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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Jan 29. 2021

부산의 남서쪽 바다, 다대포 해수욕장

부산 최고의 일몰 사냥터

감천문화마을을 다 둘러보고 차로 돌아와서 어디로 갈지 짝꿍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다대포 해수욕장이 생각났다. 평소 같았으면 부산 도심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라서 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마침 감천문화마을에서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질 때 즈음에 다대포 해수욕장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마침 날씨도 정말 화창해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의 남서쪽, 낙동강 하류에 위치해 있다. 부산 도심에서 차를 타고 가도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부산을 꽤 많아 와봤다고 하는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와... 하늘과 갈대가 온통 붉은 색이야. 하늘에게 선물 받는 기분이야!"


그렇게 우리는 다대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었다. 차에서 내려서 나무로 만들어진 데크 길을 따라 걸었다. 눈 앞에는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뒤로는 해변이, 그리고 그 뒤로는 바다가, 또 그 뒤로는 산이 있었다. 그 산 바로 위에 해가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걸려 있었다. 해가 넘어가기 직전의 그 모습은 언제봐도 감동적이다. 붉게 물드는 하늘과 갈대밭은 나와 짝꿍의 넋을 불태워버렸다. 우리는 더 걸어갈 생각조차 잊은 채 그 곳에 우두커니 서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가 산 뒤로 넘어가고 나서야 주변 풍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으로는 갈대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바다와 갈대밭 사이에 해변이 있었다. 다른 해수욕장은 해변 뒤쪽으로 소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이 곳은 특이하게도 갈대밭이 펼쳐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순천만 갈대밭에서 잊지 못할 일몰을 봤었는데, 이 곳에서의 일몰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먼 길 달려온 우리에게 선물이라도 하는 것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새 한 마리의 힘찬 날개짓


산 뒤로 해가 완전히 넘어간 후에야 우리는 갈대밭 사이를 거닐기 시작했다. 이 날의 다대포 해수욕장은 한적했고 조용했다. 갈대밭, 해변, 바다, 산... 자연 풍경의 많은 요소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이 곳은 정말 서정적이고, 고즈넉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조용히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참을 거닐다가 날이 어둑해질 때 즈음에서야 차로 돌아가기로 했다. 좀 더 걷고 싶었지만 너무 추웠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아는지 한참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카메라를 내릴 무렵, 자신의 임무는 다 끝났다는 듯이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짐했다. 2021년에는 조금 더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되기로.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직까지는 그 다짐이 유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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