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고 주말에 이직원서 쓰고 자격증 준비하던 때가 있었다. 그건 학창 시절의 연장이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부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거다. 그런 시도들이 (결과론적으로) 다 물거품이 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었다. 항상 현재는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걸 획득하면 더 행복해질 거야. 하지만 왠지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도 '행복'이란 추상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갖고 싶은 거라든지 다음 목적은 계속 나타났다. 내 인생은 앞으로도 퀘스트를 깨며 사는 인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 일을 연달아서 자격증과 시험으로 보내고 나자 긴장->완화->긴장->해소의 여파가 차례대로 지나갔고 '이렇게 살다 죽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히며 사는 거야-라고 내 안의 누군가가 말하고 있었다. 나는 지쳐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그랬으나 그런 나를 무시했다. 예전부터 그래왔으니 앞으로 몇 년 더 그러는 건 상관없잖아?라고 자아는 합리화했지만 '그게 계속되면? 몇 년이 십 년이 되면?'이라고 말하는 이중의 자아가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주말에 등록했던 학원을 취소했다. 대신 도서관에 갔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읽는 책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읽게 된 책이 나랑 너무 유사한 인간이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많은 시간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고독감을 느끼며 살지만, 가끔 지구상의 누군가도 불안감, 정신질환, 중독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진다. 내가 말하는 글은 지식을 뽐내거나 정보전달을 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내 고통을 가감 없이 내보일 수 있는 용기를 쓰는 거다. 사회적 인정은 개나 주세요. 나는 내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가닿으면 된다. 그로 인해 그가 위안받았으면 된다. 대단한 성인군자도 아니지만 단지 내가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무언가를 나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매일매일 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