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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남서쪽 바다, 다대포 해수욕장

부산 최고의 일몰 사냥터

by 방랑곰

감천문화마을을 다 둘러보고 차로 돌아와서 어디로 갈지 짝꿍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다대포 해수욕장이 생각났다. 평소 같았으면 부산 도심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라서 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마침 감천문화마을에서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질 때 즈음에 다대포 해수욕장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마침 날씨도 정말 화창해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의 남서쪽, 낙동강 하류에 위치해 있다. 부산 도심에서 차를 타고 가도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부산을 꽤 많아 와봤다고 하는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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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하늘과 갈대가 온통 붉은 색이야. 하늘에게 선물 받는 기분이야!"


그렇게 우리는 다대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었다. 차에서 내려서 나무로 만들어진 데크 길을 따라 걸었다. 눈 앞에는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뒤로는 해변이, 그리고 그 뒤로는 바다가, 또 그 뒤로는 산이 있었다. 그 산 바로 위에 해가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걸려 있었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그 모습은 언제봐도 감동적이다. 붉게 물드는 하늘과 갈대밭은 나와 짝꿍의 넋을 불태워버렸다. 우리는 더 걸어갈 생각조차 잊은 채 그 곳에 우두커니 서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고 나서야 주변 풍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으로는 갈대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바다와 갈대밭 사이에 해변이 있었다. 다른 해수욕장은 해변 뒤쪽으로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이 곳은 특이하게도 갈대밭이 펼쳐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순천만 갈대밭에서 잊지 못할 일몰을 봤었는데, 이 곳에서의 일몰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먼 길 달려온 우리에게 선물이라도 하는 것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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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의 힘찬 날개짓


산 뒤로 해가 완전히 넘어간 후에야 우리는 갈대밭 사이를 거닐기 시작했다. 이 날의 다대포 해수욕장은 한적했고 조용했다. 갈대밭, 해변, 바다, 산... 자연 풍경의 많은 요소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이 곳은 정말 서정적이고, 고즈넉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조용히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참을 거닐다가 날이 어둑해질 때 즈음에서야 차로 돌아가기로 했다. 좀 더 걷고 싶었지만 너무 추웠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아는지 한참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카메라를 내릴 무렵, 자신의 임무는 다 끝났다는 듯이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짐했다. 2021년에는 조금 더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되기로.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직까지는 그 다짐이 유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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