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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두원 Mar 14. 2020

거부하기엔 너무 버거운 혁신, 공유경제(기업나라인터뷰)


공유경제가 미래를 바꿀 혁신일지,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현상일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기존 기업과 제도권에서 달가워할 현상은 아니지만, 이들의 의사와는 별개로 공유경제는 이미 의식주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어 우리의 소비관뿐만 아니라 직업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이 혁신인지 아닌지,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이제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공유 서비스 모델을 통해 소비자들이 이미 이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편리함과 효용성을 충분히 맛보았다는 점이다. 이론보다 강력한 건 경험이고, 이념보다 무서운 건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러니 미래 비즈니스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이 새로운 트렌드를 이해해야 한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일본자동차연구소 방문연구원, 현대모비스 연구소 팀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 《초연결시대-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와 함께 다수의 논문과 보고서를 펴냈다. 자동주행시스템,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 인간공학 등을 과학기술정책과 연계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공유경제만큼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분야도 없습니다. 학자들마다 보는 시각도 제각각입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공유경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경부터입니다. 유휴자원을 개인끼리 공유하거나 거래하는 경제 형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무료로 빌려주거나 아주 적은 대가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그것이 비즈니스 형태를 띤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는데요. 2008년에 시작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개인의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소유’보다는 ‘공유’의 다양한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 채널이 등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공유 플랫폼이 생기고, 수수료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공유경제가 확산할 수 있었죠. 아직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개념이어서 정통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논란과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논란과는 별개로 이미 공유경제가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그럴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요?
우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0년에 미국에서 우버라는 차량공유 플랫폼이 생겨났습니다. 공통 앱을 통해 전 세계에 서비스를 론칭하며 단기간에 엄청난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죠. 우리나라에서는 택시 업계의 강한 반발로 결국 물러났지만요. 우버를 쫓아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 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우버처럼 사업자와 소비자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업을 ‘우버피케이션(Uberfication)’이라고 정의할 만큼 빠르게 확산했죠. 바이크, 퀵보드 등의 탈것에서부터 숙박, 금융, 교육, 의류, 육아 등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가족 빼고는 다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분야는 독점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독특한 영역의 산업군입니다. 그래서 지난 10년 사이에 정말 많은 기업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공유경제가 혁신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인데요. 그렇다면 공유경제가 가져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공유경제가 자본주의의 반대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융합경제, 일종의 하이브리드 경제죠. 공유경제가 어떤 가치를 실현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실제로 개인 간 거래인 P2P(Peer to Peer)의 경우, 개인의 유휴자산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창출됩니다. 문제는 타다의 사례처럼 기득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타다가 기존 시장을 뒤엎는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더 쾌적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택시의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기존에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혁신일까요? 작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 품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공유 서비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편리한지 아닌지, 저렴한지 아닌지가 고려 대상이죠.


실제로 소비자들은 우버나 타다가 공유경제 기업인지의 여부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두원 박사가 지난해 일반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니발 운송서비스(타다, 파파 등)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61명 가운데 25명이 공유경제 기업 여부에 대해 상관하지 않으며, 서비스 품질에 만족해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물론 사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28명은 타다와 파파가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중요한 것은 사용 경험이 있는 61명은 물론이고 사용 경험이 없는 39명 중 앞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우버에 대해서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결국 정책 담당자와 소비자 사이에 나타나는 인식의 갭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공유경제 정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서비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휴공간을 공유한다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건물을 사서 숙박업을 하는 에어비앤비 참여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공유경제를 놓고 당연히 상반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기득권층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당연하고요. 또 수수료나 노동 문제도 얽혀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히어테크놀로지스인데요. 우버의 비즈니스 정책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라이딩 공유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나선 기업입니다. 수수료를 낮추고, 앱을 통해서 라이딩 커뮤니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기존의 독점 플랫폼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토종 공유숙박 플랫폼인 ‘위홈’이 중간거래 수수료를 없애고, 공유 행위의 가치를 만들어낸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선언하며 블록체인을 접목한 플랫폼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후발 기업들이 기존 서비스의 문제점을 파고들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진화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질 거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진화된 서비스의 출현이 공유경제의 흐름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까요?


