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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Aug 22. 2024

그녀가 불행하게 해주세요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논현동까지 버스타고 갔다. 날씨가 좋았다. 마침 시간도 맞춰 도착해서 걷는데 기분이 좋았다. 같은 시간에 회사에 있으면 느꼈을 자괴감을 생각하니 더 대비되었다. 내 친구는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다. 고등학생때 비슷한 성적이었지만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 공부를 놔버렸기 때문에 친구가 고생한거에 대해 인정한다. 정말이지, 더이상 공부를 했으면 정신병이 걸렸을 것 같다. 석박도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더이상 시달리기 싫다.


친구를 만난 이유는 최근에 생긴 일로 하소연하기 위해서였다. 결혼 소개비로 30만원을 받았다고 말하니 친구가 대신 욕해주었다. 처음에 계약직으로 일하던 여자애와 친해지게 되어 몇번 같이 놀았다. 그러다가 대학동기가 소개받을래 라고 물어서 2대2로 나간 자리에는 검사가 있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할 사람을 걔는 만나서 결혼한다고 했다. 걘 나와 똑같이 속물적이었고 멍청했다. 멍청한 애가 그 남자앨 꼬시려고 아스트로글라이드를 사놓고 있는 애였다. 남자애는 사생아로 태어나서 유부녀와 만나는 등의 일로 여자애도 속 깨나 썩었다. 남자앤 여자애가 해주는 헌신 또는 자기를 우러러봐주는게 좋았을거고 여자앤 남자애의 직업이 좋았을거다. 그러니까 데이트도 근사한 곳에 가지 않고 항상 집데이트를 하는걸 용인했을 거다.



내가 혼자 사는것을 확신하고 있으면 주변의 상황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막상 50살이 되었을때 혼자인걸 상상하면 잘 모르겠다. 혼인관계로 얽히지 않는걸 원하지만 그렇다면 사실혼을 견딜 수 있는가?도 잘 모르겠다. 누굴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 막막하다. 친구는 결정사에 가입했다고 했다. 하지만 맘에 드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나보고는 한번 해보는게 어때 라고 청유형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건 싫다. 왠지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어짜피 현생에서도 조건보고 만나는게 맞긴 한데, 그걸 결정사를 통해 실행한다면 그건 존엄성 상실같이 느껴진다. 가장 큰 거부감은, 만약 그렇게 성사가 되었을때 안좋은 상황이 도래했을때 '그때 만나지 않았어야 하는데'하는 후회를 하게 될게 가장 두렵다. 그렇게 생각하게될 기회비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여자애가 불행했으면 좋겠다. 결혼해서 장애아를 낳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으면 좋겠다. 나 대신 빼앗아간 회사, 남자로 인해 고난에 빠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깐의 인연으로 회사를 소개하고, 남자를 소개한 나를 원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이 곁에 없다고 아쉬워 했던 것들도, 사람이 많았으면 그로 인해 놓쳐버린 것들로 괴로워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젠 더이상 누구를 알아 가고 싶지도 않고 그런 과정을 겪고 싶지도 않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난 지금 지옥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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