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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Aug 04. 2024

외로움을 자양분 삼아 도약하기

이젠 누가 없어도 괜찮아

혼자 먹는 식사는 익숙하지만 퇴근하고 돌아오면 소파에 멍하니 누워있는 나를 발견한다. 더워서 그런 거라며 에어컨도 샀지만 본질은 그게 아닌 것이다. 최근 나를 위한 소비-차를 산다든지, 쇼핑을 마구 한다든지-를 했지만 이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립되어 있단 것이다. 하지만 무차별 타인을 만나 헛헛한 기분은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러던 중 예전의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 남자는 차단하고 다시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럼에도 음성사서함을 남겼다.     


‘결혼한다며, 그전에 한번 보자. 줄 것도 있고’ 그걸 받자마자 나는 손이 벌벌 떨렸다. 그 남자는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물질공세를 했다. 화장품을 무더기로 안겨주던지, 내 피부에 실질적으로 닿는 이불세트와 각종 생활 용품이었다. 그때 받지 않겠다고 소리 질렀지만 그는 부득불 그것들을 내게 줬다. 그 사람은 항상 그랬다. 내 의사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해주고 싶어 한 걸 했다. 결혼하냐며내게 질문하며 그는 추측하는 것이다. 만약 연락해서 만난다면 그는 아직 내가 싱글이란 걸 알고 안심할 테다. 연락을 하지 않으면 은연중에 내가 결혼하는 걸로 알고 더 불안해할 그를 안다.


그와 만났을 때 처음부터 마음을 열었다. 그가 나보다 더 외로워 보여서일까. 어릴 적 이야기와 내밀한 이야기를 말하며 결국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걸 말했을 때 타인과 더 가까워지는 걸 은연중에 원했다. 그때는 혼자였고 누군가가 빨리 내 마음을 가져가주길 원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진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고, 그럼 우리는 맞지 않는다며 헤어졌다. 처음에는 마음을 열었더니 배신당한것 같아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졌지만, 그는 아마 죽을 때까지 날 잊지 못할 것이란걸 안다. 그와 나는 미결이기 때문이다.


예전이었다면 그를 다시 만났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려 했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중에 더 큰 외로움으로 다가온다는 걸 배웠다. 나는 완벽히 혼자다. 요샌 그냥 공부한다. 삶은 어차피 무상하지만 그래도 나는 목표가 있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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