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위클리 모빌리티 산업 리뷰 #3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나비간트 리서치는 글로벌 자율주행기업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자율주행 풀스택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1차 평가는 관련 기업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인터뷰, 2차 평가는 연구진의 분석을 거쳐 선정한다고 합니다.
1위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웨이모, 2위는 포드로 3위인 크루즈와 작년의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언제까지 3강 체제가 유지될지도 관전 포인트 입니다. 4위는 중국의 바이두로 4개 기업이 리더스 그룹으로 구분되었습니다.
현대차는 2017년 CES에서 라스베이거스 아이오닉 야간 도심 자율주행 시연이 높은 점수를 받아 10위권에 들었고, 올해 평가에서는 앱티브와 점수를 합해서 6위로 순위가 급상승했습니다. 앱티브와 40억 달러 규모 조인트 벤쳐 설립을 위한 투자에 대한 기대효과입니다. 하지만 앱티브는 작년 4위에서 6위로 하락했네요. 두 회사의 역량의 합은 5위인 인텔-모빌아이와 전략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행 측면에서 뒤쳐진 것으로 평가를 했습니다. 현대차와 앱티브의 조인트벤처가 2년 후인 2022년 로보택시 공급자, 플랫 오퍼레이터, 자동차 생산기업 등에 양산준비(production ready) 수준의 레벨4, 레벨5 자율주행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오픈이노베이션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앱티브-현대차는 인텔-모빌아이, 폭스바겐 그룹, 도요타, 다임러 보쉬와 함께 얀덱스, 죽스, 보야쥬, 메이 모빌리티 등 테크 자이언트와 스타트업들이 경쟁자(contenders) 그룹으로 평가되었고, 도전자(challenger) 그룹에는 BMW, 볼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나브야, 테슬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얀덱스와 죽스는 처음으로 등장해 도전자 그룹에 포함되었고, 자율주행셔틀 개발 기업으로는 나브야, 메이 모빌리티가 포함이 되었습니다. 반면, 애플을 이제 순위권에서 사라지고 테슬라는 꼴찌입니다.
(참고) 나비간트 리서치는 는 X축은 전략(strategy), Y축은 실행(execution)으로 설정해 리더보드 그리드를 작성합니다. 전략 축은 비전(vision), 시장진출전략(go-to-market strategy) 파트너(partners), 생산전략(production strategy), 기술력(technology), 실행 축은 영업, 마케팅, 유통(sales, marketing, and distribution), 성능(product performance), 제품 품질과 신뢰성(product quality and reliability), 제품 포트폴리오(product portfolio), 재정적인 시장 유지력(staying power)을 대상으로 분석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작년 6위에서 올해 4위로 리더그룹에 처음 진입한 중국의 바이두입니다. 2019년 7월 기준 13개 도시에서 2백만 킬로미터, 12월 말 기준 23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자동차 300대를 운행하며 3백만 킬로미터 이상의 시험운행을 실시했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작년 6월 28일 최초로 미국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레벨 5 수준에 해당하는 T4 자율주행자동차 면허 5대를 시작으로 2019년 말 기준 40대를 획득했습니다.
참고로 중국은 자율주행 시험운행 수준을 T1~T5로 구분하고 있으며, 완전자율주행 수준인 T4/T5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미국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레벨4/레벨 5와 유사하지만, T4는 지정된 도로에서만 시험운행이 가능합니다. 현재 베이징은 151개 도로 약 503.68km 구간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을 허용하고 있으며, T4는 해당 구역에서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중국은 올해 3월 9일 새로운 자율주행 수준 구분을 위한 국가 표준을 발표).
2019년 베이징에서 시험 운행된 13개 업체 자율주행자동차 77대 가운데 바이두가 52대, 주행거리는 전체 88.66만 킬로미터 가운데 바이두가 75.4만 킬로미터를 주행해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습니다. 현재 바이두는 T4 수준 자율주행자동차 300대 이상을 중국 전국에서 운행하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바이두가 중국에서만 1등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자동차관리국(Department of Motor Vehicles)이 올해 2월 공개한 2019년 자율주행운행보고서( 2019 Autonomous Vehicle Disengagement Reports)를 살펴보면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 인간 운전자 개입 순위에서 바이두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웨이모는 13,219 마일, 바이두는 18,050 마일에 한 번 씩 인간 운전자의 개입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바이두는 자율주행자동차 4대로 108,300 마일, 웨이모는 153대로 145만 마일을 주행해 운영대수와 거리에서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2018년 1,000 마일 당 4.86회 개입이 2019년에는 0.055회로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주행결과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던 웨이모는 최근 5세대 하드웨어 발표와 첫 외부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했는지 웨이모는 트위터를 통해 운전자 개입 보고서가 충분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했죠.
