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누가 없어도 괜찮아
혼자 먹는 식사는 익숙하지만 퇴근하고 돌아오면 소파에 멍하니 누워있는 나를 발견한다. 더워서 그런 거라며 에어컨도 샀지만 본질은 그게 아닌 것이다. 최근 나를 위한 소비-차를 산다든지, 쇼핑을 마구 한다든지-를 했지만 이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립되어 있단 것이다. 하지만 무차별 타인을 만나 헛헛한 기분은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러던 중 예전의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 남자는 차단하고 다시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럼에도 음성사서함을 남겼다.
‘결혼한다며, 그전에 한번 보자. 줄 것도 있고’ 그걸 받자마자 나는 손이 벌벌 떨렸다. 그 남자는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물질공세를 했다. 화장품을 무더기로 안겨주던지, 내 피부에 실질적으로 닿는 이불세트와 각종 생활 용품이었다. 그때 받지 않겠다고 소리 질렀지만 그는 부득불 그것들을 내게 줬다. 그 사람은 항상 그랬다. 내 의사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해주고 싶어 한 걸 했다. 결혼하냐며내게 질문하며 그는 추측하는 것이다. 만약 연락해서 만난다면 그는 아직 내가 싱글이란 걸 알고 안심할 테다. 연락을 하지 않으면 은연중에 내가 결혼하는 걸로 알고 더 불안해할 그를 안다.
그와 만났을 때 처음부터 마음을 열었다. 그가 나보다 더 외로워 보여서일까. 어릴 적 이야기와 내밀한 이야기를 말하며 결국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걸 말했을 때 타인과 더 가까워지는 걸 은연중에 원했다. 그때는 혼자였고 누군가가 빨리 내 마음을 가져가주길 원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진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고, 그럼 우리는 맞지 않는다며 헤어졌다. 처음에는 마음을 열었더니 배신당한것 같아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졌지만, 그는 아마 죽을 때까지 날 잊지 못할 것이란걸 안다. 그와 나는 미결이기 때문이다.
예전이었다면 그를 다시 만났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려 했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중에 더 큰 외로움으로 다가온다는 걸 배웠다. 나는 완벽히 혼자다. 요샌 그냥 공부한다. 삶은 어차피 무상하지만 그래도 나는 목표가 있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