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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두원 Jan 06. 2019

(칼럼) 인간에게 공격받는 자율주행차

서울경제 Science & Market 2019. 1. 7. 

인간에게 공격받는 자율주행차 | 차두원(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구글에서 자율주행차를 담당하는 웨이모는 2017년 4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 자율주행 택시, 이른바 로보택시 시험운행을 위한 얼리 라이더 프로그램(Early Rider Program)을 시작했다. 2018년 4월 웨이모가 발표한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특징을 살펴봤다.  9세에서 69세까지 다양한 연령대 탑승자들이 직장, 식당, 학교, 쇼핑센터 등 다양한 목적지로 이동을 하며, 이동 중에는 주로 숙제, 독서, 풍경을 감상했다. 대부분 탑승자들은 완벽한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선호했으며, 인공지능이 운전하기 때문에 탑승 중 이동 경로 확인, 유실물 확인, 시각장애인 안내견 동반 여부 확인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답하기 위한 차량 내부와 외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니즈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잠들어 있는 탑승자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깨우는 방법 등 다양한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설계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가 피닉스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피닉스 지역 거주민들이 로보택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소 21건이 발생했다. 로보택시에 돌을 던지거나, 타이어 파손, 주행 중인 로보택시 앞에서 급정거를 하는 차량도 등장했고, 심하게는 로보택시에 올라 보조운전자에게 PVC 파이프를 휘두르거나, 권총으로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권총으로 보조운전자를 위협한 사람은 우버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보행자 사망사고를 이야기하며 “자율주행차를 멸시한다”고 경찰에게 언급했다고 한다. 


이미 애리조나주는 적절한 인구밀도와 도로형태,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기후때문에 1년 내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험운행을 할 수 있는 우수한 조건을 가진 지역으로 많은 메이커들이 시험운행을 하는 지역이다. 애리조나주는 주지사 더그 듀시(Doug Ducey)는 직권으로 자율주행시험운행을 허가했다. 특별한 규제와 캘리포니아처럼 연단위 시험운행 결과 보고 의무도 없다. 이런 이유로 많은 자율주행기술 개발 업체들이 몰리며,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의 성지가 되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접할 기회가 많은 시민들은 그만큼 사고 가능성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듯 하다. 아마도 자율주행차와 본격적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 세계 최초의 지역이 아닐까 싶다. 


골드만삭스 경제연구그룹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기 시작한 후 몇 년 동안은 운전자 일자리를 서서히 대체하겠지만, 자율주행차가 급속히 증가하는 2042년에는 미국에서 월 25,000개, 연간 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소비자연맹도 자율주행차가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벗어나 실제 도로에서 시험운행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을 실험용 동물처럼 취급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강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미국자동차협회는 우버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보행자 사망사고 발생 전후 미국 성인들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두려움을 조사했다. 사고전 두렵다고 응답은 63%였지만, 사고후에는 73%로 무려 10%나 증가했다.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완성차와 테크자이언트들이 2020~2021년을 기점으로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수용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해외 업체들과 일정을 맞춰 2021년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 시범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 선진국들과 주요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기술수준은 떨어지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카풀도 정치이슈화 되며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유형의 갈등이 발생할지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현재 자율주행차 상용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자율주행차 오류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와 보행자 가운데 누구의 안전을 우선시 하느냐는 이른바 트롤리 딜레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고민해야 할 이슈는 이해 관계집단과의 효과적 상호작용 체계다. 기존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의 갈등과 충돌,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수용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솔루션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는 새로운 혁신적 기술이 시장에 얼마나 빨리 도입되느냐 보다 얼마나 사회에서 널리 활용되고 확산하는 소프트랜딩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에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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