2017년 처음 선보인 오픈소스 자율주행플랫폼 아폴로는 현재 버전 5.0까지 공개한 상태로 중국업체들뿐만아니라, 다임러, 포드,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 보쉬, 콘티넨탈 등 부품업체, 마이크로 소프트, 엔비디아, NXP, 르네사스 등 반도체 업체들도 참여하고 있어 자율주행자동차의 안드로이드라는 불리기도 했습니다.
2018년 이후에는 완성차 기업들 간의 얼라이언스들이 진행되었습니다. 비용, 인력, 기술을 공유하며 장기적으로 많은 비용이 필요한 자율주행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 입니다. 대표적으로 작년 7월 4일 다임러와 BMW 그룹은 레벨4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에 사인했습니다. 같은 달 확정된 포드와 폭스바겐의 얼라이언스 체제 구축으로 폭스바겐은 포드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아르고 에이아이에 10억 달러 투자와 폭스바겐 그룹의 자율주행기술 공급사인 AID(Autonomous Intelligent Driving)를 아르고 에이아이에 흡수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얼라이언스들의 구체적 액션이 시작되면 나비간트 리서치 자율주행기술 평가 순위에 변화가 예상됩니다.
나비간트 리서치는 애플은 자율주행 상업화에 명확한 견해를 제시하지 않았고, 테슬라는 2020년 로보택시 기능을 내장한 자율주행자동차 100만대 출시 등 이목을 끄는 발표를 하는 등 제품과 제시한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 제품과 매칭되지 않아 순위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테슬라 소유주라면 테슬라가 꼴찌라는데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망자 발생 사고를 낸 우버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외에서 자율주행기술과 기업 관련 많은 보고서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기술과 같이 아직까지 미래기술인 경우 개발 기업들은 자신들의 전략에 대해 침묵하는 스텔스 모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비간트 리서치 결과가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업계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한 참고 수준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지난주 스타스키 로보틱스가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트럭 외부에 장착된 6개 카메라에서 전송 되는 실시간 영상을 보며 비디오 게임과 같이 차량을 원격조정하는 기술은 자율주행기술과 함께 스타스키 로보틱스가 자랑하는 기술입니다. 스타스키 로봇은 트럭이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 고속도로를 벗어나 물류센터나 배송거점으로 이동하는 복잡한 시내에서 원격조정 기술을 활용해 무엇보다 ‘안전한’ 이동을 위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던 기업이었습니다.
그동안 스타스키 로보틱스가 실시했던 시험주행 가운데 2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첫번째는 2019년 6월 플로리다 고속도로 9.4 마일 구간에서 보조 운전자 없이 성공적으로 휴게소에서 출발해 고속도로 합류, 차선 전환, 시속 55 마일을 유지하는 시험주행, 두번째는 두 달 후 8월 트럭 온디맨드 기업인 로드스마트(loadsmart)와 함께 텍사스 공공도로 인간 개입이 전혀 없는 트럭 배치를 통해 216km, 462km 거리를 자율주행 배송을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로드스마트 인공지능 기반 운송관리(트럭 배치, 견적, 예약, 배송관리)를 스타스키 차량관리시스템과 연결해 트럭 운행 비용을 감소시키는게 해당 프로젝트의 목적입니다.
2019년 6월 최초의 무인 자율주행트럭 시험운행 영상 (동영상 출처 : 스타스키 로보틱스 유튜브 채널)
이러한 성과으로 2019년 미국 CNBC에서 전 세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2019 Upstart 100, 프라이트웨이브가 선정하는 FreightTech 25 가운데 12 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 트럭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기업이었기 때문에 자율주행업계에 던지는 충격이 적지 않습니다.
