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 May 13. 2022

살롱 음악회 부흥을 위해

실내 음악

소규모 편성으로 구성된 음악, 사적 공간이나 작은 홀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된 곡, 음악적 소양을 위해, 그리고 음악가들과 지인들이 함께 모여 친목과 여흥을 위해 연주했던 곡! 실내 음악을 규정하는 일반적인 특징들이다.

16세기 중반, 극장 음악이나 교회 음악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실내 음악’(Chamber Music)의 용어는 ‘실내’ 혹은 ‘방’을 뜻하는 Chamber와 camera에서 유래되었다. 특히 실내라는 공간적 제한은 소규모 성악 연주나 2중주, 피아노 트리오, 현악 4중주, 목관 5중주, 7중주, 8중주 등 기악 앙상블 편성이라는 실내 음악의 특징을 결정한다.


실내 음악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에서는 무시케 드 샹브르(Musique de Chambre), 독일에서는 카머무지크(Kammermusik),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무지카 다 카메라(Musica da Camera)로 표기된다. 실내 음악의 연주는 대체로 700석 이하의 중 극장이나 소극장에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전통은 17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큰 홀과 작은 홀로 구분한 공간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실내 음악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가령 음악을 통치자들의 정치적 지휘와 권력으로 상징하던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실내 음악은 왕이나 귀족의 저녁 만찬이나 특별한 연회를 위한 음악이었다. 오르크 필립 텔레만(G. P. Telemann, 1681-1767)의 ‘식탁 음악’(Tafelmusik, 1733)의 제목을 보면 당대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8세기에 궁정문화가 이전보다 많이 쇠퇴했지만, 실내 음악은 여전히 특정한 목적을 위한 기능적인 음악으로 남아 있었다.


18세기 후반, 실내 음악은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된다. 정치적 혁명과 산업 혁명을 통한 중간 계급의 등장은 이전과는 다른 경향의 음악 문화를 낳았다. 당대 음악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왔던 중간 계급의 취향에 맞는 음악과 음악 후원자로 부상한 그들의 “취향 저격”을 위한 음악은 오페라 아리아를 실내악으로 편곡하거나 가볍고 유려한 선율 중심의 음악이 만들어졌다. 당시 실내 음악 구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인 현악기나 목관악기 소나타, 피아노 반주가 있는 리트와 칸초네와 같은 피아노 2중주와 피아노 3중주는 그들의 취향에 의해 탄생하였다. 특히 가정음악은 실내악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가스만(1729-1774), 도르도네즈(1734-1786), 하이든(1731-1809), 반할(1739-1813), 알브레히트베르거(1736-1809), 디터스도르프(1739-1799), 아이블러(1765-1864), 귀로베쯔(1763-1850), 호프마이스터(1754-1812), 크로머(1759-1831), 노이바우어(1760-1795), 베슬리(1762-1810), 안톤 레니쯔키(1761-1820), 풀 레니쯔키(1756-1808) 등등 당대를 대표하는 실내악 작곡가들이다.

     

19세기 이전의 실내악은 전문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어우러져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바흐(1658-1750)의 둘째 아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C. P. Emanuel Bach, 1714-1788)는 “좋은 음악은 고상함과 즐거움을 겸비해야 하며, 전문가와 음악적으로 교육받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라는 그의 언급과 그의 작품 ‘식자와 애호가를 위한 여섯 곡의 클라비어 소나타’(Kenner und Liebhaber. 1765), 프로이센의 황제이나 아마추어 연주자였던 프리드리 2세(Friedrich II, 1712-1786)의 ‘플루트 작품’(Concerto For Flute, Strings & Continuo No.1 in G major)에서 18세기의 실내 음악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상수시 궁전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대왕의 플루트 연주회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실내 음악은 19세기의 실내 음악은 작곡가의 새로운 기법이나 어법을 실험하는 전문 영역의 장르였다. 또한, 상인과 외교관, 전문직으로 구성된 엘리트 사교 집단의 형성과 살롱 문화의 발전은 실내악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이 시기에 작곡가들 사이에서 현악 4중주가 다른 편성의 실내악 장르보다 조화로운 음색과 훨씬 쉽고 효율적으로 표현력을 끌어낼 수 있는 장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밖에도 다양한 구성의 실내 음악 장르도 작곡되었다. 예컨대 베토벤(L. van Beethoven, 1770-1827)의 ‘클라리넷 트리오’(Clarinet Trio in B-Flat Major, Op.11), 브람스(J. Brahms, 1833-1897)의 ‘혼 트리오’(Horn trio in E flat major), 베토벤의 ‘피아노 4중주’(Piano Quartet in E-Flat Major), 드보르작(A. Dvorak, 1841-1904)의 ‘피아노 5중주’(Piano Quintet in A Major, Op.81)와 ‘현악 5중주’(String Quintet in G Major, Op.77), 브람스의 ‘현악 6중주 제2번’(String Sextet No.2 in B-flat major, Op.18), 멘델스존(F. Mendelssohn, 1809-1847)의 ‘피아노 6중주’(Piano sextet in D major, Op.11), 베토벤의 ‘7중주’(Septet in E-flat Major, Op.20), 슈베르트의 ‘8중주’(Octet in F major D.803), 베토벤의 ‘8중주’(Octet in E-flat Major for winds Op.103) 등등이 있다.


20세기 초, 창작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실험음악과 같은 대중성과 거리가 멀었던 현대 음악의 시대적 흐름은 실내 음악을 더욱 은밀한(?) 공간으로 밀어 넣었다. 세계대전과 경제 공황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작곡가들에게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실내악 작품을 작곡하게 했다. 반면에 재현 클래식 음악회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이어오던 실내악 시리즈나 축제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현재의 실내악은 과거의 관행, 즉 단순히 작곡가들의 실험적인 시도나 연주자들의 친목이나 도전적 과제를 넘어, 도심 속에서 이뤄지는 하우스 콘서트나 살롱 음악회를 통한 음악문화 저변 확대와 문화예술의 향유의 장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고전음악은 고전주의 음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