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안 나갔다. 차에 두고 온 게 있어 잠깐 갔다 온 거 빼고는 나가지 않았다. 연습실을 가려다가 그마저도 귀찮아서 영활 봤는데 스릴러였고 그걸 보니까 그냥 시간 때운 것 같았다. 뭐랄까 일요일은 항상 이런 패턴이다. 봄이 왔지만 어디 나가고 싶지도 않고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다. 누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미리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다 피곤해진다.
역시나 나가던 모임 같은 건 금세 흐지부지 해졌다. 처음의 신선함은 귀찮음과 뻔함으로 바뀐다. 그런 것들이 쌓여 봄이 오는 것에 대해서도 '또 봄이네'이런 생각만 들게 한다. 쳇바퀴를 도는 쥐 같아서 요샌 이 흐름을 자르고 싶다. 집도 팔고 싶고 회사도 그만두고 싶다. 가족이 있었다면 그 가족마저 떼내고 싶었을 거다.
예전에 병가를 냈을 때가 있었는데 회사를 안 가니까 월요병이 자연스레 없어졌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게 좋아 딱 일주일이 좋았다. 그러곤 '이렇게 안 찾다니 이상하네'하며 다시 회사에 가고 싶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가니 다시 그 생각을 철회하게 되었다. 소속감이란 가지지 못하면 갖고 싶고 갖고 있으면 내팽개치고 싶은 것인가 보다.
분명 견딜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젠 견디기가 싫다. 외국에 가도 괜찮겠다 생각하는 것도 어차피 여기서도 말을 안 하기 때문이다. 난 소수의 사람들, 그것도 내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신중하게 사귀고 그들과만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만족하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는 게 지루함을 느끼고 그것이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도 간섭을 하거나 하면 바로 아웃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 도움이 아니라면 그건 주지 않는 게 맞다. 어머니도 너무 사랑하지만, 붙어있을 때 겪는 사소한 갈등들은 외롭더라도 혼자 사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분명 그럴 것이기에 나는 행복함보다 편안함을 택하기로 했다.
날이 더워졌다. 플리스를 입으면 쌀쌀하던 날씨가 단숨에 셔츠를 입어도 더운 날씨가 되는 게 맞나. 이처럼 모든 건 오는지도 모르게 왔다가 지나가고 그걸 사람들은 시간이라 부르는 걸 테다. 지난 어릴 적 사진을 봤는데 아주 아기 때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아이였더라. 그걸 사회화로 학창 시절에 누르다가 요새는 진짜 내 본성이 나오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전자음악이랑 서정적 음악만 들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뽕을 뽑는단 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