와 적합한 요금 등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목적이다.
1차 파일럿 프로그램 동안 허가 받은 라임(lime), 버드(bird), 스킵(skip) 전동킥보드 2,043대는 700,369회 사용되고, 801,887 마일(1,290,512km)을 주행했다. 하루 사용자는 약 5,836명으로 전체 전동킥보드는 일일 평균 10,743km의 이동을 담당했다. 대당 1일 평균 2.86회 사용되어 5.26km를 운행했고, 서비스 1회 당 평균이동거리는 약 1.84km였다.
2018년 포틀랜드 교통당국이 조사한 전동스쿠터 파일럿 사용자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4,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최근 전동스쿠터를 사용한 이유에 대한 설문 결과(복수응답) 1위는 빠르고 가장 신뢰가 가기 때문에(fastest and most reliable, 46.08%), 2위는 그냥 재미로(just for fun, 44.11%), 3위 다른 교통수단보다 저렴하기 때문에(less expensive than other ways to get there, 31.13%), 4위는 이동 시간과 목적지를 고려했을 때 주차가 어려워서(parking is difficult at that time/destination, 27.18%), 5위는 땀을 흘리기 싫어서(didn’t want to get sweaty, 19.28%), 이동 시간대와 목적지에 적합한 버스나 열차가 없어서(no bus/train at that time/destination, 16.70%),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서(don’t have a car, 14.17%) 순이었다. 주변에 공유 전동스쿠터를 추천하겠느냐는 답변엔 ‘매우 강력히(extremely likely)’가 68.53%, ‘강력히(very likely)’가 20.72%로 긍정적 비율이 매우 높아 포틀랜드 시민들이 바라보는 전동킥보드는 매우 우호적인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판단할 수 있다.
포틀랜드의 사례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운영 중인 도시 가운데 긍정적인 케이스로 미국 주요 도시마다 운영 정책은 다르다. 지난 1월 필자가 방문했던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지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통혁신의 성지라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현재 ‘전동 스쿠터 공유 허용 프로그램(Powered Scooter Share Permit Program)’을 진행 중이다. 2018년 3월 버드(Bird), 라임(Lime), 스쿠트(Scoot)가 교통당국과 협의 없이 전동킥보드 2,000대로 도크리스 형태 공유서비스를 시작했고, 샌프란시스코 교통당국(San Francisco Municipal Transportation Agency)은 도심의 무질서와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 같은해 8월 강제 철수를 명령했다. 대신 10월에 1년 기간의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을 시작한 도시다. 파일럿 프로그램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스핀(spin)과 스쿠트(scoot) 2개 업체가 선발되었고 이 과정은 ‘위대한 스쿠터의 전쟁(Great Scooter War of 2018)’ ‘스쿠터-게돈(Scooter- Geddon)’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2019년 10월 15일 부터 시작된 ‘전동 스쿠터 공유 허용 프로그램’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에 선발된 스핀(spin)과 함께 점프(jump), 라임, 스쿠트에게 운행 허가를 발급했다 (참고로 2018년 11월에는 포드가 스핀을 1억 달러($100 million)에 인수했고, 2019년 6월에 버드는 스쿠트을 인수합병했다. 이외에도 우버는 점프바이크(JumpBike), 리프트(Lyft)는 모티베이트(Motivate)를 인수합병했으며, 현대차는 2019년 8월 가산에서 공유 전동킥보스 서비스 출시, BMW, Audi, Mercedes Benz, Audi 등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전동킥보드를 개발하는 등 퍼스트-라스트 마일(First-Last Mile)이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당초 프로그램 초기에는 선정 기업 당 1,000대에서 서비스 품질에 따라 2,500대까지 확대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서비스 품질이 높았던 스쿠트(scoot) 1,000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기업들은 각각 500대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12월 15일 750대, 2020년 1,000대로 운행 대수 확대를 허용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주차 교육 제공, 보험가입, 개인정보보호정책 입증, 데이터 공유, 저소득층을 위한 계획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각 기업별로 콜센터, 웹사이트 혹은 대표 이메일도 운영해야 한다. 시민들은 해당 채널을 통해 위험한 탑승행위나 부적절한 주차에 대한 신고가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교통당국이 운영하는 콜센터 311번을 통해서도 신고가 가능하며, 기업들은 사용자와 시민들의 불만사항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교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도크리스 운영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가장 커다란 변화는 잠금장치 설치는 의무화다. 최초로 잠금장치를 자발적으로 설치한 기업은 스쿠트다. 파일럿 프로그램 시작 2주 동안 200여 대가 도난 당하거나 파손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교통당국 연구결과 잠금장치가 횡단보도나 인도에 방해를 감소 시킨다는 점을 착안해 운영 대수를 확장시키기 위한 기업 의무사항으로 잠금장치 사용을 포함시켰다.
산호세는 ‘더 낳은 산호세 자전거 계획 2025(San Jose Better Bike Plan 2025)’의 일환으로 2018년 부터 혁신과 이동성 확대를 위해 시내 주요 도로 마지막 차로를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을 위한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용 도로로 재정비하고 있다. 2040년까지 최소한 15%의 시민 이동거리를 자전거로 대체하기 위해 시작한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잠금장치 의무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대학 구내 진입 등은 안전을 위해 진입이 제한되어 있다.