지금의 흐름이 끊어지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미 전 세계 소비자들이 공유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은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알아보고, 그 나라 차량공유 앱부터 깝니다. 미국이면 우버, 중국이면 디디추싱을 깔죠. 이 말은 결국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소비자들의 생활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용자의 경험은 결국 소비 패턴을 바꾸고, 더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을 바꿉니다. 얼마 전에 미국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공유하는 ‘투로’나 ‘겟어라운드’ 같은 P2P 서비스가 의외로 많이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주목할 만한 흐름은 소비자들이 돈을 더 지불하고도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공유 서비스를 공짜나 저렴한 서비스로 받아들이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이죠. 타다의 경우 기존 택시보다 이용요금이 비싼데도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딸아이의 안전한 택시 승차를 위해 이용한 적이 있는데 아주 만족했습니다. 비싸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서비스가 주는 독특한 사용자 경험에 있습니다. 공간이 넓고 안전하니까요. 소비자에게 효용을 주는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소비자들도 이제 비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공유경제는 노동의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이미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우버 기사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를 해당 기업의 소속 노동자로 분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실제 우버나 리프트 플랫폼에서 일하는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가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어서 해당 직업을 선택한 데 대해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롭게 일하려는 노동자들이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초기에는 글로벌 플랫폼이 대세였습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로컬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소비자의 정서와 니즈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 이들의 장점입니다. 각 시장마다 소비자들의 특성은 다릅니다. 우버의 경우 모든 나라에서 신용카드로만 결제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나라 국민이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남아시아는 현금을 선호하고, 중국은 모바일 간편결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현지 기업들이 잘 파고들었죠. 우버가 글로벌 시장으로 세력을 넓혀나갈 때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러시아의 얀덱스, 브라질의 나인티나인이 현지 시장에서 빠르게 사용자들을 포섭했습니다. 플레이어가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런 흐름은 역으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버가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 그 나라의 규제 시스템을 충분히 배려하겠다고 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공유경제는 앞으로 이런 형태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공유경제는 스타트업의 영역이라는 의식이 강한데, 작은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많은 공유경제 모델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확산 속도도 빠릅니다. 새로운 모델이 미국에서 등장하면 바로 한국에 들어옵니다. 후발주자들이 연속적으로 생겨나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작년에 서울시에 전동퀵보드 공유 서비스가 등장했는데, 현재 20개 이상의 기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서 해외 기업들까지 국내 시장에 가세했는데요.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만들어놓으면 해외 기업들이 치고 들어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공유경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이 분야 스타트업 대표들의 고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니치 마켓을 찾아야 합니다. 특정 지역, 특정 대상을 파고드는 것이죠. 대상을 좁혀 그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설계하고, 부가제품을 내놓는 시장 세분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 서비스 모델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공유경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공유주방이 좋은 예입니다. 임대료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는 공유주방은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형태의 비즈니스로, 요식업 창업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습니다. 교육분야에도 이미 공유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무크’라는 미국의 인터넷 플랫폼은 유명교수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녹화해서 공개합니다.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죠. 아두이노와 라즈배리파이와 같은 오픈 소스 하드웨어도 일종의 공유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오픈 소스를 이용하면 기업의 비즈니스 론칭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제조업 영역에서 보면, 산업단지에서 특정 업무나 설비를 공유하는 사례는 이미 존재합니다. 산업단지의 경우 도시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인력을 구하기 힘들고 직원의 출퇴근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이들을 위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도 초기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꽤 괜찮은 창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로 인해 공유경제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서 공유 서비스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합니다. 소비자들은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것을 원합니다. 혁신을 경험한 사람만이 그 다음 수준의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혁신은 혁신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혁신의 경험을 제한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게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일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놓고 판단하자는 입장입니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속단하긴 이르지만, 그 속에서도 기업들은 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다. BMW, 벤츠, GM 등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공유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해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유경제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비즈니스 가치의 중심이 큰 기업에서 소기업, 개인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달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재화를 공급하고 그것을 개인이 소비하는 기존의 경제 구도에 변화를 몰고 와 누구든 자신이 소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될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에 공유경제의 가치가 있다. 당장에는 버겁더라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이 새로운 경제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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