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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t Aug 17. 2024

온전히 나로 존재하기

여행의 순간에도 과거에 머무르는

오늘은 회사에서 아무것도 안 했고 퇴근 무렵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미칠 거 같아서 급하게 숙소를 예약하고 왔다. 채석강에는 예전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귀찮아서 오지 않다가 급 오게 된 것이다. 1인을 위한 숙소는 대부분 없었고 찾아보니 1개 남아 있어서 예약했다.     

운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과속하게 됐다. 전혀 빨리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도 최고 속도를 밟고 있었다. 여행을 온 것도 집에 있으면 미칠 거 같아서였다. 뭐가 미칠 거 같았냐면 주식 방법론을 계속 읽다 보니 머리가 깨질 거 같았다. 결국 상한가를 놓쳤다는 자괴감이 날 괴롭혔다. 어제도 잠을 설쳤다. 어제의 식사는 치킨이었는데 원래 과식하지 않지만 어제는 남기면 다시 먹지 않을 거란 생각에 꾸역꾸역 다 먹었다. 급격히 혈당이 올라서 자고 나니 저녁이었고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고역이 날 괴롭혔다.     

결국 주식도 회사생활을 하지 않기 위한 방편이다. 하지만 종목을 잘 고르지만, 손절했더니 다음날 상치는 건 정말이지 참기 어려웠다. 손절선을 타이트하게 잡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 자괴감에 자꾸만 잠에서 깼다. 시장 또한 흐름이라는 걸 알고 그건 마치 자연 같으니까 생각을 비우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가만히 멍 때리다 보면 결국 생각은 과거로 회귀한다. 아름다운 걸 보면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인연과 이제는 그럴 것 같지 않은 인연, 어느새 멀어져 버린 인연들을 생각하다 보니 하늘의 해는 들어가고, 구름에 붉은색이 비치고 새가 날았다. 사는 게 이렇게 아름답기만 하면 좋을 텐데 꼭 그만큼의 시련을 주는 것 같다. 이병률시인이 좋아했다던 채석강, 한때 누군가의 프로필사진에 인물은 하나도 없이 자연만 찍혀 있었던걸 생각하며 그 또한 나처럼 외로웠겠거니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굳이 타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했겠지만 이젠 그러지도 않는다. 의미 없단 걸 알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의 폭식으로 오늘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고 난 부안에 와있다. 회사를 안 다니면 매일 아름다운 걸 보며 다닐 텐데 매일 보면 감흥이 없으려나. 당장은  다른 내일의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누군가와 같이 와도 좋았겠지만 내가 본 가족의 모습은 서로를 챙기느라 본인에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었고, 징검다리 휴일조차 집에 있기 싫어 회사에 나오는 가장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결혼은 나와 거리가 먼 것이련만 다음에 채석강에 올 때는 누군가와 같이 오고 싶다.     

좋은 걸 보면 아끼는 사람이 생각나고, 가족한테는 아쉬웠을 휴가만 생각나는 밤이다. 조금 더 돈을 써서 좋은 숙소와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해줬어야 하는데. 도망온 채석강에서도 굳이 내 앞을 지나며 얼굴을 훑어보고 가는 중년 사내의 시선이 불편하다.     

세상의 모든 음악에 사연을 보냈고 더더욱 타인은 의식하고 싶지 않고 나로 온전히 존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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