스타스키 로보틱스는 2015년 스테판 셀츠 아크마허(Stefan Seltz-Axmacher)와 카르틱 티와리(Kartik Tiwari)가 공동창업했습니다. 아크마허는 폐업 이유를 블로그를 통해 상세히 남겼습니다. 인공지능 기술 수준에 대한 실망과 후속 투자 유치 실패가 핵심입니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현재 슈퍼바이즈드 러신머닝(Supervised Machine Learning) 기술이 몇 년 사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기술수준이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드로이드 C-3PO와 같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단지 정교한 패턴 매칭 도구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과대 포장된 기술은 실제 수준과 차이가 크다는 거죠.
인공지능과 인간의 수준이 L1 (인공지능 > 인간) 라인이면 자율주행기술을 리딩하는 기업들은 상용화를 위한 안전성만 증명하면 되지만, L2(인공지능 ≒ 인간) 라인이면 안전성을 획득하기 위해 1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L3(인공지능 < 인간) 라인 수준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들 가운데 L3 라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0년은 더 지나야 한다고 주장들이 있습니다. 결국 매출 없이 10년을 버틸 스타트업들은 없으며, 자율주행기술 개발은 대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의미입니다.
기술관점에서도 엔지니어 5~15명이 일하는 comma.ai, 100명이 넘는 테슬라와 함께 30여명의 엔진스타스키 로보틱스도 공공도로에서 운행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특정 기술 수준까지는 주요 기업들이 접근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수준을 뛰어 넘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집니다.
2019년 6월 그가 올린 그의 블로그에선 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장거리를 짐을 싣고 주행해야 하는 트럭은 승용차와 달리 조립품질도 떨어지고 최소 60일 주기로 점검과 유지보수 문제를 몰라 중요한 마일스톤을 놓친 적도 있고, 트럭 특성과 비즈니스 파악을 위해 비밀리에 2년 동안 36대 트럭으로 트럭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트럭을 과소평가 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만큼 쉽지 않은 비즈니스 대상이라는 점을 깨달아다고 합니다.
스타스키 로보틱스는 회사 설립 후 총 2,170만 달러, 마지막 투자는 2019년 2월에는 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530만 달러를 투자 받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11월에는 2천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실패했고, 매각도 원활치 않아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스타스키 로보틱스가 중요시 하는 안전은 VC들이 관심이 없다는 푸념도 늘어 놨습니다.
반면 웨이모는 이번달 초 외부투자라운드 발표와 함께 클래스 8(총중량 15톤 이상) 자율주행트럭으로 운영하는 장거리 물류서비스와 밴으로 택배, 세탁물 등을 배송하는 웨이모 비아(Waymo Via) 소개했습니다. 트럭자율주행은 현재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서 트럭을 테스트하고 있고 텍사스와 뉴멕시코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서 운영하는 로보택시 유상운송 프로그램인 웨이모 원(Waymo One)에 이어 B2B에서 B2C 대상의 서비스 모델과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입니다.
미국 데이터 분석기업 피치북(Pitchbook) 조사에 따르면 모빌리티 분야(자율주행, 전기차, 스쿠터, 운송, 물류 등) 관련 기업들의 투자는 2019년 335억 달러 였습니다. 2018년과 비교하면 무려 252억 달러나 줄어든 규모입니다. 특정 분야에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는해당 분야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 들었거나, 혹은 투자자에게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특히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해당 분야의 리더가 등장했거나, 스타트업 자금력으로 접근하기 힘든 시장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2020~2021년 완전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언급했던 기업들도 시기를 점차 늦추며, 최소 10년 이상 인공지능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자율주행기술이 사람의 이동보다 화물의 이동에 먼저 적용될 것이란 예측으로 자율주행트럭 기술개발을 하는 기업들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스타스키 로보틱스, 웨이모 뿐만 아니라, 엑소스트럭, 아다스, 투심플, 코디악, 플러스에이아이, 아마존이 투자한 오로라 이노베이션 등 스타트업들 뿐만 아니라, 우버 등 테크 자이언트, 볼보, 현대차 등 완성차들도 경쟁하고 있어 만만한 시장은 아닙니다.
잘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었던 스타스키 로보틱스의 폐업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의 겨울의 신호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스타스키 로보틱스의 폐업이 보유 기술 혹은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인지, 겨울의 신호탄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dwcha@d-today.co.kr | dwcha734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