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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t Aug 14. 2024

비겁한 하루

조사 업무를 하고 있다. 한동안은 휴가여서 회사일 생각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는데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역이었다. 하지만 출근을 안할수는 없기에 월요병 비슷한 화요병을 겪으며 결국 출근했다. 월요일까지 연차였기 때문이다.


출근하자마자 보스는 자문위원회 이야기를 꺼낸다. 자문은 총 4차로 이뤄지고 1차는 6월에 진행했다. 그때 조사표에 대한 이야기가 간단하게 나와서 그때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조사표 초안을 보여줬다.


그는 '왜 매출액은 뺐어?'라고 묻는다.

솔직히 반말로 하는것도 마음에 안드는데 그가 나보다 20살 많으니까 참으며 말했다.


'과거에 업체 조사시 재무제표를 물어보면 정확도 측면이 떨어져서 행정자료로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1차 자문때 교수들이 매출액을 넣으라고 말했는데 항목에서 빼면 되냐'고 짜증이 묻은 어투로 말한다.

본인이 업무진행상황을 물어봐놓고 휴가복귀 첫날부터 조지는건데 실무선에선 받아봤자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교수들이 말했다고 문항에 넣는게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업체랑 통화했다.

'청에서 회사별 매출데이터 추출할 수 있어요?'

청은 작년부터 회사별 매출액을 구간값으로 주기 시작했다. 그런걸 작년 업체는 꼼수를 써 자료를 빼왔다. 불법이지만 그런일은 비일비재 일어나는 것이다.

'방법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못빼오면 조사항목에 매출액 넣으세요'


통화 내용을 들은 상사는 뭔가 잘못된걸 알았는지 내게 와 말했다.

'업체가 회사별 로데이터 뽑아올 수 있으면 항목에 안넣어도 되잖아'

결국 실무에서 말하는걸 그대로 읊는 수준에 그치지 않으면서, 가끔 나타나는 고압적 태도에 이골이 난 나다.

상사는 윗선에서 말하는 건 하나도 반박하지 못하면서, 까라는 대로 안까면 짜증을 냈다. 그런 생활이 지겨워서 몇번이고 경제적 자유를 꿈꿨다. 하지만 자유라는 것도 찬찬히 이뤄지는 거지 어느날 벼락처럼 찾아오는 건 어지간한 야수의 심장 아니고선 요원한 일이다.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비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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