19,000여대 전동킥보드가 운영되고 있는 샌디에고와 프랑스 파리는 2,5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시 교통 현황과 정책, 거주민들의 수용성 등에 따라 마이크로 모빌리티 대표적 디바이스로 떠오른 전동킥보드는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모빌리티 서비스 현황
국내에서는 카셰어링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양대 기업인 쏘카와 그린카 회원수는 약 4,367%, 서비스 존은 631%, 차량 수는 1,231%나 증가했다. 사용 이유도 도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2018년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운전면허를 소지한 전국 만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카셰어링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이유 1위는 자동차 구입 부담감 해소 49.1%, 2위는 극심한 주차난 해소 42.6%, 3위는 교통체증과 혼잡 등 문제개선 40.3% 등 순이다.
2013 우버가 렌터카를 이용해 승객을 태우는 우버X를 서울에서 출시했고, 2018년 6월 법원은 택시업계의 반대, 서울시의 고발 등으로 최종 법원에서 불법 판정을 받으며 국내에 본격적으로 공유 모빌리티 이슈가 주요 규제 이슈로 등장했다. 2019년 3월 8일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의 카풀-택시 합의안 발표, 2019년 7월 17일 국토교통부는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일명 717 대책)‘을 발표했다. 동대책에서는 Type 1(플랫폼운송사업), Type 2(플랫폼가맹사업), Type 3(플랫폼중개사업) 3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제도를 발표했다. 하지만 Type 1으로 분류가 가능한 타다의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검찰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기소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렇듯 타다의 공유경제와 혁신, 합법과 불법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반반택시 등 규제샌드박스 적용 사례를 제외하면, 717 대책에 명시해 놓은 비즈니스 모델 밖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해외에는 투로(Turo)와 겟어라운드(Getaround)로 대표되는 P2P(Peer to Peer) 차량공유 모델도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을 때 원하는 가격을 스스로 책정해 앱에 등록해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수요자는 렌터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트럭, SUV, 고급차, 클래식카 등 원하는 자동차를 일반 렌터카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투로는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5,500개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겟어라운드는 세계 300개 도시에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유휴 자동차 활용도를 높이고 2019년 2월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 R&D 추진전략'에 포함된 공유경제 정의인 ‘플랫폼 등을 활용하여 자산・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여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는 경제 모델(개인, 기업, 공공기관 등이 유휴자원을 일시적으로 공유하는 활동 등)’에 적합한 모델임에도 국내에선 불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일정 대수의 자동차와 주차장을 보유한 사업자만 자동차 대여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업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리되어 관련 면허를 보유해야 하고 차도통행만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2019년 3월 18일 개최된 4차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을 통해 전동킥보드는 25km/h 이하 속도로 자전거도로 주행을 관련 기업, 정부, 시민단체가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2019년 11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전동킥보드 안전기준 개정고시를 발표하는 등 전동킥보드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을 포함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2019년 2월 8일 회부되었으나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전동킥보드는 현행법과 개정법안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의제리더로 참여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해커톤 합의문 마지막 항목은 ‘장기적 관점으로 다양한 모빌리티가 공존할 수 있는 도시계획 및 도로환경 조성에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동킥보드가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인정 받더라도 안전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차도, 인도와 함께 전동킥보드 등을 위한 안전한 제3의 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모빌리티 통합 로드맵을 제시해야
프랑스 자동차 기업 PSA 그룹 산하 온라인 부품판매 기업인 미스터 오토가 발표한 ‘2019년 드라이빙 도시 지수(2019 Driving Cities Index) 분석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주요 100대 도시 가운데 53번째로 운전하기 좋은 곳이다. 국내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분석 대상에 포함되었다. 15개 지표 가운데 서울이 가장 높게 평가된 지표는 대중교통(Public Transport Score)으로 5위로 상위권, 리터당 유가(Cost of Petrol/L)는 60위, 일일평균정체비용(Daily Average Congestion Score) 52위, 일일평균정체점수(Daily Average Congestion Score) 52위, 연간도로세(Annual Road Tax) 57위로 중위권, 하지만 2시간 주차비(Cost of Parking/2hrs)는 8.82달러로 29위, 대기질(Air Quality Score)은 최악으로 무려 91위다.
우버를 필두로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디바이스 공유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도시의 변화와 이동의 문제 해결을 정부 및 지자체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모빌리티 정책의 중심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해답은 보이지 않고, 차량 혹은 승차공유는 더 이상 새로운 모델이 나올 수 없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있다. 정책도 자전거, 전동킥보드, 차량 및 승차공유, 자율주행차 등 각각 분절되어 발표되고 운영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모빌리티 산업 및 서비스 발전과 다양한 디바이스들 간의 연계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과 거시적 방향도 없다. 도시 모습을 변화시키려는 스타트업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출시에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설계를 할 때 하나라도 부딪히는 규제가 있는지 부터 구글링을 시작하는 것이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계 업계의 서비스 론칭을 위한 첫번째 검토 대상이 되어 버렸다.
본 원고의 서두에 많은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동킥보드 등 다양한 시도들과 정착 과정을 기술했다. 해당 도시들이 강조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실험'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험'이란 서비스 제공 기업, 시민과 탑승자 안전과 편익, 도시문제 개선 효과, 관련된 노동문제, 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안착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시점이다
필자주) 전동킥보드는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공개 의무가 없고, 특정 기업의 데이터를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어 해외 데이터를 활용했음을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