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콘월 여행] 영국 콘월은 어디일까?

콘월(Cornwall)에 대한 이야기

by 방랑곰

영국 여행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나와 짝꿍이 3주 정도 함께 머물렀고 짝꿍의 가족이 살고 있는 콘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콘월에 대한 지도를 보면 콘월이 영국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아래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콘월이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콘월은 영국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영국 영토가 남서쪽으로 길게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같은 남쪽이어도 콘월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욱 멀고 다른 지역과 동떨어진 느낌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콘월의 정체성 형성에 많은 역할을 한다.


1024px-Cornwall_UK_locator_map_2010.svg.png


"I'm from Cornwall." "나 콘월 출신이야."


콘월은 분명히 영국, 그리고 잉글랜드의 일부이지만, 스스로를 소개할 때 영국 사람 또는 잉글랜드 사람이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콘월 사람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영국이나 잉글랜드의 국민이기 전에 콘월의 시민이라는 정체성이 더 강한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의 주요 지역과 동떨어진 지리적 특성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것은 콘월의 역사이다. 콘월이 하나의 국가였던 적은 없지만, 역사적으로 자주권과 고유한 문화를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지역이 바로 콘월이다. 실제로 콘월은 '코니시(Cornish)'라는 콘월 고유의 언어가 있었고(지금은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거리에서 코니시의 흔적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5~16세기에는 영국 중앙정부와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English foreigners'


이는 많은 콘월 사람들이 영국인들을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물론 foreiner란 단어에는 이방인이라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foreiner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그들과 본인들의 정체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같은 영국 소속이긴 하지만, 실제 콘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속감은 영국이 아니라 콘월인 것이다. 그만큼 콘월 사람들의 콘월에 대한 정체성은 정말 강하다.


batch_IMG_9703.JPG 콘월 지역의 깃발. 콘월 곳곳에서 이 깃발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batch_IMG_9566.JPG 코니시 언어의 흔적.


□ 콘월의 바다


그렇다면 콘월에서 유명한 것은 무엇일까. 콘월을 찾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콘월로 발길을 옮기는 것일까. 콘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다이다. 사실 콘월은 영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이다. 한국에 제주도와 같은 느낌이랄까, 멀어서 꽤 오랜 시간 운전을 하거나 기차를 오래 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단 도착하고 나면 아름다운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콘월이다. 콘월의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영화에 담긴 적이 있었다. 바로 영화 '어바웃 타임'의 배경이 된 곳이 콘월인데, 이 영화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콘월이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 영화 이후 콘월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콘월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바로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던 영국인들이 해외로 휴가를 가지 못하는 탓에 영국 국내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짝꿍의 가족이 말해주기를,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제한이 시작된 이후 콘월을 찾는 영국인(English foreigner)의 숫자가 정말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도 많은 영국인들이 해외로 휴가를 가기보다, 콘월을 찾는 경향이 있는 듯 했다. 우리가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콘월 이곳저곳을 둘러봤는데, 가는 곳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콘월을 보면서 자란 짝꿍도 이렇게 많은 관광객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물론 이전에도 여름만 되면 이곳을 찾는 영국인들이 많기는 했지만, 지금은 관광객의 규모가 엄청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영국인 뿐 아니라,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오는 관광객도 정말 많이 보였다. 아마 영국은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을 모두 풀어버리고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콘월의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까지 이 곳으로 오고 싶어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콘월의 바다는 영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은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바라보는 바다처럼 느껴졌다. 햇살이 부서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고운 모래가 깔려있는 해변, 그리고 해안선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해안절벽 등 콘월의 자연은 너무도 눈부셨다. 내가 왜 이렇게 콘월이 아름답다고 극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콘월 여행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다음 포스팅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IMG_7916.JPG 콘월의 푸른 바다


물론 콘월에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콘월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를 목적으로 찾아가긴 하지만, 콘월에는 다양한 역사적인 장소도 있고 아름다운 숲과 들판, 그리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예쁜 작은 마을도 많다. 콘월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광물자원을 채굴하던 영국 광산의 중심지였다. 실제로 짝꿍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조금만 가면 과거 광산업으로 꽤 번성했던 지역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콘월 지역 곳곳에는 예전에 광산업에 활용됐던 건물들이 정말 많이 남아있다. 물론 광산업이 쇠퇴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사람들로 북적이던 마을은 활기를 많이 잃어버렸고, 남아있는 건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무너지고, 잘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꽤 오래된 유적지처럼 보인다. 이런 장소도 나중에 소개하려고 한다.


□ 콘월의 음식


콘월에서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음식이다. 사실 영국 음식은 맛없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영국에서 맛있다고 이름난 식당은 주로 인도 음식, 이탈리아 음식 등이고 영국 음식으로 소문난 맛집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콘월은 다르다. 콘월 사람들은 콘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꽤 강한 편이다. 일단 콘월에서 시작된 음식이 여럿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종의 파이 종류인 파스티(Pasty)와 스콘와 홍차가 결합된 크림티(Cream Tea)가 있다. (크림티의 시작에 대해서는 콘월과 데본 간 논쟁이 있긴 하다.) 그리고 바다로 둘러쌓인 지역답게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도 정말 유명하다. 콘월에 간다면 위에 언급한 3개의 음식은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다. 이 중에서도 콘월의 파스티는 영국 전역에 코니시 파스티(Cornish Pasty)라는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정말 유명하다. 앞으로 올릴 포스팅에서 콘월 음식에 대해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오늘은 이렇게 간략하게 콘월 음식 소개를 마무리한다.


IMG_0097.JPG


이렇게 콘월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끝낸다. 사실 아직 콘월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이미 포스팅이 많이 길어져서 여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는 없다. 여기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앞으로 영국 여행기를 쓰면서 조금씩 더 풀어낼 예정이다. 다음 포스팅은 본격적인 여행기가 시작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