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면 어때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 보다 소심한 기운이 조금 줄어들어서
첫날부터 혼자 점심 먹는 일도 없고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대회를 마치고 꿈곰네 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지금은 더 자신 없지만 그 당시에도 살이 쪄서 몸매에 자신이 없던
저는 친구 뒤에 숨어서 얼굴과 팔만 살짝 보이게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이 인화되고(지금처럼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반 친구들이 모두 한 장씩 소장을 했습니다.
저희 반에 사진작가가 꿈인 친구가 있었는데
사진을 배우는 곳에 같이 다니는 친구가 사진에서
저를 보고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다고 다짜고짜 소개팅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제 심장은..'두근두근...'
'내가 소개팅을.. 에이.. 뭘 보고 소개해달라고 한 거지??
내 몸 보면 생각이 달라질 텐데.. 얼굴이 잘난 것도 아닌데... 이상하네..'
그 짧은 시간에 제가 생각한 것입니다.
단순히 소개팅인데 그 당시 경험도 없고 소심했던 저는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던 것이죠ㅎ
'난 뚱뚱하고 이성을 만난 적도 없고 말도 못 하고 얼굴도.. 암튼 난 못해~미안!!!'
이라며 거절을 했는데 친구가
'제발.. 한 번만.. 만나만 보는 건데 해봐..'
라며 집요하게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속 거절을 했고 그 친구는 학년이 바뀌고 나서야 포기를 했습니다.
학년 내내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던 그 친구가 궁금해서라도 만나볼 법도 한데
그 당시 저는 끝까지 거절했네요ㅎㅎ
지금의 마인드라면 잘난 거 없어도 만나는 보는 건데
그 당시에는 너무나 자신 없고 소심했던 거 같습니다.
그 이후 2학년으로 올라간 저는 입시(?)에 지쳐있을 당시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하이틴 잡지(이름이 생각 안나네요^^)였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잘 되던 시절도 아니고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잡지가 꽤 유행했었습니다.
잡지 맨 뒤에는 '우리 친구해요'라는 펜팔(이것도 많이 모르시겠죠?^^;;) 코너가 있었습니다.
잡지사에 신청을 보내서 당첨이 되면 '우리 친구해요'
코너에 이름과 나이, 학교, 집 주소가 실렸습니다.
그것을 보고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펜팔을 하는 것이었죠 ^^
저는 '우리 친구해요' 코너에 실렸고그때가 고2 때인데
초 6부터 고3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편지가 수백 통이 날아왔습니다
(그 편지가 다 어디 갔는지..이러면 증명한 길이 없는데ㅎ)
입시에서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신청한 건데
의외의 반응에 입시는 뒷전이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친구들과 편지를 읽는 재미로 시간을 보냈고 몇몇 친구들과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삐삐(아... 옛날사람^^) 번호도 주고받아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였습니다.
수백 통의 편지에서 좋은 글귀나 표현을
다른 사람에게 써가며 동시에 4명까지 펜팔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부터 전 잘은 못쓰지만 글 쓰는 것이 재미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펜팔을 하면서 오프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소심했던 저는 편지에서만 강했고 오프는 두려워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
연락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이성에게 관심 많았지만 마음만 있었고 소심함에
실전에서는 엄두도 못 냈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 같아서는...별로다르지 않겠네요ㅎㅎㅎㅎ
소심한데 어쩌라고?
소심하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