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면 어때?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교복 리폼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있어봐야 그때 유행하던 똥 싼 바지 정도ㅎ
그리고 헤어스타일은 3cm 이상은 안되던 시대였죠.
그런 엄격한 시절에 소풍 갈 때
사복을 입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든 때였습니다.
(저희 학교만 그랬나요?^^)
중학교 마지막 소풍 날짜와 장소가 잡혔고
복장도 사복으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장소도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이고
복장도 사복이었으니
친구들은 서로 들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학생 주임 선생님이�)
'사복이라고 너무 비싼 거 입고 오지 말 것!
부모님께 새 옷 사달라고 하지 말 것!
교문에서 옷을 검사할 것이니
비싼 메이커를 입고 오면
집에 가서 다시 갈아입고 오게 할 것!'
이라고 엄포를 놓았죠!!!!
그 당시에는 메이커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제가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때였고
논다는 아이들도 대부분
나이키, FILA 정도였을 시대입니다.
그 당시 저도 슬슬 메이커에 눈이 떠가고 있었고
소풍을 핑계로 부모님께 메이커 옷을
사달라고 조를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마침 부모님 가게 근처에
나이키 매장이 있어서
부모님과 옷을 사러 갔습니다.
가격이 비쌌기에 저는
그중 가격이 저렴하고
나이키라는 것이
티가 잘 안 나는
무난한 옷으로 골랐습니다.
(교문은 통과하여야 했기에..)
옷을 사고 집에서 입어보니
상당히 맘에 들고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내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교문을 통과할 것인가?'
제가 산 나이키 티는
아주 작게 왼쪽 가슴 쪽과 팔에
나이키 마크가 있는 옷이었습니다.
그 마크를 어찌 가려야 하는지
밤을 새우다시피 고민한 저는
조금은 덥지만 조끼를 하나 입기로 했습니다.
'조끼로 가슴 쪽 마크를 가리고
들어갈 때 가려운 척
왼쪽 팔을 긁으며
마크를 가리면 되겠다.'
제가 생각해도 기각 막힌
아이디어라 생각했고
꿀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소풍 당일!!!
저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등교를 했고
밤에 생각한 시나리오를
머리에 되뇌며 교문을 향해 갔습니다.
하지만 교문을 지나려고 한 그때!!!!!
여태 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교문에는 선생님은커녕
아무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죠...
메이커 옷을 사고
그 옷을 안 들키려고 혼자서
밤늦게까지 고민했던 시간이
허탈하게 느껴졌습니다ㅎㅎㅎ
교실에 들어가니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메이커 옷을 안 입고 아이가 없을 정도로
옷들이 번쩍번쩍했던 것이죠.
친구들은 제 복장을 보고 한 마디씩 했습니다.
'오늘 사진 찍는 사람이 너냐?
사진사 복장을 하고 왔네?ㅎ'
그렇게 소풍 내내 저는
사진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너무 웃음만 나오는 사진입니다
(자연농원이 어디인지 다 아시죠?)
그렇게 소심하고 조심스러웠던
저는 무사히 중학교 생활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소심하면 어때?'
'소심한데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