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에 강박을 가지고 있는 나는 냉장고가 가득차는게 싫다. 1인가구라서 냉장고도 큰걸 사지 않았는데 혼자사는 딸이 걱정되는지 어머니는 올때마다 음식을 한가득 가지고 온다. 지금이 못사는 시대도 아니고 음식을 못먹어서 굶는 것도 아니고 구하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융자금을 내고 있어 돈이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가끔은 음식들이 버거워질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김장김치 대용량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김치를 얼마나 먹는다고 몇포기를 해서 주시는데 사실 이것도 할머니가 어머니께 줘서, 어머니도 다 먹지 못해서 가져온걸 수도 있다. 할머니가 어머니께 주는데 거절을 못하고, 나 또한 거절하지 못해 받는다. 거절하면 생각해서 가져온건데 괘씸하다고 생각할텐데 사실 나는 원하지 않는데 주는 것 또한 강제라고 생각한다. ‘이걸 언제 다 먹나' 하는 막막함이 들곤 하는것이다. 어머니는 지지고 볶고 끓여서 소비하라고 하지만 내가 음식 처리하는 기계도 아니고 말이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오셔선 이번엔 겉절이 김치를 또 한통 가져오셨다. 이것 또한 1인이 한달을 먹는다고 소비할 양이 아니다. 1년에도 다 못먹을거 같고 결국 상해서 버릴 것이다. 항상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살아계실때 이렇게 해주는게 그네의 기쁨일 수도 있고 나중엔 그리워질 것을 알기에 묵묵히 받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조금씩 사서 먹는걸 선호하는데 그렇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게 '돈을 아껴야 하니 음식을 사지 말고 가져다 주는걸로 충당해라' 라는 걸로 느껴질 때도 있어서 마음은 알겠지만 냉장고를 열때마다 답답하다.
그래도 쌀이나 나물, 국, 찌개 등은 나름 먹었고 그럴때 내 한몸이 저절로 큰게 아니라 어머니의 노력을 갈아넣어서 컸음을 깨달을 때도 있지만 항상 가격이 싸다고 대용량으로 재료를 사는 아버지와, 또 그걸 처리하기 위해 식재료를 다듬고 저장하는 어머니와, 그걸 받는 나를 보면 처음부터 잘못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