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예외를 허한다.

단순하게 살기

by 레오

올해 들어 "단순하게 살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살고 있다.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생각이 어기고 싶을 때가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여겼다.

난 인간이니까.

이런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그때 되면 다시 생각해보자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난 주말에 오고 말았다.


A라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A'를 사고 싶은 생각이 가끔 생긴다.

A라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봐도 꼭 필요한 B라는 물건을 산다면 나는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삶은 "단순하게 살기"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A만으로 충분히 살 수 있는데도 비슷한 A'가 사고 싶어 지는 경우다.

나에게 A와 A'에 해당하는 것이 필기구수첩, 종이이다.


지금 책상과 가방 속에 있는 필기구를 잉크가 다 될 때까지 쓰려고 든다면 30년은 걸리지 않을까.

지금 있는 수첩, 노트 등을 다 사용하려면 20년은 걸리지 않을까. 내 필기구와 책장에 꽂아 놓은 수첩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걸 언제 다 쓰지.
필통 하나 털었을 뿐인데

그렇지만 어느 순간 계기가 오면 이성이 꺼지고 구매 욕구가 살아난다.

(스트레스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상하게 발현된 것이 아닐까?)

이런 욕구에 불 지피는 일이 생겼다.


주말에 둘째를 보고 있었다.

돌도 안된 우리 둘째는 엄마 껌딱지이다.

배부르고 기분 좋을 때는 나와 잘 놀지만 배가 고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엄마 외 사람은 완강히 거부한다.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도 해봤지만 엄마가 더 편안하게 해줘서 일 것이라 생각한다.)

일요일 아침에 둘째는 심하게 울었다.

몇 번 이런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심하게 울었다.

(사람이 저렇게 큰 목소리로 저렇게 긴 시간을 울 수도 있구나 하는 경이로움도 느꼈다.)

그리고 엄마가 둘째를 안고 울음을 멈추는 순간 필기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쇼핑중독?)

마침 LAMY Dark Lilac이 출시된다고 자주 가는 사이트에 광고 뜬 것이 기억났다.


이제 결론이다.

결국 질렀다.

한 자루가 아닌 세 자루를 질렀다.

LAMY Safari Dark Lilac

LAMY AL-Star 29 Black Purple

LAMY AL-Star Black

LAMY AL-STAR BLACK
LAMY AL-STAR BLACK PURPLE

올해 들어 "단순하게 살자", "정리하자" 라며 글 올렸는데 이 말이 헛구호가 된 것인가.

속 편하게 필기구, 수첩, 종이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려고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구매욕구가 내 이성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이다.

잔뜩 쌓여있는 필기구와 수첩을 보면서 진정시킬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