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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욱 Sep 30. 2019

[서평] 쓸만한 인간

배우 박정민의 글을 읽고

나는 힙합을 좋아한다기엔 부족하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다. 그리고 배우 박정민(사실 이름을 몰랐다...)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뭔가 나와 비슷한 사람 같다 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영화 소개 TV 프로그램을 돌려보던 중 변산이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나는 "어? 뭐지 이 배우가 내가 관심 있는 뭔가를 연기하네"라는 생각을 가졌다. 아쉽게도 생각만 가지고 이유가 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당시엔 영화를 보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봤어요)


이런 생각만 가지고 있던 도중 이분의 팬을 알게 되고, 책을 쓰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 책을 추천받아 빌려 보았다. 책은 감동적인 농담이었다. 박정민 님과 나이 때가 비슷해서 인지, 그렇다기엔 나에게 책을 추천해 준 소녀? 청년? 분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그의 옛날이야기들이 너무 나도 나와 비슷했고 마음에 와 닿았다. 찌질했던 그 과거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써 내려가는 것에 웃음이 나왔고 그가 겪었던 모든 일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진 않아도 나의 과거를 비추어 상상해 보았을 때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6반으로 바지통을 줄이고 머리에 젤을 바르고 다닐 때의 모습. 나의 15년 지기 만나면 욕만 하는 놈들. 힘들었던 우리 집에서 겪었던 부모님과의 갈등. 너무나도 힘들어서 심리 상담을 받고 펑펑 울었던 그때. 돈 한 푼 못 받고 스타트업을 다닐 때 내 친구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 그리고 그때의 나의 생각들 내가 말했던 것들. 혼자 처음 독립해서 생활을 꾸리던 그때의 내 모습.


책의 뒷면을 보고 읽지 않은 탓일까 처음엔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의 단순한 농담이 적힌 글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재미있었고 그러나 속 깊은 이야기와 지나온 그의 인생을 농담으로 편하게 전달해 주는 느낌이었다. 무장해제, 그의 글 앞에선 눈물 따윈 없고 세상만사 통달한 것 마냥 어른 흉내를 내기가 어려웠다. 고맙습니다 짧은 글을 읽고 제가 쓸만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 주셔서. 앞으로 박정민 님 연기하시는 것들은 다 챙겨볼게요.


나의 위치는 메이저인가 마이너인가? 나는 정말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이러한 생각이 들 때 편한 친구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우 박정민의 산문집 '쓸만한 인간'을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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