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흑막 탈출기

제1화 첫 탈출 시도

by 동상

내가 거대한 흑막 조직에 의해 감금된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수많은 탈출을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고 아직도 감금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과거를 곱씹어 보고 있다.


내가 나를 인지할 수 있었던 첫 시점부터 나는 갇혀 있었다. 내가 갇혀 있는 곳은 불빛이 한점 없는 껌껌한 어둠 속이었고 물 속이라 생각될 만큼 축축했다. 또한 너무 비좁아 나는 다리를 한껏 배 쪽으로 당겨 웅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우리에서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 단하나가 있다면 '두근두근' 거리는 평화로운 소리 밖에 없었다.

'나를 가둔 사람은 누굴까? 그 목적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힘 없이 웅크리고 있을 때 밖에서 어렴풋이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그 웅웅 거리는 소리는 여자의 목소리 일 때도 있었고 남자의 목소리 일 때도 있었다.

그 소리가 무언지 정확히 듣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 들어보기 시작했다. '쪽쪽아~ 쪽쪽아~' 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 사람 있어요. 구해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내 목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 소리칠 수 없었다.

답답함을 느끼며 문득 '저 목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일까?'라고 생각했다. 나를 강금한 사람일까 아니면 나를 여기서 구해주기 위해 찾는 사람일까? 그리고 쪽쪽이라는 건 뭘 뜻하는 걸까? 사람 이름인가 아니면 다른 걸 뜻하는 걸까? 쪽쪽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왠지 유치하고 경박스럽다고 생각되었다.


무의미한 시간이 계속 흘러갈 때 어느 날 밖에서 나를 감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를 어떤 딱딱한 물체가 누르면서 우리 안에 있는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감시는 장장 30분에 걸쳐 이어졌으며 나의 모든 것을 살펴보기라도 하느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내가 탈출할 것을 우려하기라도 하듯이 나에 대한 초상권은 인정되지도 않은 채 사진도 찍었다. 이런 감시가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이런 꼼꼼함에 감시를 벗어나 탈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체 하루하루를 보냈다.


불안감 속에서 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갇혀만 있을 수만은 없어. 그래 반항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우리를 힘껏 발로 찼다. 우리는 신축성이 아주 뛰어난 소재로 되어 있는지 아무리 힘껏 차도 원래대로 돌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우리 밖에서는 놀라는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나는 더욱 힘을 내서 우리를 발로 차 나의 반항을 표출했지만 우리를 부드럽게 만지는 소리만 들릴 뿐 나를 꺼내주진 않았다.

결국, 이런 저항이 나를 탈출시켜 주지는 못한다는 것만 깨닫게 되었다.


'그럼 어떻게 여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탈출하기 위해 갇혀있는 우리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리가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는 줄 알았으나 계속 살펴본 결과 밑에 미세한 금이 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금이 나의 탈출구라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을 때 그 희망에 너무나도 기뻐 처음으로 딸꾹질도 나왔다. 딸꾹질에 우리 밖의 여자가 반응을 해서 이 희망이 들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빨리 딸꾹질이 그치도록 노력해야 했다.

어느새 딸꾹질이 그쳤고 탈출구인 그 금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금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만 밖의 감시자들의 눈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주기적인 감시가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이번이 실패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천천히 감시자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조금씩 그 금을 향하여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1cm 아니 1mm씩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도록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다.


그때 느꼈지만 솔직히 내 머리는 너무 컸다. 그 큰 머리를 움직이려 하다 힘들어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계속 움직였다. 너무나도 지난한 시간을 들였지만 드디어 내 머리 위에 그 금이 놓였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생각나며 눈물이 울컥 쏟아질 듯했지만 마지막에 일을 망칠 수는 없다.

저 금을 향하여 머리를 들이 밀고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나아갈 것이다. 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머리에 힘을 주려고 할 찰나 나는 좌절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밖의 감시자들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밖의 감시자들은 나의 심장소리 마저 듣고 있었던 것이다. 감시자들은 심장 박동이 빨라짐을 느끼곤 아주 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아 나는 왜 마지막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까' 나 자신을 한탄하고 좌절하고 있을 무렵 껌껌했던 우리가 갈라지고 눈부신 빛이 들어왔다.

우리 밖에는 녹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 새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지문도 남기지 않겠다는 용의주도함이 보이는 하얀 장갑도 낀 손으로 나를 우리에서 꺼내 들었다.

나는 탈출을 실패했다는 분함에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응애, 응애"

그 정체 모를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은 얼굴이 퉁퉁 불어 있는 여자에게 나를 안겨 주었다. 그래 이 여자가 나를 가둬둔 흑막이었구나. 내 삶은 이 여자에게 좌지우지될 운명이라는 것을 느꼈고 실제로 향후 그렇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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