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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냄새

by 강아





서울에서 회사 다닐 때 가장 고역이었던 건 대중교통을 탔을 때의 사람 냄새였다. 간혹 맡게 되는 빨래를 하지 않아서, 덜 말라서 옷에서 나는 냄새나 사람 특유의 체취가 나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저녁에 퇴근할 때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고기 냄새 또한 역해서 혹시라도 내가 회식하고 돌아가는 길에는 탈취제를 강박적으로 뿌리곤 했다.


지방으로 내려오고 나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가끔 본가에 갈 때도 기차보다는 자차를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KTX를 이용할 땐 전철보다는 덜 그런 것이, 대부분 출장이나 아니면 여행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무실에서의 빌런들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한 번은 후배가 뭘 물어보러 왔는데 상대방의 두피에서 나는 정수리 냄새는 대화 도중에 숨을 참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진 못한다. 다만 내 뇌리 속에 그 사람은 위험인물로 낙인 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직원에겐 항상 땀냄새가 나는데 그래서 그 직원과는 마주칠 기회를 (어쩔 수 없이 회의하게 되는 날 빼고는) 만들지 않는다. 담배냄새 또한 아주 고역이다. 상사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면 특유의 쩐내가 나서 뭘 보고할 때도 옆자리에 가지 않고 내 자리에서 파티션을 두고 말하거나 메신저로 말하곤 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에게 나는 쇠냄새도 있는데 이럴 때는 마스크를 애용한다.


나 또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 머리는 매일 감고 샤워는 물샤워가 아닌 바디워시를 사용한다. 냄새가 나는 찌개를 먹은 날에는 사무실에 돌아와서 바로 스너글을 뿌린다. 약간 머리 아프긴 한데 이렇게라도 해야 냄새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냄새가 풍기면 내 핸드크림이나 고체향수로 냄새를 가린다. 물론 타인에게 이런 내 냄새조차도 고역일 수 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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